하치만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다시 태어난 하치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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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는 누구지?
그 한마디가 이번 생애에 있어서 나의 첫인상.
묘한 사태에 휘말렸다는 거다.
아니, 나 자신이 당사자다.
연루 같은 게 아닌, 내가 바로 사건의 중심.
피해가 막대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어째서 『나는 누구지?』 라는 위화감을 기억하는지.
거기에도 걸맞은 이유라는 것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되어있었으니까.
갑자기 이상한 것을 입에 담는다고 이의를 주장하는 녀석들도 나오겠지.
그렇지만 말이다.
어떻게 발버둥 쳐도 내 정신이 깃든 본래의 육체――히키가야 하치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먼저 이것만큼은 말해두지.
결코 꿈이 아니고 환각을 보고 있는 감각도 아니다.
틀림없이 현실이다.
다만 말이지...몸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부자유스럽다.
말하는 방법이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신체적으로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유일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안구를 우왕좌왕시켜서 상황의 일부를 알아낸 끝에 이해한 것은, 아무래도 내 몸이 작아져 있다는 것 같다.
아직 1살 미만이라는 것. 어느 정도 손도 다리도 움직이지만, 자력으로 일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은 신체에 정신이 억지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다.
그리고, 아기침대에 눕혀져있다.
천장을 올려다보고는 거기에 있을 뿐이다.
"...........아우ー....."
방금, 적당히 말을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무리였다.
언어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성대가 미발달한 탓인지 이게 한계.
아아, 이제 이해 할 수 있다.
나는 갓난아기로 역행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시르다.
그렇지만.....그저 단순히 역행한 것도 아니다.
이 상황을 깨닫고 실은 아직 몇 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감지하고 있다.
그것은.....
아기침대가 설치된 거실에서 관측할 수 있었다.
엄마가 있으며――그리고 그 팔에는 작은 남자애가 안겨있다.
아마 한 살 직전 정도.
지금의 나와 동갑일 터인 아이는, 내 모친에게 찰싹 붙어서 어리광 부리고 있다.
엄마가 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젊었다.
뭐가 젊으냐면 용모다.
히키가야 하치만(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마지막 엄마의 모습은 실제 나이에 비해 젊게 보였고, 나름대로 미인인 모친이었다.
그게 어느 때보다 더 싱싱해 보이는 미모를 하고 있다.
아니 뭐, 어느 때보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서도 시대가 거슬러 올라가 있는 거다.
내가 주장하는 '어느 때'와 '지금'은 다른 차원이겠지.
그건 그렇고――엄마한테 안겨있는 남아는 뭐하는 놈일까?
만약 정말로 과거에 돌아왔다고 치면 어째서 본적도 없는 어린애가 우리 엄마한테 안겨있지?
혹시 이웃집 애고 오늘에 한해서 맡아주고 있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나를 돌보는 겸 이웃집과의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겠지.
만..... 내 예상은 쉽게 뒤집혔다.
그렇게 깨닫게 되는 한 마디가 엄마의 입에서 공언되었다.
"저기 하치만? 배고프니?"
"맘마ー"
하치만이라고 부른 엄마.
그렇지만 그것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아니라 그 남아에게 한 것이다.
남아는 엄마의 말에 『맘마(밥)』이라고 대답했다.
아니, 잠깐 기다려?
어째서 그 녀석이 내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건데.
그 녀석과 히키가야 하치만의 공통점 따위는 성별정도 뿐이다.
다른 비슷해서 착각할만한 요소는 없을 터.
하물며 모친이라는 인물이 자기애를 잘못 보는 일 따위, 있을 리가 있나.
이의제기를 하기 위해, 미발달한 성대에서 말을 쥐어짜내 본다.
"맘마ー!"
아아, 그 녀석과 마찬가지로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밥을 요구해버리고 말았다.
말하려는 것 보다 공복을 실감한다.
욕망이 이 국면에서 살짝 튀어나왔다는 건가?
"어머어머, 미안해. 귀녀도 배가 고파져 버렸나 보구나? 으음, 남매에 우선순위는 붙이고 싶지 않지만, 일단은 여자애인 귀녀니까 말이지. 엄마의 젖을 마시자꾸나? 오빠야인 하치만은 조금만 참아줘?"
"아우아우ー......."
뭐라고?
귀와 머리를 의심할 만한 발언에 간이 뽑혔다 (간 떨어질 뻔 했다).
아니, 갓난아이한테서 간을 뽑는다든가 농담도 어지간하지만.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는 거겠지.
진정해라, 나.
