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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3 하야마 하야토는 여자 아이가 되어, 하치만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 08 3

TS 주의! 성반전물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한밤중에 하치만군의 방에 불러가서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방과 후의 일이 금세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었다.

 

목욕을 마치고 준비를 완료한 몸.

 

앞으로 뭘 저지르는 걸까 라는 촌스러운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렵다.

 

물으면 안 돼.

 

각자 알아서 헤아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두근두근하면서 가슴의 고동에 머리가 뒤흔들려서 파자마 차림으로 책상에 앉은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봤다.

 

나도 파자마.

 

둘이서 잠옷차림으로 프라이베이트 공간에 있으니 꽁냥꽁냥한 빛의 은밀한 시간에 전개되었다.

 

어디까지고 끝없이 어찌할 수 없는 망상에 의식을 가라앉힐 뻔 하면 서도, 간신히 버티고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데 성공한다.

 

단지 그 뿐 만인 행위로 손에 땀을 쥐는 분위기.

 

한 번 더 샤워를 해둘까 하고 생각한 다음의 순간에 하치만군의 얼굴이 코앞 몇 센티까지 다가와 있었다.

 

 

"에..... 뭐, 뭐 일까나.....?"

 

"......."

 

 

침묵.

 

입을 다무는 행위를 관철하는 그는 아무 말도 않고 이번에는 내 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보겠다는 듯한 의사를 느껴서, 무심코 방어 자세를 취해버린다.

 

그렇지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싱글벙글 거리고 있어?

 

어쩐지 이겼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고.....

 

 

"바보냐, 하토코짱은."

 

"바보....라니? 어라, 설마 나 바보 멍청이 취급 당한거야?"

 

"감쪽같이 걸렸지? 내가 하토코짱을 이기는 순간도 있네."

 

"우쭐거리지 말아줄래. 지금 건 기습이었으니까 반응하기 힘들었을 뿐이야."

 

"변명이야? 아니, 끈질기게 말하는 것도 뭣하고 이 이상은 그만둘까. 뭐 그거다. 조금, 장난 쳐본 것뿐이다. 이렇게 하면 하토코짱이 얼굴 붉히고 부끄러워해서 귀여우니까."

 

"아 그래."

 

 

지극히 냉정하게 받아넘겼다.

 

그러나 지적한 대로 새빨갛게 물들인 얼굴이 열기를 머금고 불을 뿜어버릴 것만 같다.

 

키스라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건 내 망상을 형편 좋게 현실에 집어넣은 것이라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는 듯하다.

 

부끄럽다. 거짓말이면 좋겠어.

 

아니, 진실이었으면 좋겠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도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서라도 키스 하나정도는 받지 않으면.

 

 

"눈을 감고 무슨 속셈이야? 뭘 기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애인도 아닌 지금 해도 될 일은 아니잖냐. 호의의 정도는 차치하고 허용되는 행위에는 범위가 있어. 번거롭겠지만 사람과의 관계라는 건 뭘 하든지 선이 그어져있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언제든지 OK지만 말이지."

 

"말이 많은 입이네. 내 입술로 막아달라는 걸까나?"

 

"아니, 말하지 마. 키스하고 싶다던가 생각하지만 말 못하지. 부끄럽고 말이다...."

 

 

떠드는데 빠져든 하치만군에게 키스를 해버리려고 얼굴을 들이밀어도, 몸을 돌려 피해졌다.

 

 

"....지금 맡은 거지만 네 머리 좋은 향기 나는데?"

 

 

다가갔을 때 생긴 바람에 내 머리카락의 향기가 흩날렸다.

 

향기를 맡아버린 그는 별 느낌 없이 그런 말을 했다.

 

 

"같은 샴푸를 쓰고 있잖아?"

 

 

본전도 못 찾을 발언을 한 자신은 분위기를 읽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굳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도 있지만, 계속되는 하치만군의 말에 이번에야 말로 기대를 담아서, 굳이 얼빵한 척 가장했다.

 

여자애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칭찬받고 싶다.

 

부모 상대보다도 그걸 강하게 바라고 애태운다.

 

소녀뇌가 된 나는 마음의 속에서부터 천장까지 그의 말을 기다렸다.

 

과연 하치만군은 내 의도를 이해하고 그 이상을 말해 주려나?

 

 

"하토코짱 자신의 향기가 좋은 거야. 여자아이의 페로몬이라든가 그런 게 남자인 나한테 있어서 좋은 자극이라는 것도 있는 거겠지만. 그걸 빼고도 좋아하는 거니까? 그것도 있다면야 있는 거지만..... 요컨대 하토코짱이 인류에 있어서 매력적인 여자애라는 거다."

 

 

기대하고 있던 말을 듣게 되었다.

 

조금 지나친 칭찬이었지만 싱글벙글 만면에 미소를 부끄러움 없이 세상에 보이는 것이 가능했다.

 

인류에 있어서 매력적――남자아이에게 있어서가 아니다.

