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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르게도 이 세계에서 보낸 시간이 몇 년인가 경과했다.

 

현재는 초등학교 3학년.

 

결국, 유키노시타 가는 그림자도 형태도 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 이사도 하치만군 집의 옆의 토지를 사서 집을 짓는 걸로 끝났다.

 

그렇다.

 

하야마 댁과 히키가야 댁은 바로 옆집.

 

오고갈 수고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근거리가 되었다.

 

 

양가의 부모님은 나와 하치만군이 친하다는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맞벌이 동지인 하야마 가와 히키가야 가들은, 집을 비우고 아이에게 집 보기를 시키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나와 하치만군. 그리고 여동생인 코마치짱과 함께 두는 일이 많았다.

 

요컨대 부모님들이 부재일 때는 내가 히키가야 댁에 놀러가서 함께 집을 봤다.

 

가정부씨도 나를 돌보는 일이 직무에서 생략되어 일하는 게 편해졌겠지.

 

 

집이 가깝다면 학군도 마찬가지.

 

초등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하치만군과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낸다.

 

어렸을 때 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소꿉친구의 관계.

 

뭐라고 할까 남매에 가까운 사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토코짱. 간장 좀 집어 줘."

 

"자, 여기."

 

"엉, 고마워."

 

 

히키가야 가의 아침 식탁을 나와 하치만군, 코마치짱이 둘러앉는다.

 

테이블 위의 간장을 건네주고 생선 조각에 간장을 부었다.

 

출근이 빠른 그의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하치만 군의 어머니가 만들어두고 간 아침식사를 다 함께  젓가락으로 쪼아 먹었다.

 

아이들만 있는 이 집. 편하게 지내주고 있다.

 

 

"언니야!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놀아주꺼야?"

 

"평소랑 같아. 뭐 하면서 놀고 싶어?"

 

 

너덜너덜하게 젓가락으로 음식을 어지럽히면서, 노는 걸 조르는 코마치짱.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하치만군과는 달리 동성 이성 불문하고 친구가 많다.

 

때때로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는, 나와 하치만군을 함께 소꿉놀이에 참가시켜주고 있다.

 


나도 성별 관계없이 친구는 많다.

 

하야토였던 무렵부터 그랬고, 하토코인 지금도.

 

 

"소꿉놀이가 조아ー! 오빠야도 가치 하자?"

 

"알고 있어. 어차피 나는 또 학교 성적 나쁜 아들역이겠지? 하토코짱은 언제나 상냥한 엄마 역할인데."

 

"괜차나ー. 코마치가 즐거우면, 오빠야도 즐거운걸."

 

"하하, 맞네. 그렇지, 하치만군?"

 

"멋대로 정해버리고.... 뭐, 코마치는 내 여동생이고 어쩔 수 없겠네. 오빠는 여동생의 고집을 들어줘야지." 

 

 

훌륭한 오빠 정신.

 

이 세계에서도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소년은 여동생에게 무르다.

 

간식인 푸딩을 뺏어먹어도,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부숴도 주의정도는 해도 그는 화내지 않았다.

 

하치만군의 옆에서 몇 번이고 눈에 들어온 광경.

 

불우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코마치를 위해서라며 참는 하치만군은 형제가 없는 내가 봐도 오빠의 귀감이라고 느껴졌다.

 

 

"왠지 잘난 척이 심해. 상냥하구 이쁜 언니야를 본받아줘."

 

 

이와 같이 나는 코마치짱에게 [언니야] 라고 불린다.

 

하치만군과 소꿉친구이듯 코마치짱도 소꿉친구.

 

옆집에 사는 언니라는 지위였지만.

 

하치만군에게 [내 여동생인 코마치다.] 라고 소개되고는 금세 사이가 좋아졌다.

 

어딜 가도 오빠에게 찰싹 붙어있던 코마치짱 이었지만, 순식간에 내게도 종종걸음으로 귀여운 발소리를 내며 쫒아오게 되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나도 그녀를 내 여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생(아직 하야토로서 죽었다는 생각은 없지만)에서는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던 코마치짱과, 이렇게도 사이좋은 가까운 사이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치바 마을의 건으로도 직접 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세계가 바뀌어 인간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는 건가.

 

 

"시꺼. 누군가에게 한소리 들었다고 자신을 굽힌다면, 내가 나로 있을 의미가 없어."

 

"므으ー..... 무슨 소린지 모르게써! 오빠야는 괴팍이!"

 

"그보다, 잘도 그런 말 알고 있네? 나같이 독서가인 것도 아닌데."