내심 있는 대로 당황하고 있는 나를 뒷전으로, 엄마는 하치만이라고 부른 남아를 내가 살고 있는 아기침대에 내려놓고, 반대로 나를 들어 안았다.
옷을 걷어 올리자 밥그릇 형태의 새하얀 유방이 노출됐다.
이른바 수유라는 행위겠지.
하지만 신체가 1살 직전까지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내 정신은 17년을 거듭했다.
학년으로 나타내자면 고등학교 2학년.
그런 내가 아무리 공복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수치행위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필사적으로 앞으로 이어질 수치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고개를 돌린다.
그렇지만 엄마는 자신의 유방의 끝에 있는 마시는 곳으로 내 얼굴을 가져다 댄다.
내 후두부를 받치고 있는 손이 수유를 받도록 강요하고 있는 거다.
아아, 이건 안디야.
공복의 갓난아이의 본능 때문인지 굳게 닫혀있을 터인 입이 풀리고――이윽고 엄마의 유두를 입에 머금고 말았다.
그 이후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갓난아이는 주저 없이 모유를 바라고, 모친의 가슴으로 맹렬히 달려들었다.
단맛이 스며들어와 혀 위를 굴러서는, 꿀꺽꿀꺽하고 목구멍을 울리며 호쾌하게 마시기 시작했다.
탐욕이 너무 지나친 거겠지, 나는.
"여자애인데도 식욕이 왕성하네. 그래도 아가야이고, 잔뜩 영양을 섭취해서 무럭무럭 자라야지."
공복에 못 이겨 방금 전의 엄마의 발언을 머리 구석에 몰아넣고 있었지만, 역시 나는 여자애라는 것 같다.
엄마의 발언을 믿는다고 친다면 말이지.
믿을 수 없다.
방금 말한 감상은 그 정도인 것.
부정하기 위한 재료 같은 건 가까이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배가 빵빵한 것 같네? 다음은 하치만이네. 그럼 야즈키마치(八月町)는 침대에서 자려무나."
야즈키마치 그렇게 나를 부르고 있다.
야즈키마치?
아까도 품은 의문이지만, 어째서 내가 하치만이 아닌 거지?
게다가 나를 향해서 여자애라고 말하고......
심상치 않은 사태에 빠져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이 의미 불명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타파할 수단 같은 거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엄마의 말을 믿는다고 하면 갓난아이이다.
성별을 생각하기 이전의 문제.
이런 약하고 무력한 몸으로 뭘 할 수 있냐고.
거기다가 제대로 된 말도 못하고.
사면초가란 이런 것이다.
나에 이어서 내가 아닌 하치만이 엄마의 젖을 빤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라고 감상에 젖는다.
지금 할 감상은 아니라고 자각은 하고 있다.
그렇게 현실 도피를 할 정도로 내 마음은 압박되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앞으로 어쩔까.
방침을 정하려고 해도, 이 몸으로는 자유로운 행동 같은 건 바라지도 못한다.
부모님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지.
다소 어폐가 있는 말투지만, 하시는 대로 당해야지.
기저귀 바꾸는 거나 목욕, 수유도 엄마가 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 내가 뭔가 행동으로 치고나간다니 도저히 무리인 이야기.
희망도 기대도 가질 여지가 없는 궁지에 몰린 순간의 연속.
그 속에서 나는 살고 있는 것 같다.
"아, 아우ー......"
슬픈 감정이 흘러나와버린 건지,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불안한 음색이라는 것을 내 귀로도 들을 수 있었다.
아아, 불안하다.
불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감정.
코마치도 토츠카도 없는 세계에 와버렸다.
상당히 멀리까지 떠내려와버렸다.
이런 세계에서 살아갈 양식을 찾으라고 말해도 곤란하다......
라고는 하지만 자해 같은걸 해도 원래의 세계에 돌아갈 보장도 없다.
거기다가. 거기서, 또 한명의 나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
그녀와의 만남도, 아직 정말로 몇 분 정도.
그렇지만 약간 이상의 정이 솟아버렸다.
육친에 대한 사랑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의 정.
따라서 그녀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소홀히 하면서까지 이 목숨을 끊을 용기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애초에 죽는 것에 용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밥을 다 먹은 하치만을 침대에 돌려놓고, 내 바로 옆에서 잠에 빠져드는――내 인격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뭣하고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잠정적으로 이 녀석을 하치만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나는 여아이고, 게다가 야즈키마치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부모로부터 받았을 이름을 무시할 수도 없잖아?