 

그의 어휘력의 한계를 넘어섰는지 요상한 표현이었지만, 그 정도로 까지 하치만군에게 있어서 나는 인류의 역사에 이름을 새길 위인적인 존재인걸까?

 

아름다운 위인이란 울림이 좋고 귀에 맴도는 어감이다.

 

자만해도 좋지 않을까.

 

여자애는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상승 지향이라고 말하면 알기 쉽다.

 

토베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자.

 

바보 같은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서.

 

 

"고마워..... 하치만군도 때를 잘 만났으면 인기 많았겠지."

 

"뭐야, 그건. 지금 사회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하는 거 같은 거잖아. 나란 놈은 그렇게 사회 부적합자 인거야?"

 

"앞으로 바뀌면 되잖아. 다음 주에는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니까. 자발적으로 말해냈으니까. 너도 바뀌려고 하는 기분은 있는 거지?"

 

"그야 물론. 하토코짱과 나란히 서도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어 보이겠어. 그걸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그 행사다."

 

 

하치만군도 긍정적이게 되어가고 있다.

 

수동적이게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은 플러스를 목표하는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것이 되기 때문에 사람은 행동적이게 된다.

 

내가 적극적으로 하치만군에게 어프로치를 거는 것도 그게 이유.

 

하치만군을 내 것으로 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길들이고 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교육시키고 있는 거다.

 

 

"날 위해서 노력한다는 거?"

 

"그런 거다. 내 노력을 보고 있어줘. 랄까...... 우리들한테 이런 시리어스는 어울리지 않네."

 

"시리어스는 안 어울릴지 몰라도 러브 코메디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 예를 들면――이런 건 어때?"

 

 

꾸욱 어깨를 기대고 몸을 러브 코메디 풍미의 현실을 선물한다.

 

소꿉친구 미소녀에게 기대어진 하치만군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어떤지――.

 

이성의 둑을 붕괴시키는 것도 내 사명.

 

달성해야할 목표를 내세우고 밤낮 정진한다.

 

그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앞으로 몇 초......

 

 

"아―...... 좋은 향기다.....게다가 따듯해. 껴안아 봐도?"

 

"응, 으외로 남자다운 리액션이네. 좋아.....나(俺)를――나(私)를 안아줘...."

 

 

나도 꽤나 연기파.

 

그의 페이스에 맞춰준다.

 

하치만군도 농담이 아니든 어떻든 연기를 하는 분위기로 여자를 노리는 대사를 말했다.

 

그럼 나도 갈 데까지 가고싶다.

 

오늘 밤의 공연은 길어질 것 같다.

 

몸을 기대어 온기를 요구했다.

 

따듯할 뿐만 아니라 타버릴 정도의 애정도 혀를 내밀어서라도 손에 넣으려고 필사적이게 되었다.

 

그래, 혀를 내민다.

 

 

"우왓! 방금 너! 내 뺨을 핥았지!"

 

"할짝할짝.....하치만군, 할짝할짝."

 

 

평소 성실하고 행실이 바른 나는 어딘가로 가버려서, 이 장소에서의 나는 속세에 푹 빠져 애욕을 탐하는 짐승이 된다.

 

암표범이란 나에게 적합한 이미지의 동물이겠지.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그는....초식동물.

 

무리에서 고립된 외톨이.

 

종의 장벽을 넘어 소꿉친구끼리 먹고 먹히는――.

 

설마 나도 이런 폭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심야의 텐션에 통하는 게 있어서인지, 내 흥분감이 이상한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과연 지금의 나는 정말로 하야마 하토코인 걸까?

 

그 대답은 미래의 서방님인 하치만군이 쥐고 있다.

 

 

"이 눔! 당하기만 하는 나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뭘 하려는 속셈이지?"

 

"이렇게 할 거다!"

 

 

저항하기에는 늦었다고는 느꼈지만 그의 필사적인 기세에 눌려 몸이 경직해버린다.

 

눈꺼풀을 내려 시각정보를 차단하니 촉각 이외의 정보를 얻는 수단이 남아있지 않았다.

 

제한되었기 때문에 촉각이 예민해지게 되어 그의 감촉이 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치만군의 손이 어디로 향했는지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턱이다.

 

꾸욱 하고 턱을 손으로 받쳐서 얼굴이 비스듬하게 위로 치켜 올려 진다.

 

 

"가만히 있어....."

 

"호, 혹시..... 키, 키스....?"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의 남자다운 행동은 내 상식을 때려 부수고 새로운 법칙을 알려줬다.

 

하치만군에게 달라붙으면 키스해준다는 새 법칙을.

 

나도 신세계의 룰의 정착에 힘을 쓰자.

 

이 룰은 내게 있어서 가장 큰 이득이 된다.

 

으응, 이득이라니 쓸데없이 의미가 옅어지는 되는 말투는 관두자.

 

가치를 떨어뜨릴 뿐이다.

