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 전생――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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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테니스 코트로 나오니 강한 햇볕에 몸이 불타오른다. ――라고 하기에는 오버다.
하지만 평소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 내 기준으로는, 이정도도 치명적.
더위에 허덕이는
자신을 노골적으로 칭찬하는 것도 바보 같은 소리다만, 쏙 빼닮은 용모의 언니인 유키노가 이의 없이 미인인 것이다.
그 여동생인 나도 자연스럽게 미인이라고 정해져 있다.
자화자찬 비스무리한 사고 속에, 큰언니에게 넘겨받은 테니스 라켓을 꼬나쥐고 흔들었다.
몸 상태를 확인하는 듯한 동작을 유키노는 신기하다는 듯 옆에서 보고 있었다.
뭘 의문으로 생각하는 걸까 신경 쓰이지만, 그녀도 나를 흉내 내면서 라켓을 쥐었다.
몇 번 휘두르고 경직.
다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유키노의 모습에 나도 반응 해버리고 만다.
“왜 그래?”
“아니...... 나도 카자노도 휘두르는 것만으로 숨이 차버리는구나 싶어서.”
“......체력이 너무 없네. 우리들은.”
실은 나도 느끼고 있던 피로감.
순식간에 몸에서 체력이 없어진다.
단 몇 동작으로 이 꼴.
제대로 된 플레이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만, 이 자리에는 이미 의욕이 만땅인 언니가 있다.
유키노시타家?장녀를 가리키는 말이다.
워밍업인 듯, 라켓의 카드에 공을 올리고 튀기고 있다.
여기까지 와놓고 [역시 관둘래―] 같은 맥 빠지는 듯한 대사로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다.
“호호우. 카자노쨩도 의욕 넘치는구나.”
“나는 그럴 생각 없지만 말이지. 그저 감쪽같이 밖으로 끌려 나온 거야. 이대로 끌려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고, 불평 늘어놓는 것도 새삼스러우니까 말이지.”
“떳떳한 것이랑은 뭔가 조금 다르네. 뭐랄까, 뭔가를 포기하고 있는 듯한?”
“해탈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네. 몹쓸 인간 같은 특징을 나에게 갖다 붙이지 마.”
“미안해. 하지만 내가 본 카자노쨩은 지기만하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 같은 눈을 하고 있으니까.”
“눈이. 눈이 안 되는 건가......”
이래 뵈도
영혼이야 하치만과 동일하지만, 인생관을 다시 쓴 지금의 삶.
그렇다고 하는데 이 큰언니는 나를 가리키며 지기만 한 뭐시기라고 한다.
반박하고 싶지만, 일단은 거울로 자신의 눈을 확인 해야만 한다.
코트 밖의 벤치에 놓인 큰언니의 가방을 멋대로 뒤져 손거울을 꺼낸다.
거울에 비친 소녀는――얼굴만큼은 귀여운 여자애였다.
단정한 생김새에 반해 눈은...... 아아, 이건 안 된다.
거울 안의 소녀의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양 눈동자는 더위에 당해버리고 말았는지 생기가 결핍되어 있다.
“........유키노. 나는 언제나 이런 눈을 하고 있었던가?”
“아니. 오늘 처음 봤는걸. 그렇지만.......어째서 그런 눈을 하고 있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어.”
딱히,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요 근래에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고민이라고 부를 만한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의문이 뇌내를 가득 채운다.
“그거 일거야 분명. 카자노쨩은 언니의 애정에 굶주려 있는 거야.”
“자신에게 형편 좋은 구실 붙이기는 그만 둬.”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거짓말을 태연하게 내뱉는 큰언니에게 어이가 없어졌다.
뭐, 아무리 어이가 없어도 큰언니와는 같은 지붕 아래에서 지낼 것이지만.
“더운 거 때문이야. 이제 더운 것 때문이라고 할 거니까 그걸로 됐어.”
“자포자기구나. 응―......... 혹시 열사병의 조짐이려나? 상태 보고 방으로 돌아갈래?”
“그렇게 되면 유키노를 남겨두게 되잖아. 큰언니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고.”
“옷, 본인 앞에서 말하네.”