 

"엄마야가 [오빠도 코마치처럼 솔직한 아이라면 좋겠네. 저런 아이를 괴팍하다고 한단다?] 라고 말했는걸!"

 

 

아이는 부모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거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귀에 남아있으면 입으로 내본다.

 

코마치짱의 경우, 하치만 군이라는 오빠의 상을 괴팍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콕 집어낸 인물상이네.

 

하치만군도 도대체 왜,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인생의 빠른 시기에 삐뚤어져 버린 걸까.

 

그다지 그에게서 눈을 떼고 있지는 않았는데.

 

 

"이러니까 어린애는. 쓸데없는 거 기억하지 마."

 

"하치만군이야말로 쉽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못된 짓도 하고 있고."

 

"그런 적 없는데?"

 

"코마치짱의 앞인 여기서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말야. 좀 질릴 정도로 하고 있는데."

 

 

전자에 대해서는 편하게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방과 후 교실 청소나 당번 일을 빼먹는 다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손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청소 시간.

 

빗자루질을 해서 쓰레기를 모으고는 있지만, 먼지하나 남기지 않는 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쓰레기를 처리할 뿐.

 

얼핏 봐서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만 청소를 하지 않는다.

 

더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달까....

 

 

후자에 관해서는 심부름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치만군은 어머니에게 심부름을 부탁받으면, 당연스럽게 물건을 사오는데.

 

가능한 한 사오도록 부탁받은 품목을 싸게 살 수 있는 가게를 찾아, 차액 분을 꿍치는 것이었다.

 

영수증을 일부러 버려서 거스름돈을 빼돌린 것이 걸리지 않도록 빈틈없이.

 

나쁜 쪽으로 지혜가 발달하고 있다.

 

청소시간도, 심부름을 갈 때도, 언제나 어디서나 함께 있으니까 잘 알고 있다.

 

 

좋은 곳도, 나쁜 곳도――.

 

 

"아― 정말. 하토코짱은 우리 엄마야? 뭐하자는 거야?"

 

"괜찮아? 그런 말 해버려도.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면 나도 너랑 멀어져 버릴지도 몰라."

 

"읏..... 날 협박하는 거냐?"

 

"아아, 협박하는 거라고 생각 해주는 건 기뻐. 나 따위라도 너에게 특별취급 받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입 밖으로 내지 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라고."

 

"변함없이 솔직하지 못한 걸?"

 

 

옛날에 약속한 대로 그는 나를 계속 좋아해주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남녀 간의 연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친구로서, 절친으로서, 소꿉친구로서 좋아한다.

 

LOVE가 아닌 LIKE.

 

그렇지만 수줍은 듯 집게손가락으로 뺨을 긁는 행동은 소년의 순수함이 나타나서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아직도 나는 그에게서 치유라든가 마음의 안정감을 얻고 있다.

 

나 또한 하치만군을 특별한 존재로서 보고 있는 걸까?

 

 

"후우..... 이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하나만 말해두자면 말이다. 그..... 뭔가 내가 나쁜 게 있다면 고칠 테니까. 그러니까 뭐냐.....? 아―............뭐랄까. 싫어하지 말아줘."

 

"옷, 순순해지지 않았어?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제 와서 너를 싫어하게 된다거나 하지 않아. 조금이라면 눈감아줄 거고, 놀라기는 하겠지만 떠나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해주니 안심되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다른 사람의 싫고 좋음에 민감해질 시기인가.....

 

이 나이대가 되니 유아처럼 이사람 저사람 신경 쓰지 않고 함께 논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궁합이라는 것이 강하게 교우 관계에서 나타난다.

 

그도 놀이 상대를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겠지.

 

초등학생 생활 3년째가 되고도 나 외에는 친구가 없는 그도 필사적이 되는 것이 수긍이 간다.

 

나 역시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진구는 하치만군 밖에 있지 않다.

 

다른 애들도 사이는 좋고, 함께 놀기는 한다.

 

그렇지만 매정한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사이가 좋은 것과 소중한지 어떤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빠야? 정말로, 지금부터 잘하지 않으면 언니야에게 버려질 거야? 코마치도 언니야가 없어지는 건 싫은걸."

 

"라는데? 어쩔래 하치만 군."

 

"칫.... 알겠어 알겠어. 성실하게 하라는 거지?"

 

"나나 코마치짱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성실하게 하는 거야."

 

"조건이 엄하네..... 내 자유를 빼앗지 말아줘."

 

"나랑 코마치는 속박이 강하지 말야. 참아, 친구잖아?"

 

"이럴 때만 친구를 강요하지 마. 랄까 친구라는 건 부정하지 않고, 듣기 좋지만."