 

키스라는 사랑을 서로 확인하는 행위의 신성함도 땅에 떨어질 테지.

 

그래도 일단은 모르면 알지 못하면 안 된다.

 

키스의 맛을, 그의 사랑을, 그라는 남자애의 전부를――여자는 조용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받아야지――.

 

 

"............."

 

"............."

 

 

만, 그 키스라는 녀석의 맛은 혀 위를 행복으로 채워주지 않았다.

 

아무 느낌도 없으면 무미.

 

기대에 못 미치지 조차 못하는 무.

 

허무라는 허무는 허무감으로 승화해서, 나에게 무위하고 무력하고 무가치한 무를 줬다.

 

이상하다......

 

그에게서의 키스는 내게 사랑을 주는 것이었을 터.

 

체감도 하지 못했는데 단정하는 건 근거 없는 무책임함이 심한 얘기지만, 키스에 건 이상이 너무 높았던 탓에 낙담도 크다.

 

여기까지의 당혹스러움으로 인해 알았다.

 

나는 하치만군에게 키스 같은 거 받지 않았다고――.

 

슬프다.

 

 

"............."

 

"............."

 

"미안....."

 

"변명은 있어?"

 

"있어.... 이유를 말하게 해줘."

 

"들어볼까...."

 

 

턱에 붙은 그의 손은 건재.

 

위로 향한 내 얼굴도 세트로.

 

둘이서 자세를 유지했다.

 

가만히 굳어서 마주보고.....그저 그 뿐.

 

그 이상의 진전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음.

 

보이는 건 뺨을 물들인 젊고 새파란 커플.

 

이랄까 나랑 하치만군이야.

 

 

"아니 말이지. 막상 키스하려고 했다만.....직전? 아니 바로 앞에 와서 용기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부족하지는 않다고 보다가 우스웠다....."

 

"이상한 말이네. 보다가 우스웠다니 말이지. 우습게 봤다가 바르지. 너 말이지, 너무 형편없어. 말투가 흐려질수록 초조해하고....... 귀엽잖아."

 

"하토코쨩에게 귀엽다고 들어도 조금밖에 기쁘지 않아."

 

"일단, 기쁘기는 하네? 어중간하게 정직하네 정말..... 부끄러운 걸 참고 변명을 다한 너의 근성에는 머리가 숙여지네. 그렇지만.....여자애에게 이렇게까지 기대하게 하고 말다니 말이지. 하치만군은 근본이 썩어있는 게 아닐까?"

 

"일리는커녕 백번 옳구만.... 어쨌든 미안. 벌충은 조만간이라도 할 테니까. 아무래도 나한테는 키스는 일렀던 것 같다."

 

"키스에 나이를 묻지는 않아. 그저 하치만군이 허당일 뿐이라니까."

 

"몰아세우지마. 날 비난하고 기뻐 보이는 얼굴 하지 마."

 

"에.....? 그런가?"

 

 

일방적으로 취하는 내 맹공.

 

그에게 들어서 자각은 했지만 호흡이 가늘어져 숨이 찼다.

 

기뻐 보인다는 말은 적잖이 흥분하고 있다?

 

응, 절대로 그래.

 

학교에서는 괴롭힘과 무관한 그도 가정 내에서는 괴롭힘 당하고 있다.

 

미래의 신부에서 구박받고 있다.

 

나의 강도를 조절한 괴롭힘에 의해 스트레스나 고통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도 나와 닮은꼴. 단적으로 말하자면 흥분하고 있다.

 

영어로 익사이트다.

 

이건 하치만군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무조건 악덕이라고 할 수는 없는 행위지?

 

 

"일단은.....바로서자. 거기에 바로 서."

 

"알겠어. 너의 허당에는 질려버렸어. 하지만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은......"

 

"그 다음은 말하지 마. 말하면 이번에야 말로 키스를 할 거야. 연인도 아닌 소꿉친구인데 퍼스트 키스를 빼앗아 주지."

 

"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못하겠지?"

 

"........부탁이니까 날 괴롭히지 말아줘."

 

 

겁쟁이? 소심이?

 

그는 권위적인 남편이 있는 가정을 만들지는 못하겠지.

 

여인천하가 어울린다.

 

나도 그도 이끌어줬으면 하지만 차세대 히키가야가는 부인이 남편을 이끌어가겠지.

 

미래의 전망이 정해진 참에 하치만군의 방문을 노크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 노트 방법으로 볼 때 코마치쨩 이려나?

 

 

"들어와. 코마치쨩이지?"

 

 

대답을 들은 코마치쨩은 부끄러운 듯한 미소로 들어왔다.

 

너구리 동물 파자마를 입은 그녀는 탐스럽게 부푼 꼬리를 흔들고 있다.