"잠깐 엄마는 빨래를 걷고 올 테니까 야즈키마치도 오빠야랑 같이 코~할 시간 이란다?"
그 말만을 남기고 코마치를 닮은 미인인 엄마는 거실을 떠나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소리만이 들려온다.
괜히 쓸쓸해지네.....
다른 의지할 사람이 없는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엄마와 떨어지는 것은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옆에 있는 하치만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 자리를 빼앗아 갔다.....라는 건 좀 다르겠지만, 대신하게 되었다는 거랑 비슷한 거다.
그런 상대에게 방심할 정도로 나는 가드가 무르지 않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린애 상대로 진지해지는 것도 바보 같다.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 봐도 초등학생까지는 나도 순수하고 무구한 소년이었지.
그런 꼬맹이를 몸이 기억하고 있지 않는 걸로 비난하거나 경계하는 것도 불쌍하다.
아무래도 나랑 이 녀석은 쌍둥이 남매인 것 같고.....
어느 샌가 정해져있는 설정아래에서 피가 이어진 남매 사이가 대립하는 것도 불효자이고.
거기까지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다.
즐기며 살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고. 부정은 안한다고?
거기까지 사고를 거듭하다보니 졸음이 몰려온다.
꽤나 깊은 수면으로 이끌리고 있다.
미성숙한 뇌에 정신연령 17세인 내 인격이 스며들어있는 거다.
부하도 적지 않다는 것인가――.
느긋하게 있을 여유 따위 없어도, 지금은 잠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깨끗하게 의식을 떨어뜨리고, 남매 사이좋게 아기침대에서 꿈나라로 뛰어든다.
* * *
나라는 의식이 각성한 그 날로부터 세월이 흘렀다.
마치 소설 같은 형편 좋은 시간경과.
하지만 나는 착실히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날들을 걸어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냐고 하냐면, 코마치가 태어나고 야즈키마치(나)와 하치만이 6살이 되었다고 설정하면 알기 쉬우려나.......
어찌됐건 나는 좋든 싫든 이 세계에 정착 해버린 것이다.
아직 애고, 성별에 의한 취급의 차이도 적다.
2차 성징기도 맞이하지 않았으니까, 나 자신도 여자의 몸이라는 자각이 엷다.
여자의 성을 의식하는 정면을 굳이 꼽는다면, 화장실의 이용방법 정도일까?
나머지는 아버지가 코마치를 대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맹목적으로 귀여워해주는 것 정도.
이건 꽤나 중요한 사안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하치만도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는 모습.
그야 아직 어린 소년이고 말이지.
시건방지게 되는 중학생 시절의 나와는 다르게 귀여움도 나이에 맞게 갖추고 있다.
좀 더 말해보자면 나도 하치만에 대해서 애착이라는 것이 솟아버렸다.
오빠라고 까지는 생각되지 않지만 대등한 남매 정도로는 인식하고 있다.
가족의 문제는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역시 언젠가 여자의 몸이 가져올 고뇌라든가 고난이 나타나겠지.
그 때, 나는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아직 모를 일이다.
뭐 그거다.
아직 오지도 않은 앞날의 일을 고민하는 것은 비생산적.
미래 설계 정도는 해둬서 손해는 아니지만, 불안 요소만을 주시하는 것은 큰 손해다.
"야즈키ー? 왜 그래, 머얼리 보고 멍하게."
"응? 아니.....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신경 쓰지 마."
어린 남매끼리 근처 공원으로 향해서, 가지고 온 공을 굴리며 놀고 있다.
하치만과의 놀이 도중에 생각에 빠져있었다는 거다.
솔직히, 표정이 흐려져 있었다.
거기서 하치만(오라비)은 불안한 기색을 느낀 것 같다.
꼬맹이 상대로 걱정을 받는 것도 한심하다.
사회에 나오지 않고 이 이세계에 말려든 나는 17살 이상의 정신으로는 성장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눈앞의 오라비보다는 어른일 터이다.
나이에 고집하는 것도 끈질기지만.
"그것보다 공 던져봐. 어린애일 때는 많이 움직여서 배를 비우고, 밥도 잔뜩 먹어. 무럭무럭 자라는 편이 여자한테 인기 있다고?"
"그다지 인기 없어도 조아. 코마치랑 야즈키가 있으면 나는 만족이라구?"
"저기 말이다...... 여동생한테 인기 있어서 어쩌려고."
아무것도 모르네, 이 오라비는.....
솔직히 말해 바보겠지, 이 하치만은......
나도 전생에서는 코마치 한테서 『오레기』라든가 불리고 있었던가?