 

"수줍어하는 거?"

 

"........몰라."

 

 

심술쟁이랑은 조금 다르다.

 

완고하게 본심과는 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때때로 이렇게 본심을 토로한다.

 

거기에는 그의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감출 수 없는 기분을 과시해대서는 나도 그에게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하야마 하야토처럼 겉보기만을 추구하는 것보다도, 진실 된 자신을 추구하는 것에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기쁨을 느껴서――.

 

이렇게 말해버리면 좀 그런 느낌이 들지만, 의존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공의존 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것보다 밥 먹어. 등교시간 다됐어."

 

"아, 말 돌렸다. 간격 있지 않았어?"

 

"너..... 몰래 따라다니거나 하는 짓은 하지 말어라"

 

"괜찮아. 네가 얼마나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다녀도 나는 싫어하지 않을 거니까. 그 뿐일까 호감이 생길걸."

 

"하토코짱은 뭐랄까..... 별난 사람이지?"

 

"자각은 있어. 하치만군과 코마치짱의 앞에서만 이라지만 스스로를 나(俺)라고 부르고. 너 같이 칠칠맞은 남자애랑 소꿉친구로 있어주고 있고."

 

 

달관하고 있다고 어머니에게 듣고 있다.

 

주위의 아이들에게도 어른스러워서 언니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담임교사에게도 모두의 중재역으로 여겨지고 있고...........

 

보통은 아니겠지.

 

그래서 하치만군이 말하는 것처럼 별난 사람.

 

그렇지만 별난 사람인 나와 괴짜인 그와의 궁합은 좋은 듯.

 

하야마 하야토와 히키가야 하치만으로서는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은 같더라도, 인간성은 정반대.

 

극과 극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하야마 하토코와 히키가야 하치만으로서는 뭔가 실수가 일어난 것처럼 서로 끌려 만나버렸다.

 

나쁘지만은 않을 터.

 

 

나는 하치만군의 마음 본연의 자세.

 

인품에 매료되었다.

 

상냥하지만 삐뚤어져 있는 귀찮은 성격이 좋다.

 

겉보기만 꾸민다거나 주위에 휩쓸리지 않는다.

 

자신을 가질 수 있는 방법.

 

그 어느 것도 전생의 나에게는 없었던 것.

 

없었던 것.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이 하치만군에게 심취하고 있는 걸지도.

 

 

"말이 심하네.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고?"

 

"기분 상했어? 칠칠치 못하구나 라고 했으니까."

 

"별로...... 하토코짱에게 들어도 새삼스러운 느낌이겠지. 랄까, 싸움 자체를 거의 안하지? 우리들은."

 

"그건 내가 어른이니까야. 어른은 아이에게 진지해지지 않아."

 

"연상인 척 하지 마. 생일이라면 내 쪽이 한 달은 빨라."

 

"그런 얘기가 아니지만 말이지이. 응. 태어난 날을 신경 쓰는걸 보니 아직 멀었는걸."

 

 

내 쪽이야 말로 아이를 상대로 말로 구워삶으려고 기를 쓰고 있다.

 

라기보다도 농락하고 나서 우월감에 잠기고 있는 어른스럽지 못함.

 

만에 하나 그가 내 본성을.

 

내용물을 알게 되어버린다면 어떻게 생각할까나?

 

겉보기는 여자아이인데 정신은 남자고교생.

 

대대적인 여장 취미다.

 

변태 취급 받으면 진심으로 울어버릴 것 같아서 절대로 스스로 입으로 내지는 않을 거다.

 

쭉 숨겨서 넘어갈 셈이다.

 

 

"이제 말야, 하토코짱이 누나인걸로 됐어. 아침부터 지친다."

 

"양보하지 말아줄래. 이래서는 내가 주장을 양보당한 것 같잖아? 이쪽이 어린애 같아졌다고."

 

"아ー 네네. 좋을 대로 해석해줘. 오빠인 나는 여동생에게 상냥해. 그리고 남동생인 나는 누나에게도 관대한 마음을 보여줘. 그런 걸로 된 거지?"

 

"납득이 가질 않네."

 

 

진 기분이 든다.

 

지고 싶지 않은 유일하게 생각하는 상대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어이없는 승부.

 

언제 시작했는지도 알 수 없는 싸움에 나는 지고 말았다.

 

이 승부정신이야 말로 아이 같음을 나타내는 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애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사회에 나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애한테 져버린다면 정신연령이 올라가기는커녕 퇴행하는 게 당연했다.