 

덮어쓴 후드에 돋아난 너구리 귀도 원리는 모르겠지만 꿈틀꿈틀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ー, 오빠야랑 언니야도 참 꽁냥꽁냥 하고 러브러브 하네에ー! 슬쩍 엿들으면서 키스신을 기대했지만 아직 무리인거 같네. 그래도 말야. 그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거리감이 좋아. 오히려 찰딱? 응, 어찌되었건 젊음이 느껴져서 갱장히 좋아!"

 

"코마치이. 너도 젊잖아. 엄마한테 뭐라고 꾀인 거야?"

 

"뭐 그래. 최근 두 사람 말이야. 상당히 사이좋잖아? 슬슬 실수를 저지를 것 같은 낌새를 느꼈다고, 엄마가 말했어. 그러니까 코마치가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하아, 옛날부터 그랬지. 뭐야? 오빠야랑 언니야가 찰싹 달라붙어서 여동생을 상대해주지 않으니까 외로운 거냐?"

 

"그런 거야. 하지만 언니야가 진짜 언니야가 된다면 지금 외로워도 신경 쓰지 않아. 아ー 그래도, 가끔이라도 괜찮으면 같이 놀러가거나 하자구. 오빠야가 쏘는 걸로 맛난 것도 먹고 싶구."

 

"그렇다는데, 하치만군? 귀여운 여동생을 위해서도 말야. 지갑의 끈을 푸는 게 어때?"

 

"잘도 말해주는데...... 내 용돈의 액수를 알고서 말하는 거냐? 코마치보다 적다고. 하토코쨩의 용돈의 1/3 정도밖에 받고 있지 않아."

 

 

그의 용돈은 처참한 것이다.

 

빈번히 코마치쨩에게 졸라져서 사주고는, 자신에게 쓰는 돈은 적다.

 

만화나 라노벨 같은 기호품의 대부분은, 있을까 말까 한 세뱃돈을 모아뒀다가 구입한 것.

 

평소의 그의 빈곤함은 눈뜨고 보기 힘들다.

 

가끔, 내가 마실 걸 사주고는 있지만 하치만군 말하길 ["나는 배품 받을 생각은 없어. 어른이 되면 하토코쨩을 부양 해보이겠어. 그러면 지금까지 사준 만큼의 돈도 돌려줄 거니까."] 라고 한다.

 

즐기며 살자 라는 사회를 얕보는 썩은 정신은 어딘가로 봉인한 것 같다.

 

정말이지.....점점 어른 남자에 다가가고 있다.

 

하루하루 호감도가 올라간다.

 

이 이상, 하치만군을 좋아해서 어쩌자는 걸까?

 

어른이 되어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어――애정이 강한 만큼 아이도 많이 낳는다던가?

 

뭐야 그거, 하치만군과의 사랑의 결정이라면 잔뜩 원해.

 

욕심쟁이라든가 말하지 말고 행복의 증거를 보이고 싶다.

 

 

"그럼 코마치도 조르는 건 줄일까나. 그 만큼, 언니야를 위해서 써줘."

 

"코마치......."

 

 

감격한 하치만군이지만 곧 울음을 그치고 한마디 불평을 한다.

 

 

"그보다 어제도 내 용돈으로 하겐다즈 사줬었지? 그거 내가 먹어도 되나?"

 

"우와아ー 최저야 오빠야. 적어도 언니야 한테 줘도 될까? 라든가 였으면 순순히 좋아 라고 말해줬을 건데. 자신을 위해서 라든가 남자 축에도 끼지 못해. 오빠야 이 바보! 멍청이! 하치만!"

 

"뭐? 하토코쨩이랑 코마치 사이에서는 '하치만'이라는 명사는 욕에 해당하는 거? 그럼 그건가. 하토코쨩에게 하토코 라고 말하면 칭찬하는 말이 되는 거냐?"

 

"으ー응..... 경칭 생략해주는 건 나한테 있어서 포상일지도 몰라." 

 

 

경칭 빼고 거리낌 없이.

 

완전한 하치만군과 소유물이 되는 것은 내게 있어서 최고의 기쁨.

 

속박되는 게 기쁘다.

 

지금은 내가 하치만군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지만, 언젠가 그가 나를 지배해줬으면 한다.

 

내 자유를 제한하고 좋을 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청순한 몸 따위는 필요 없어.

 

문란한 남녀 관계에 사로잡혀 음란하고 아름다운 몸을 원한다.

 

차라리 요청서를 제출해볼까........

 

아니, 역시나 그라도 확 깨려나.

 

신중함이야말로 일본인의 미덕.

 

진정한 미를 바란다면 숙녀로 있어라――라는 건, 방금 즉흥적으로 떠오른 적당한 말이다.

 

그렇지만 진실에 한없이 가깝다.

 

올바름이 흘러넘치는 그 말을 가슴에 담아둔다.

 

하지만 사실은 난――하치만군에게 안기고 싶다.

 

 

"경칭생략 같은 건 좀 미뤄둬. 단계를 마구 지나쳐도 익숙하지 않으면 위화감에 반감되니까.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범위로 천천히 지만 나아가자고. 키스도 포함해서 말이지?"