"그럼 간다아! 공 던지께!"
"조아쓰, 와라. 그렇지만 얼굴에는 맞추지 말라고? 맞추면 엄마한테 다 일러줄 테다."
"그거는 시러! 여동생 주제에 오빠야한테 너무해!"
"시끄럽네..... 이제 됐어. 얼른 던지라고."
이런 식으로 남매사이도 양호.
이 세계에 적응하고 있는 거다.
내가 이렇게까지 적응 한 것도 코마치의 존재가 있는 덕분.
이번 생에도 해후한 여동생은 정진정명한 천사.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는 아름답고 눈부시다.
그 만면의 미소에서 오는 온기에 둘러싸이는 거다.
어머니의 포옹에 가까운 뭔가가 있다.
나와 하치만 쌍방으로 코마치라는 여동생에게 헤까닥 중.
앞으로도 줄곧 정신 팔려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단적으로 표현해서 평생 시스콘.
그렇게 선언해두자.
코마치가 얽혀있으면 갑자기 사고가 바보가 되어버려.
하지만 이것도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
빼놓을 수는 없다. 내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은 거다.
그 내가 있었던 세계로의 귀환을.
"저기 있자나, 어째서 코마치는 공원에 데리고 오지 않은 거야?"
"그건가...."
남매사이가 좋다고 근처에 소문난 우리들.
그렇지만 이 자리에는 코마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지만, 하치만은 불평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코마치랑 함께 놀고 싶었다.
하지만 병상에 누워있는 코마치를 밖에 데리고 나올 수는 없다.
"잊었냐? 코마치는 감기에 걸렸으니까. 엄마가 옆에 머물러서 간병하지 않으면, 나을 것도 낫지 않아."
"그치만..... 코마치한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시펐어....."
전생에도 그랬다.
초등학교로 올라가기 이전의 코마치는 병약했다.
사소한 것으로 감기에 걸리거나 열을 내거나 해서 양친을 걱정시키고 있었다.
코마치에 대한 부모의 애지중지는 과보호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병약한 딸을 생각코 하는 것이므로, 나중에 하치만에 대한 불우한 취급에도 납득이 간다.
일단 병세가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 불가결.
초등학생이 되고나면 몸도 나름대로 튼튼하게 자라서, 병 없는 건강한 몸이 되는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불안도 적당히 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오라비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코마치에 대한 마음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나도 당시에는 진심으로 코마치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생각했고, 간단히 흘릴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서 밖에서 보고 온 경치나 놀았던 것을 여행담처럼 말해주곤 했던가.
옛날에는 아직 낯선 상대와의 대화로 허둥지둥하지는 않았다.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그룹에게 스스로가 나서서 말을 걸어, 끼워달라고 하기도 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도 뭐, 성장과 함께 우중충해졌지만 말이지.
그런 우려도 눈앞에서 공을 던지려는 동작에 들어가는 하치만 에게는 필요 없겠지.
일단, 내가 놀이 상대가 되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쌍둥이 남매니까 혼자서 따분해 하는 것도 아닌 거다..
고독감도 다소 옅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다.
"아팟!? 너 임마, 얼굴에 맞춰줬겠다?"
의식이 흐트러져 있었는지, 하치만이 던진 볼을 얼굴로 받아버렸다.
고무공이라 아픔은 경미하지만, 왠지 열 받는다.
그 것만을 이유로 나는 분노의 목소리를 오라비에게 향했다.
"미, 미아네. 그래도 야즈키가 바보같이 멍하게 있었던 것도 나빴던걸?"
"칫..... 틀린 건 아니니까 반론 못하겠네."
나를 두려워하는 듯 비통한 표정의 하치만은 얻어맞지 않을까 쫄아 있었다.
뭐, 나는 한번만으로는 오라비를 때린다거나 하지 않는다.
폭력 따위의 것은 휘두른 순간부터 대등한 관계를 버리는 것과 같으니까.
일방적인 폭력으로 상대의 의사를 꺾는 것 따위의 짓거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나는 싸움 같은 거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말이지.
혹시라도 동급생이랑 싸운다고 해도 져버릴지도 모른다.
코마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싸울 의사는 있지만 말이다.
"놀라게 한 거라면 사과할게. 엄마도 말했던 거지만 나는 입이 험하니까. 오라비한테 고압적으로 되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어ー 그러니까 뭐냐? 미안."
"괘, 괜차는데..... 나도 미안. 얼굴에 맞춰버려서....."
풀이 죽은 하치만이지만 솔직해서 좋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녀석은 그다지 없으니까 말이다.