 

보이는 그대로의 행동하는 것도 요즘 들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차라리 아이로서의 자신을 용인하려고도 했다.

 

그 쪽이 편하니까 라고.

 

묘하게 하치만군에게 대해서는 연상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그를 본받아서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써 볼까나?

 

못난 인간의 본보기 눈앞에 있겠다.

 

 

"잘 모르게찌만, 언니야? 오빠야처럼 되면 떽! 이야!"

 

"엄마야, 혼나버린 걸까나? 알겠어, 마음속 깊이 새겨둘게. 하지만 나도 꽤나 적당한 부분이 있으니까 말야. 하치만 군 정도는 아니지만, 편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그쪽을 고르고 싶어."

 

"혹시, 오레기에게 무슨 소리 들은 거야?"

 

"듣지 않았어. 하지만 하치만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위에 영향을 줘버리니까."

 

 

여기서 말하는 주위란 나. 친구라고는 전무한 그에게 영향을 받는 것은 소꿉친구인 나뿐이다.

 

 

"어이 그거, 히키가야균 말하는 거 아니겠지? 요 근래, 반에서 유행하는 그거 아니겠지?"

 

"싫은 걸 떠올리게 해버린 걸까나? 그렇다면 미안해."

 

 

히키가야균――.

 

반의 남자들 사이에서 이전에, 단기간이지만 유행했던 병원균.

 

병원균 취급받은 하치만군은 조금이지만 마음에 상처를 받아버리고 말았다.

 

이래 뵈도 나는 반에서도 인망이 있다.

 

[그런 거 좀 싫네?] 라고 말해봤더니 즉시 하치만군 괴롭히기는 가라앉았다. 

 

상심한 하치만군을 위로해준 것은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히캐구리 라는 별명이 생겨버렸지만.

 

어제는 히캐구리에서 문자를 생략해서 구리라고 불리고 있었던가.

 

[구리―! 이제 돌아가구리?] 라든가 외치고 있었던 남자에게는 화가 났다.

 

전처럼 온화한 성격이 아닌 나다.

 

무슨 수를 써서 복수해주고 싶다.

 

 

"어이 하토코님아? 왜 그래. 그런 무서운 얼굴 하고."

 

"에?"

 

"멍 때리고 있네. 아침부터 그래서는 너답지도 않아."

 

"그런 얼굴 하고 있었나?"

 

"했었어. 그건 뭐 예쁜 얼굴이 찡그러져서 볼품도 없었지."

 

"부끄럽네에. 면전에서 예쁘다니."

 

"칭찬했지만 그렇지도 않아. 자만하지 마라?"

 

"농담이야. 죠크 정도는 나도 하는 거야."

 

"얘기를 도중에 끊어먹고서는....."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의도치 않게 표정을 무섭게 하고 생각에 빠져있었다.

 

저도 모르게 하치만군에게 지적되어서 그만 얼버무린 셈.

 

답지도 않은 장난으로 응해버려서, 우스꽝스러움에 웃음이 절로 세어 나왔다.

 

 

"응........ 웃었나. 그러네, 너는 미소가 제일 어울려. 우는 것 보다는 만 배는 나아."

 

"천연 지골로? 날 꼬시고 있는 거야?"

 

"달라. 일일이 말하는데 표현을 지적하지 마. 게다가 내가 하토코짱을 꼬실 필요성이 있을까?"

 

"없어. 왜냐면 하치만군은 6살 때, 내게 결혼을 청했으니까 말야? 나도 그걸 흔쾌히 받아들였고."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거냐고..... 아ー..... 옛날 일이지만 어째서 그런 걸 말해버린 걸까. 계속 장난칠 소재로 써먹힐 거 같은 원인을 제공해버렸다."

 

"하하, 나도 보기보단 고약한 여자야. 네 앞이니까 보여줄 수 있는 본성이야."

 

"다른 녀석들이 본다면 환멸 하겠지?"

 

"하라고 해. 우상과 이상을 강요받는다고 해도 나도 거북하기 짝이 없고. 역시 네가 아니면 안 되겠는걸. 나는."

 

 

애초에 내가 마음을 놓는 상대는 부모님과 코마치짱을 제외하면 그 뿐이겠지.

 

불평은 하겠지만 거절하지 않는 그는, 내 언동 전부를 받아준다.

 

부끄러워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공의존 하고 있는 근거는 날마다 축적되어간다.

 

히나가 제창하고 있던 것처럼 [하야X하치]가 되는 것은 어찌 되었던 간에, 적어도 이별이라는 결말은 바라지 않는다.