 

"밤이라고는 하지만 졸리는 말을 하네. 그게 너의 한계인가....."

 

"졸리냐고? 뭐어, 벌써 10시 즈음 됐으니까 말이다."

 

 

그는 아무것도 몰라.

 

내 기분을.

 

날카로울 때가 있으면 둔할 때도 있다.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가 하고 지적하고 싶은 기분은 이런 때이니 접어둔다.

 

그의 진심을 끌어낼 수 있다면 내 매력과 실력으로.

 

공정한 수단으로 하치만군의 기분을 끌어내고 싶다.

 

확 깰만한 계략을 걸고서라도.

 

그거 정말로 갱생이려나?

 

 

"하아..... 어쩔 수 없네, 일단은 그걸로 납득 해야지. 응, 해줄게."

 

"석연찮구만. 내려다 보는 시선이냐고. 아니, 깔봐주는 게 내 성적으로 맞으려나. 하토코쨩 온리 지만 말이다. 어때. 내 비굴정신을 우습 게 보고 있었지?"

 

"자랑스러워 할 부분이 어긋났네. 그렇지만...... 하치만군은 내가 쭈욱――깔봐줄게."

 

"언니야도 참, 대담! 지금 거 쭉 곁에 있겠다는 선언이지?"

 

"정―답. 코마치쨩이 보증인이야. 하치만군에게 거절할 권리는 없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어..... 이때까지 하토코쨩이 말한 걸 거스르려는 시도도 없었고."

 

 

체념의 경지.

 

하토코라는 바닥없는 늪에 한쪽 다리가 빠져 어쩔 수가 없다.

 

발버둥은 치고 있지만, 머리에서부터 코마치쨩이나 모모코씨, 우리 부모님들이 눌러서 가라 앉히려고 하고 있다.

 

하치만군은 나라는 늪에 푹 빠져들 뿐이다.

 

점점 내 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 반대 입장이 바람직하지만 말이지.

 

 

"이제 잘까. 하토코쨩, 코마치 데리고 자러 가. 아직까지 엄마는 나랑 하토코쨩의 동침을 허락해주지 않으니까 말이지. 상당히 유감이다."

 

"그건 유감스럽다. 내 잠자리 실력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물론, 나는 아직 미경험이고 하치만군 전용이야."

 

"바보. 자기 직전에 무슨 폭탄을 떨구는 거야. 흥분해서 눈이 뜨여서 잠들 수가 없잖냐."

 

"흥분 해주는구나. 욕정 했어?"

 

"자기 나이를 생각하고 말을 해. 야한 여자애는 싫지는 않지만, 잘못하면 내가 자다가 하토코쨩에게 손을 대버리잖아."

 

"코마치쨩이 있는데 그건 조금....."

 

"오빠야...... 한창때네? 알겠지만 말야, 그런 기분도. 그래도 언니야가 싫어하는 건 금지야. 울리거나 하면 오빠야를 울려버릴 거니까."

 

"전에도 비슷한 거 말하지 않았던가?"

 

"두 번은 말하지 않을 거라구 오빠야도 참 이해력이 좋아지지 않네. 오빠야는 바보구 하치만이구."

 

 

너무 늦었을 정도로 '하치만'이라는 단어는 매도의 도구가 되어있었다.

 

나와 코마치는 '하치만'과 '바보'를 같은 뜻으로 쓰고 있는 거다.

 

그는 그걸 분해하고 있지만 멈추지 않아.

 

하치만군의 우는 얼굴은 좋아하니까.

 

미소도 좋아하지만 울고 있는 얼굴도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없다.

 

모든 표정을 망라하는 것이 내 은밀한 야망이다.

 

 

"언젠가 반드시 야한 것도 해줄 거고, 하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참아줘. 응? 하치만군?"

 

"아.....어, 엉...."

 

 

요염함을 의식하면서 전했다.

 

입가에 집게손가락을 댄다고 하는, 약삭빠른 귀여움을 동반해서.

 

쩔쩔매는 모습의 그는 꿀꺽하고 입안에 고인 군침을 삼켰다.

 

그 생생한 소리야 말로 그를 현혹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근두근하는 행동에 흥분해버린다.

 

 

"잘 자요. 하치만군."

 

"엉, 잘 자. 하토코쨩. 그리고 코마치."

 

"잠깐ー! 그리고 라니 뭐야! 덤처럼 말하고 말야!"

 

"미안했다, 코마치. 그렇지만 말이다. 하토코쨩이 신경 쓰이는 걸 말했으니까 말이지. 말려 들어갔다고. 이상하게 흥분돼서 상상하는 거다."

 

"우와아ー 변태다ー. 오빠야, 확고한 변태씨다ー."

 

 

국어책 읽기의 코마치쨩은 자신의 오빠를 경멸하는 눈으로 노려본다.