감탄스럽다.
이번에는 내 잘못이 크니까 하치만에게는 나쁜 짓을 해버린 건가......
사과의 표시로 간식인 푸딩을 한 입 나눠주자.
나는 이 오라비가 비참한 추억을 남기게 하고 싶지 않다.
뭐랄까,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망에서 오는 기분?
자신의 과거를 부정할 셈은 아니다.
게다가 내 과거는 하치만(나)의 것이며, 하치만(오라비)의 것은 아니다.
동일 시 하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오빠를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행복 했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 미래를 바라는 거다.
요컨대 조금은 성공한 인생을 보내줬으면 한다.
오만하게도 오빠의 인생에 참견을 하겠다고 말하는 거다.
이왕이면 성가실 정도로 간섭 해주겠어.
싫다고 해도 떨어져주지 않을 거다.
그 정도로 까지 굳은 의지로 맹세한다.
"공놀이, 재개한다고? 놀지 않으면 코마치만 생각나서 침울해 있을 거고. 지금 너 완전 어둠의 자식 같다고?"
"어둠의 자식 아냐!"
부정하는 하치만. 말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어둠의 자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야 눈도 흐리지 않고.
아직 인간의 부패한 부분을 모르는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
친구는 좀 적지만 평범한 애인 거다.
따라서 내 발언은 엉뚱하기 그지없다.
근거 없는 심술궂은 말에 불과하다.
"미안하다고. 나쁜 말해서. 여동생으로써 오라비를 치켜세워주지 않으면 말이지?"
"그런 거 필요업쓰니까, 야즈키는 좀 더 여자애처럼 있어. 모처럼 코마치처럼 귀여우니까."
"귀여워? 그야 뭐, 나랑 코마치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엄마한테 물려받은 미인씨다."
하치만의 지적대로, 용모는 꽤나 축복받았다.
순서가 역전했지만 나는 코마치랑 쏙 빼닮은 것 까지는 아니지만, 자매라고 하면 누구든지 수긍할 정도로 닮았다.
땡글땡글하게 둥근 눈동자, 콧날도 오똑한 작은 얼굴, 가련한 신체에 가는 팔다리.
덤으로 머리에서 뿅 하고 뻗어 나온 하나의 바보 털.
외관상의 공통점은 많다.
하치만(오라비)도 그런 나를 잘 따르고 있다.
듣자하니 피가 이어지지 않아있었다면 결혼하고 싶었다던가.
코마치에 대해서 만이 아니라 나를 향해서도 시스콘을 발휘할 줄은....
참으로 절조 없는 오라비다.
나도 영 싫지만은 않다.
오라비를 남동생처럼 귀여워하기도 하니까.
같은 이불에서 자거나, 같이 목욕하러 들어가서 등을 서로 씻어준다거나.
이 정도의 나이라면 이상하지도 부자연스럽지 않기도 하고, 뭣하면 고등학생이 되고 계속되어도 상관없다고 느끼고 있다.
일종의 브라콘?
아니, 그 자체이다.
"저기 야즈키? 만약에 나한테 친구 안생기면, 그 때는 옆에 있어줄래?"
"친구가 있든 없든 나랑 오라비는 남매니까 말이지. 아마 사회인이 될 때까지는 같은 집에서 살고, 옆에도 있겠지? 약속 할 것도 없다."
"그런 거야......?"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흔들리는 시선.
아아, 그런가.
이 녀석은 확실한 형태로 약속을 맺고 싶은 거겠지.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으니까 증거를 원해.
어리기 때문에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평행세계의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고는 읽기 쉽다.
그렇다면 그 불안을 깔끔하게 해주는 것이 가족의 정이라는 거다.
낯간지러운 소릴 하지만, 과거의 나도 코마치 에게라면 그렇게 해줬을 터.
여기서도 똑같다.
"알겠다. 그런 거라면 약속해줄게. 가족이라든가 그런 관계는 일절 빼고서 말이다. 나는 오라비의 곁에 있어줄게. 코마치 만큼은 아니지만 오라비에게도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으, 응! 고마워, 야즈키!"
나 치고는 그거 한 텐션으로 약속 해버렸지만, 한 순간의 기세로 내뱉은 말이라고는 하지만 약속을 나눈 것이다.
지켜야할 의무가 발생해버렸다.
그렇지만 피가 이어진 남매.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것이 이미 있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낙관 시 해도 문제는 없겠지.
싱글벙글한 얼굴의 하치만(오라비)의 감격한 포옹을 받고, 자신의 미래의 전망에 마음을 떨쳐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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