 

계속 곁에 있을 수 있다면 호모든 게이든 좋을 대로 불러도 좋아.

 

우리들은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거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다.

 

 

"코마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오빠야랑 언니야가 혼약하고 있는 거. 아빠랑 엄마도 말야. 언니야가 오빠야의 신부로 오는 걸 대환영 하고 있었는걸."

 

"어, 어라? 아저씨랑 아주머니께도 알려져 있었구나? 몰랐네. 나는 아버지랑 어머니께 말하지 않았는데."

 

"미안. 나도 꼬맹이였으니까 의미도 모르고 엄마한테 말해버렸어. [하토코짱이랑 결혼 하는 약속을 했어!] 랬나 뭐랬나..... 아마도 하토코짱의 부모님께도 말이지....."

 

"정말.....? 이상하네, 아버지도 어머니도 특별히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일부러 이사할 곳으로 히키가야 가의 옆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버지들은 하치만군을 사위 후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일중독 인간에 세간의 체면을 신경 쓰는 우리 부모님들이니까 결혼 상대도 집안을 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잘못된 생각이었는 듯하다.

 

자기들의 자식이 남자애냐 여자애냐에 따라 기대하는 것이나, 주어지는 것이 다른 거겠지.

 

즉 여자아이――딸로서의 자식이라면 본인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 한다.

 

딸이 바라는 결혼 상대를 승낙해주고 싶다. 그런 것이다.

 

거기다 나도 아이가 말하는 거니까 라고 청혼을 승낙했던 적이 있으니까.

 

인과응보. 자업자득.

 

스스로 초래한 나쁜 결과.

 

 

현재는 하치만군을 놀리기 위한 약점으로써 쥐고 있을 셈이었지만,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요인이 되어있었을 줄이야.

 

운명공동체라니.....

 

 

"하아..... 벌 받은 걸지도 몰라."

 

"나랑 결혼하는 게 말입니까ー? 우와..... 내가 말했지만 울 거 같아."

 

"아냐. 하치만 군을 벌 취급하다니, 그거야 말로 벌 받을 짓이야."

 

"이제 그만하자 그만. 아직 우리들은 결혼을 의식할 나이도 아니잖아? 요즘 결혼 사정을 보면 30대에 겨우 결혼하는 것도 평범해지고 있어. 초조해 할 시기 따위가 아닐 텐데."

 

"아아 그렇지. 으음....그런 거야?"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라사에 혼기를 놓쳤다고 한탄하고 있었던 것 같은.....

 

뒤쳐진 인생에 절망을 안고 있었던 듯.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려나.

 

내용물은 남자. 그에 비해 몸은 여자아이.

 

애매모호한 성별.

 

본질적으로는 남자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지만....

 

피가 이어진 육친인 아버지들은 나를 여자아이로서 보고 있다.

 

딸로서 정중하게 취급할 정도다.

 

나 혼자 이의를 주장하려고 해도 들어주지도 않겠지.

 

아아 그래도, 하치만군이 말하는 것처럼 결혼을 의식하는 것은 시기상조인가.

 

 

내가 우ー우ー 신음하고 있자 하치만군은 다 먹어서 빈 식기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야기에 열중하다 시간이 지나버려 식기를 씻을 여유는 없어서 물에 담가놓기만 할 뿐.

 

다녀와서 씻어둬야지.

 

 

"그럼 하토코짱, 코마치. 이제 슬슬 집에서 나가자. 사고 안당하게 조심하고. 그리고 변질자."

 

"변질자?"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고 할 때 그런 것을 하치만 군이 이야기 했다.

 

세상에 넘쳐나는 불행의 대표적인 예로서 주의를 요하는 것은 알겠지만, 변질자를 예로 드는 것은 어째서지?

 

신경 쓰인다는 식으로 시선을 맞추자 그는 곧 입을 열었다.

 

 

"아니 말야, 코마치는 귀엽잖아?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솔직히 부끄럽지만..... 하토코짱도 외모는 굉장히 예뻐. 그 근방의 남자가 손을 댈지도 모르는 위험성이 있지."

 

"또 칭찬 해주는구나? 너도 헌팅남이네."

 

"진지하게 들어. 결혼 운운은 차치하고. 나는 하토코짱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가족의 불행을 도대체 누가 바란다고 하는 거냐고? 

 

"놀랐어.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내니까 무슨 소린가 했더니.... 진심으로 걱정 해주는 거네? 

 

응. 그거 하토코적으로 포인트 높아."

 

"뭐시여, 그 포인트제는?"

 

"코마치짱이 그런 식으로 말하길래? 빌려 봤어."