 

진심으로 모멸하는 뜻을 담은 눈동자는, 오히려 하치만군의 성벽을 자극하겠지.

 

나 이외의 이상형인 타입의 여자애를 연하라고 호언하는 그에게 있어서 코마치쨩은 안성맞춤.

 

그 자신의 이상형인 여동생에게 들어서 히죽거려도 어쩔 수 없다.

 

라기 보단 히죽히죽 거리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

 

좋아하지만 기분 나빠.

 

그래도 정말로 좋아하니까 용서해버려.

 

이 표정도 나――좋은 것 같네.

 

 

변태취급 받은 하치만군을 방치하고 그 날을 마무리 한다.

 

코마치쨩과 맞춰서 맞춤 동물 잠옷을 착용하고 있던 나는, 마음이 들떠있었는지 다음 주 스포츠 대회에 대해 생각――어느 샌가 잠들어버렸다.

 

 

 

 

* * *

 

 

 

 

다가온 다음 주 토요일, 지난 주말은 스포츠 대회를 대비해 조깅이나 줄넘기로 몸을 운동에 익숙하게 보냈다.

 

그 벼락치기와 같은 노력이 보답 받을지 어떨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나와 하치만군의 한 때.

 

어디까지 통용될지 시합에서 부딪혀보자.

 

 

말로 하지 않고 담아둔 마음을 하치만군과 눈으로 소통하며, 집합장소인 초등학교 정문 근처로 도착했다.

 

교무실은 교사와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있었고, 내객용 현관도 그쪽에 있다.

 

그쪽은 내객들의 차량용 승강장으로 로터리가 되어있었다.

 

버스가 정류할 정도의 넓이를 하고 있으며, 우리들은 집합시간 전에는 줄을 이루고 기다리고 있었다.

 

 

쉬는 날에 만나는 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의 분위기는 평소랑은 조금 다르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알기 힘든 비유지만 가족과 외출한 곳에서 친구랑 조우하는 느낌일까나?

 

가족 뒷전으로 대화에 열중하는 것에 휘말려 장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한다.

 

그런 상태.

 

하치만군이 시험 삼아 인사를 하니 남녀를 불문하고 침묵했다가 쥐어짜내듯 『아, 안녕...... 히키타니 군.』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쫄아있다는 듯.

 

단정한 얼굴이라도 눈이 날카로운 탓에, 공포감을 무의식적으로 주위에 주고 있었다.

 

 

"나.... 그렇게 무서운 건가?"

 

"무서워. 나도 소꿉친구이고 너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접근하는 걸 피할 정도로는."

 

"눈이..... 안 되는 거겠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서도. 이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네."

 

"썩어빠진 눈보다는 낫지."

 

"썩은 눈이라는 발상은 어디서 왔는지는 냅두고..... 하토코쨩이 봐도, 이 눈이 원인인가?"

 

 

스포츠대회라는 경기를 앞에 두고 전의 상실.

 

풀이 죽은 그를 격려하는 것도 아내 후보로서――약혼자로서의 의무.

 

주위의 눈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던진다.

 

 

"그렇게 낙담하지 마, 하치만군. 나는 너의 눈이니까 좋아할 수 있는 거니까. 자랑해도 좋다고 생각해. 나를 반하게 한 그 눈을."

 

"뭐 친구 만들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눈이지만, 하토코쨩을 호이호이 할 수 있는 이 눈은 확실히 자랑할 수 있는 거지?"

 

"호이호이라니.... 모 해충 같잖아?" (-일격살충!! 호이호이씨)

 

"미안. 악의는 없지만 잘못은 했나....."

 

"잘못한 걸 인정하는 점은 칭찬해줄게. 아직 경기 전이지만 그러네――. 지금 건 하토코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오ー우, 고맙다ー."

 

"와아ー 적당히 말하네ー."

 

 

밖이라고는 하지만 집안에서 하던 행동을 감추지 않는다.

 

주위에서 『그 하토코쨩이....양키 히키타니군과 담소를 하고 있어....』라고, 의외인 듯 중얼거리는 그들의 목소리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초등학교 6학년에 양키 취급.

 

아무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불쌍한 하치만군.....

 

불쌍해, 가엾다.

 

하지만 그 마음 약함에 파고들어 나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자.

 

내 쪽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떠나갈 수 없는 몸으로 개발하는 거야.

 

하치만군의 몸도 마음도 내 것.....

 

 

츗――

 

 

기세에 휘말려 하치만군의 뺨에 키스.

 

거의 같은 신장의 그이지만, 보다 거리를 좁혔다.

 

물리적으로 다가가고 정신적으로 다가간다.

 

두 국면에서의 진격에 그가 쌓아놓은 방벽도 너무나 손쉽게 폭락했다.

 

마음의 가드도 약하다구?

 

지난밤처럼 잠꼬대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잠깨기 키스는 어떤 맛이 느껴졌을까.

 

 

"느, 느어....."

 

"얼굴이 빨개."

 

"다른 녀석들도 보고 있다니까......억지스럽구만...."

 

"억지가 심한 여자애는――싫어?"

 

"아니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날 좀 더 몰아세워줘. 정말 좋아져버릴 테니까. 아니, 이미 정말로 좋아하지만."

 

"너도 어지간하네. 그들의 면전에서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까. 그래도 뭐..... 내 여자 어필을 해주는 거네. 불평은 하지 않을게. 누구도 나한테 집적대지 못할 테고. 너도 집에서는 손을 대지 않지만 말이지."

 

 

다른 사람의 눈 따위는 관계없다고 주장하는 하치만군의 눈은 주위에의 위협을 강화했다.

 

반 친구들이나 옆 반의 남자는 눈을 돌리고 벌벌 떨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서의 인상은 아무래도 좋다.

 

그들과 얘기할 때의 1인칭은 '나(私)'를 쓰고 있지만, 하치만군과 얘기할 때는 누가 보든 말든 '나(俺)'로 통한다.

 

오레(俺)녀 라는 건 진작에 들켰고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나로 있기 위해, 내 신념을 뒤집을 생각은 없다.

 

 

"막 내뱉는구나.... 우리들."

 

"기운 불어넣기에는 딱 좋지 않아? 이걸 계기로 밖에서도 노닥노닥 거리자고."

 

"캐릭터 실수하지 마. 잘못 가고있는 거 아니냐? 이 바보놈. 오레녀에 바보애에다가 얀데레 라든가 속성도 많은 소꿉친구다. 아, 소꿉친구 속성도 있는 건가."

 

"불평은 듣지 않겠어. 지적하겠다면 하치만군이야 말로야."

 

"헤에? 말해 봐."

 

"바보 같지만 굉장히 멋있는 점이라든지?"

 

"플러스 마이너스로 판단하면 아슬아슬하게 플러스구만. 좋았으, 나도 하토코쨩을 칭찬해주지. 귀엽다고, 히키가야 하토코?"

 

"바, 바보아냐! 당신, 머리 이상한 거 아냐! 그, 그래도.....그런 거 싫어하지 않으니까.....바보....."

 

"캐릭터 알 수 없게 됐다고? 얀데레 다음에는 츤데레인가..... 라노벨 너무 읽었다."

 

"분위기 못타네.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뭐, 나 같은 남자랑 함께해주는 시점에서 나는 기쁜데. 그래도 그런 노골적인 플레이는 역시나 집안에서만 하자고?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는 건 아깝다."

 

 

.........

 

내 소꿉친구는 최고다.

 

이런 남자애니까 등에 바짝 매달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매달리다니 그거한 느낌은 들지만 서도.

 

뭐, 의존하고 어리광부리고 싶어진다.

 

달콤한 말 같은걸 귓가에 속삭이거나 해서 말이지?

 

재미 같은 건 필요 없어.

 

필요한건 그와의 애정극.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영원히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

 

 

"하치만군이 하는 말을 얌전히 따를게. 그런 만큼. 집에서 귀여워 해주면 좋겠어. 나는 어리광쟁이니까."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다. 나도 실은 하토코쨩에게 어리광부리고 싶어서 말이지. 어리광 부리게 해준 만큼 나한테도 돌아오는 게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것도 알고 있어. 대등하니까 말이지. 나랑 너는."

 

 

돕고 도우는 관계성. 그러니까――.

 

 

"그런 셈이다. 그 누구도 우리를 방해하지 마."

 

 

방해하지 못하도록 모두에게 못을 박는다.

 

그의 눈은 반짝반짝하고 빛나, 노려봄과 위협을 부리는 한마디는 그들을 두렵게 했다.

 

단지 겁주는 것뿐만 아니라 경외감을 품게 만들었다.

 

하치만군은 한 꺼풀을 벗은 거다.

 

번데기에서 탈피한 그를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하치만군의 남자다운 씩씩한 모습을 눈동자에 새겨 넣은 참에 나도 한마디――.

 

 

"미안해, 모두. 하치만군은 이래 뵈도 상냥하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근거도 없는 악평에 속지 말아주면 좋겠어."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건 얼마만 일까나?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거니까 주저 없이 고개를 숙일 수 있다.

 

내 평가에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하지만 아쉬움과 후회에 시달리는 건 사양이다.

 

매일 매일을 있는 힘을 다해 사는 나는 손을 놓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어, 어이. 내 부주의가 그렇게 만든 거라면 사과하지. 그러니까 몸을 바치면서까지 자신을 희생하지 마."

 

"자기희생이다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줘. 이건 내가 마음속으로부터 생각하고 있건 거야.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 억지스러운 방법이긴 하지만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네 착각도 오늘로 끝나. 아니, 지금 끝내는 거야."

 

"뭔가 연기 섞여있지 않냐? 머리가 이상해지는 병의 증상을 의심받을 거다."