 

 

처음 듣는 다는 듯한 그의 태클는 재빨랐다.

 

나도 꽤나 이 세계에 익숙해졌고 물들어왔다.

 

리듬감 있게 엉뚱한 짓 하는 것도 기억해뒀고, 하치만군의 남자아이 특유의 바보 같은 행동에도 어울려주고 있다.

 

만담 비스무리한 것도 밤낮과 안팎을 불문하고 하고 있다.

 

 

"와아ー? 오빠야랑 언니야의 부부 만담이다!"

 

"어이어이 코마치짱? 착각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오빠야가 쓰는 말, 어려우니까 코마치 모르겠어."

 

"형편 좋은 무지구나, 어이....."

 

 

실제로 하치만군이 쓰는 말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

 

그러한 성장의 방향성에 본보기가 된 것은 역시 나의 존재가 크다.

 

내가 쓰는 말투는 전생을 이어받고 있다.

 

남매나 다름없는 소꿉친구로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우리들이다.

 

함께 있었던 시간만큼 그에게 준 영향이 많다.

 

환경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의 성장 정도를 정하는 듯.

 

 

"그 뭐냐..... 주의하라는 거다. 등하교는 우리 셋이 함께고, 남자 일손도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남자 일손? 미안, 어디에 남자 일손이 있는 거지?"

 

"어이. 내가, 남자입니다만."

 

"아아, 등잔 밑이 어두웠네. 너는 남자 아이였지. 거리가 너무 가깝다 보니 눈치를 못 챘네."

 

"슬프지만 나쁘진 않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다는 거지."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쪽 얘기다. 신경 쓰지 마라."

 

 

가끔씩 이지만 그는 이렇게 나와의 사이를 의식하는 발언을 한다.

 

도저히, 조금 전에 결혼을 의식하는 시기가 아니라고 했던 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도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해서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피하고 있지만――.

 

긴장을 풀면 가족의 의견에 휘말려 정말로 하치만군에게 시집갈지도 몰라.

 

가능성을 부정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높을 정도.

 

 

진로지망 조사표에 '전업주부'라고 썼다는 소문이 들리는 남자의 평행세계의 동일인물.

 

요주의다.

 

나의 장래희망 직업은 변호사나 의사니까 말야.

 

만약 하치만군과 부부가 된 경우에는 내가 먹여 살리는 역할을 맡을 테니까.

 

 

...... 아니, 그 이전에 뭘 진심이 된 거야....나는?

 

남자끼리 결혼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거면 히나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텐데.

 

뭐가 슬퍼서 자신의 정체성이 붕괴하는 듯한 것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가 자신을 알 수 없게 되어 잃어버릴 것만 같아진다.

 

 

"또 그렇게 아까처럼 어두운 얼굴로 돌아간 거야? 참 바쁘네, 하토코짱은."

 

"여자 아이는 이것저것 있는 거야."

 

"스스로를 나(俺) 라고 부르는 여자가 무슨 소릴 하는 걸까나?"

 

"틀림없네. 내가 한 말이지만 소름 돋았어."

 

 

스스로를 여자아이라고 인정하는 듯한 발언에 혐오감이 솟는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여자아이 같은 행동거지, 하치만군 앞에서는 본성을 드러낸다.

 

이중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야마 하야토라는 확고한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버린 것은 어리석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뭐어 겉보기는 귀여워 겉보기만큼은."

 

"악의가 있는 말투구나?"

 

"성격이 나쁘잖아, 하토코짱은."

 

"괜찮겠지? 나, 귀여우니까. 결점 정도는 눈감아주는 거야. 그걸로 단점은 상쇄했지."

 

"스스로 자신을 귀엽다고 말하는 여자는 귀엽지 않다고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하토코짱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통설이구만. 그런데.... 왜 얼굴이 빨개진 거야?"

 

"스스로의 발언에 부끄러워져서 말이지..... 네 탓이라고? 하치만군 때문에 나는 바보가 되어버렸어."

 

"뭐야 그게. 마치 내가 바보처럼 들리는 말투구만."

 

"달라?"

 

 

소꿉친구 상대로는 한없이 허물없다 랄까.

 

나중에 사과해두자.

 

일부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적당한 말로 얼버무렸다.

 

그렇게 비슷한 대화를 몇 번이고 해왔다.

 

그 이상 추궁도 없고, 어깨를 떨구고 [나는 바보였는가....] 라고 감회가 깊다는 듯 중얼거리고 있다.

 

슬픈 분위기는 아니고 이전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던 듯 자각을 떠올린 듯한 모습이었다.

 

 

"자..... 가자? 손 내밀어."

 

"응? 왜?"

 

"떨어지면 안 되니까. 손을 잡고 있으면 그럴 걱정 없어."

 

 

이미 하치만군과 코마치짱은 손을 잡고 있다.

 

 

"나랑 하치만군이랑?"

 

 

사이에 코마치짱을 끼고 셋이서 손을 잡는 거라면 아직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나와 직접 손을 잡고 싶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친구가 적다.

 

나뿐이다.

 

그런 그가 이성(나는 지금도 남자이려고 함)에게 손을 잡고 싶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도 성장?

 

나도 소꿉친구로서 그를 지켜봐왔지만, 모르는 사이에 남자아이가 되어서는.....

 

감동에 가까운 감정이 눈동자에서 흘러넘친다.

 

 

"좀, 왜 울고 있는 건데? 혹시 싫었나? 그렇게 나랑 손잡는 거에 거부감이 있는 거야? 그럼 됐어. 코마치랑 손 잡아주면."

 

"아ー? 오빠야가 언니야를 울렸다! 엄마야 한테 일러바칠 거야!"

 

"아니 기다렷, 코마치! 지금 건 불가항력이잖아?"

 

"여자아이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죄짓는 거라고 엄마야가 말했는걸."

 

"또 엄마냐고. 엄마쟁이네, 코마치는. 아빠는 그렇게 싫어하면서."

 

"이제 나, 말해도 될까나? 우는 거 아니니까? 괜찮으니까 말야?"

 

 

방치당하고 있어서는 하치만군이 코마치짱에게 미움 받을 수도 있다.

 

가정의 불화를 초래하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냐.

 

언제였던가 코마치짱과 얼마 안 되는 싸움을 하고 침울해져 있을 때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푸념을 들어줬다.

 

상당히 수고가 들었었지.

 

남매의 화해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 집에 하치만군을 눌러 붙게 해서 회복할 때까지 위로의 말을 끝없이 해주게 되어서..... 귀여웠지.

 

 

"그렇다는데, 코마치? 오빠는 무죄야."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만약 진짜루 언니야를 울려버리면, 이번에는 코마치가 오빠야를 울릴 거니까? 알고 있어, 오빠야는 코마치가 제일 싫어 라고 말하면 울어버린다는 걸."

 

"구......"

 

"코마치짱? 자기 오빠를 너무 괴롭히면 안 되는 거야. 나도――언니도 슬퍼지니까."

 

"으―응. 언니야가 그러케 말한다면야. 코마치는 그걸로 됐지만."

 

"코마치짱은 상냥하네? 자, 하치만군. 이제 여자 아이를 울리면 안 된다? 스스로가 울어버릴 처지가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야."

 

"왜 내가 나쁜 것처럼 된 거? 남자라는 것만으로 중죄야?"

 

 

원망스러운 듯한 시선을 보내오지만 전혀 무섭지 않다.

 

위협도 되지 않아.

 

진심으로 겁주려는 생각은 없는 건가.

 

그는 언제나 나를 걱정 해준다.

 

내가 만약, 처음부터 여자아이로서 태어났다면 반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하치만군이랑 소꿉친구가 된다는 비전은 없지만.

 

 

"자, 보상이야. 내가 손을 잡아줄게."

 

"에........?

 

 

대답하자마자 그는 내 손을 살며시 잡아 손가락을 얽었다.

 

그 손을 쥐는 방법――흔히 말하는 연인 손잡기가 아닌가?

 

하치만군은 돌연 대담해질 때가 있다.

 

삐뚤어져 있다고만 생각했더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달까.... 솔직 하달까....

 

덤으로 따듯함이 느껴지는 상냥함.

 

성격도 다른 사람에게는 취향을 타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매력적.

 

우량물건이다.

 

 

"고마워......."

 

"왜 고마워하는 거야? 이상한 애구나."

 

"이상하다구, 나는? 이상하니까 네 곁에 있어. 뭔가 불만이라도?"

 

"아니, 불만은 없어. 아침부터 말하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역시 나, 하토코짱이 좋아."

 

"좋아한다니 정말...... 아침부터 뭐라고 지껄이는 걸까나."

 

"아ー? 언니야 부끄러워 하는 거? 얼굴 새빨갛다구?

 

 

얼굴이 뜨겁다.

 

안색도 코마치짱이 말하는 것처럼 새빨간 거겠지.

 

어째서 남자애 상대로 갈팡질팡 하는 걸까......

 

정신은 남자라도 뇌구조는 여성의 것이니까?

 

정신은 육체에 이끈다――.