 

"어머니 같은 말을 하네. 말해두지만, 나는 제정신이야. 본의로 본심으로 본음으로 본의로 본성으로 말하고 있어. 진정으로 진지해. 완전진심이야."

 

"박진감 넘치는 연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나...... 그렇다면 그러네..... 있잖냐, 너희들."

 

 

내 마음에 닿을 수 있었던 그는 흐리멍텅한 의식에서 눈을 떴다.

 

이제 잠꼬대 같은 건 말하지 않아.

 

그렇게 느껴지는 결의가 그의 안에 있다.

 

최초의 계기라는 다리를 놓을 신호를 날린 것은 나.

 

그리고 시공하는 것은 하치만군 자신.

 

그에게 불린 반 친구들은 한 결 같이 자세를 바로 했다.

 

하치만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뭐냐..... 난 말이다, 하토코쨩 외에는 한명도 친구가 없다. 그러니까, 또 한명 정도..... 욕심을 부려도 괜찮다면 누구라도 친구를 원해. 그러니까――오늘 스포츠 대회도 있으니까 사이좋게 지내줘."

 

 

스포츠 대회를 얘기하는데 집어넣는 것이 미묘하게 솔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번거로워 보이지만 직설적이게 친구가 되어 달라는 바람은 그들의 마음에 와 닿은 것 같다.

 

모두가 모여서 그를 미소로 지켜보았다.

 

그 중에 한 명이 손을 내밀었다.

 

그 한 명은――여자애였다.

 

하토코쨩.....질투 해버리는데.

 

 

"나라도 괜찮다면 사이좋게 지내 줄까나? 히키타니군."

 

"에, 아...."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는 하치만군.

 

조금만 도와주자.

 

구원의 손길은 아끼지 않는다.

 

 

"자, 그 제의를 받아들여야지. 자신이 먼저 바란 거겠지?"

 

"어, 엉...... 그러니까..... 잘 부탁한다....."

 

 

더듬거리면서도 하치만군은, 뻘줌하게 그 손을 잡는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옷소매를 물어뜯는 생각을 하며 지켜봤다.

 

지금은 아무것도 말하지 말자.

 

강해지는 질투가 향할 곳은 여기에는 없다.

 

하치만군의 집에서 꾸중을 겸해서 발산해야지.

 

처벌의 메뉴는 미성년자는 들어갈 수 없는 가게의 메뉴를 참고해서.

 

아버지가 대학생 시절에 젊은 혈기의 극치로, 그쪽 계열의 가게에 갔다는 듯하니까.

 

꽤나 후회하는 모습이었지만 말이지.

 

 

"그러고 보니 이름은......"

 

"이름? 시업식 날에 교실에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던 거 같은데 잊어버렸어?"

 

"미안. 사람 이름 기억하는 게 서툴러서 말이다."

 

"하하, 솔직한 점은 호감이 가네. 아, 하토코쨩? 기분 나빠하지 말아줄래? 하토코쨩의 냠편씨를 뺏지는 않을 거니까. 우리 고모처럼 혼기를 서두르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런가. 그 말을 믿을게. 시즈키――."

 

 

그녀의 이름은 히라츠카 시즈키.

 

성을 봐서 알 수 있겠지만 소부 고등학교에서의 스승・히라츠카 시즈카 선생님의 친척.

 

히라츠카 선생님 기준으로 조카에 해당한다.

 

아마 그녀의 아버지가 히라츠카 선생님의 오빠라든가.

 

혼기를 서두르고 있는 고모라는 건 히라츠카 선생님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 시대라면 히라츠카 선생님은 20대 중반 정도가 아닐까나?

 

지금 추세라면 아직 혼기로는 늦지는 않았겠지만 결혼 적령기 한창.

 

지금을 놓치면 결혼 난이도가 올라가버리겠지.

 

 

"시즈키 라고 하는 거야? 성은?"

 

 

대화의 흐름에서 이름을 먼저 알게 된 하치만 군은 성도 알고 싶어 한다.

 

맞어. 처음부터 이름 막 부르기라니 지나치게 허물없네.

 

나라는 사람이 있으면서, 그건 바람의 원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이름으로 부르게 되면, 좀 더 사이가 좋아질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어떨까 싶어서. 아, 하토코쨩. 그런 식으로 노려보지 마. 다른 사람의 연애를 방해거나 하지는 않을 거니까."

 

 

그렇지만 내 불안을 부추기듯이, 시즈키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요구했다.

 

나도 언짢은 기분에 그녀를 노려보고 강아지처럼 위협을 한다.

 

덧니를 드러내서 바보 같을지도 몰라.

 

 

"진짜로――믿을 테니까, 시즈키......"

 

 

축복하고 싶은 기분이 있는 반면 불안도 있다.

 

그렇지만――하치만군의 인생을 칠하는 데는 그녀의 협력도 필수불가결.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견디자.

 

모아둔 울분의 배출구를 스포츠 대회로 돌리며.

 

 

Posted by 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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