 

나는 이끌기는커녕 끌려가는 기세지만, 여자아이다움에 박차를 가해 간다.

 

이것도 다 하치만군의 탓이다.

 

 

요 근래는 책임 전가가 많은 듯.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다른 사람에게 억지부릴 뿐이다.

 

 

예를 들어 고2의 수학여행.

 

토베와 히나의 일건으로 무리한 역할을 히키가야에게 맡겨버렸다.

 

그 사건이 커져서, 안 그래도 문화제때 사가미양과의 일로 주위에서 나쁜 소리를 듣고 있던 그를 싫은 눈으로 보여지게 만들고.....

 

 

"어이 착각하지 말라고? 좋다 라고 해도 친구로서니까?"

 

"수줍어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튕기나?"

 

 

전생에서 히키가야가 교실에서 애독하고 있던 라노벨이라는 읽을거리에서 얻은 지식을 선보인다.

 

한 번 라노벨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부탁했더니, 시원스레 빌려줘서 말이지?

 

 

"하토코짱은 그쪽 문화도 괜찮아?"

 

"피부 노출이 많은 여자아이가 히로인인 작품? 네 방의 책장에 진열된 조금 야한 만화나 소설을 말하는 거야?"

 

"......코마치의 앞이다. 자중하라고....."

 

 

초등학교 3학년에 라노벨의 세계에 빠져드는 그는 장래유망.

 

나라는 미소녀인 소꿉친구를 두고도, 이차원의 귀여운 여자아이를 바라는 점은 질투를 해버린다.

 

나도 독점욕이 강하다.

 

그도 대체로 나를 잡아두고 싶어 하지만,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네.

 

우정에 성별은 관계없어.

 

그러니까 나도 그를 친구로서 정말 좋아한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선언하자.

 

 

"하치만군――. 정말 좋아한다구?"

 

"아――응..... 고마워. 헤헤...."

 

 

어라? 생각하던 반응이랑 다르다.

 

심술쟁이 정신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직설적인 솔직함에 눈을 사로잡혔다.

 

얼굴을 돌려서 보이는 옆모습.

 

입가가 올라가 있다.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는 정직함.

 

내가 하치만군을 그렇게 되도록 키운 거야.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고?

 

 

"아ー앗! 보여주고 있네요오ー! 뜨거워라!"

 

"코마치. 아침부터 소란스럽다고? 이웃집에 폐야"

 

"그 이웃집은, 여기 있는 언니야잖아?"

 

"나랑 닮은 어거지도 부리고.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지금 스스로 말했지? 역시 하치만군은 바보네."

 

"칫.... 맘대로 해."

 

 

보복할 생각인지 잡은 손의 힘을 늘려왔다.

 

하하,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기쁘다고?

 

그의 존재를 좀 더 느낄 수 있어.

 

머리가 의심되는 발언을 했지만 깊은 의미는 없다.

 

그저 친구란 좋은 거구나 라고 느꼈다.

 

하야토 시절에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의 친구는 없었고......

 

말투는 위태롭지만 그가 첫 남자. 아아니,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음란한 냄새가 풍기지만.

 

알기 쉽게 친구라고 말할까나?

 

유키노짱과는 도중에 소원해졌기 때문에 후회했다.

 

 

"이제 뛰지 않으면 지각이야. 서두르자? 그래도 신호는 지키고."

 

"성실하구나?"

 

"엄마한테 그렇게 교육받은 거야. 자전거 둘이서 타기도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더라?"

 

 

플래그를 세우는 듯한 한마디.

 

미래,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등하교 때 그의 자전거 뒤에 얻어 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부정으로 시작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좀비영화 같은 플래그 세우기를 마친 그는, 어쩌면 이 세계 전체를 구할 대규모 서사시의 배우일지도 모른다.

 

필시, 입장 적으로 내가 히로인 취급 받겠지?

 

수요 없는 러브코메디 겠지만.

 

 

"코마치도 서두른다고 해서 발밑에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마? 너는 잘 넘어져서 울어버리니까."

 

"오빠야. 언니야에게도 뭔가 할 말 없어?"

 

"우, 알고 있어. 하토코짱――. 다치지 말라고?"

 

"아아――. 너도 말이지?"

 

 

떠들썩한 아침의 한 장면.

 

내게 있어서는 아무런 특색도 없는 일상.

 

하지만 사랑스럽다. 하치만군과 코마치짱과의 나날은 무척이나.

 

형제가 없는 내게 있어서는 부모이외의 가족.

 

언젠가 정말로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라? 정말 나 뭐라는 거지?

Posted by 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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