“카자노는 과보호야. 말해두지만, 내 쪽이 언니란다?”
“그러셨습니다, 네.”
놓치지 않은 건가.
귀가 예민하다.
여기서도 언니의 입장을 강조하는건가 유키노.
“어쨌든 괜찮아. 것보다 냉큼 시작하고 싶네. 움직이다 보면 신경 쓰이지 않겠지.”
눈동자의 이변이 아니더라도 같다.
덥다 덥다하고만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상해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
결국은 일시적인 현상에 이러쿵 저러쿵 할 바에야 땀이라도 흘려서 재활하는 쪽이 건설적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코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옆에는 유키노.
상대 코트에는 큰언니.
“넨네―, 그럼 시작해볼까. 하지만 무리는 하지 않도록. 열사병이라도 증상이 심하면 생명으로 이어지니까.”
“큰언니 치고는 제대로 된 말도 하는 구나.”
“의외였어? 하지만 이래 뵈도 일단은 언니니까요.”
가능한 한 진지해 보이는 얼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을 가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안색은 변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여동생들의 몸을 걱정하는 듯한 그 말은 신용이 가는 것.
언제나 상냥하게, 괴롭힘 같은 건 일절 하지 않는 언니로 있어준다면야 존경도 하고, 어리광 부려도 괜찮은데.......
기대하는 만큼 의미 없을 테니까 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서브 간다. 자세 잡으라구.”
“알았어. 자, 유키. 온다고?”
“그래,. 절대로 이기자.”
"투쟁심 불태우고..... 역시나 장래에, 유키노시타가 될 여자애라는 건가."
내 중얼거림은 바람에 뒤섞여 유키노 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만, 시선을 느낀 동갑의 언니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나를 되돌아 보았다.
왠지 부끄러우니까 빤히 보지 말라줄래?
그런 마음의 외침이 들릴 리가 없고, 드디어 시합이 개시된다.
――――
결과는 처참한 것이었다.
그렇게 된 것도.....전혀 승부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여동생 상대로도 봐주지 않는 언니.
손대중 하는 것도 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건 그거대로 납득이 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용서 없이 꽂아 넣는 것에는 따라갈 수 없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농락되었다.
큰언니가 보내는 공을 쫒아서 우왕좌왕.
유키노와 안면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있었을 정도.
울상으로 내게 [아프지 않아?]라고 신경을 써주는 유키노의 마음에는 감동했다.
그건 차치하고, 만면의 미소로 여동생에게 이기려고 드는 큰언니의 맹공.
두렵게도 느껴지는 노도의 기세로 점수를 올리며, 몇 경기나 소화했다.
체력도 없는 주제에 복수에 불타오르는 유키노에 나는 점점 더 눈에서 생기를 상실해 버린다.
안 돼지.
이대로라면 본격적으로 눈동자만 하치만으로 되돌아간다.
그것만큼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확실히 그 눈은 내가 살아있던 증거이기는 하지만, 심기일전을 거친 현재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유키노와 같은 외모로 추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언니들의 명예와 관련되어 있다고 예감했다.
"어쩔래 어쩔래? 지기 싫어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힘써도 몸에 독이라고 언니는 생각하는데."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한 세트도 잡히지 않았는데 그만 둘 리가 없는걸."
큰언니의 말에 자신의 의사를 올려서 되돌려 준다.
두 사람의 언니의 대화에 약간 나만 남겨진 듯한 기분ㄷ 들지만, 나 자신이 그다지 승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맘대로 해줘 라든가 하는 자세.
하지만 상황을 감안해보면 그런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나와 유키노로 세트.
둘이서 하나라는 의식이 있으므로, 유키노와 내 기분은 동조한다.
라고 할까 자연스럽게 어울려 버린다.
"유키노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승부를 버릴 수는 없지...... 귀찮지만 마지막까지 어울려 줄게."
"고마워, 카자노."
눈을 가늘게 뜨고 싱긋하고 미소 짓는 쌍둥이 언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두근 하고 가슴을 고동 시켜버렸다.
이성으로는 생각되지 않고 가족으로서의 의식이 강할 텐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아아,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거겠지.
다른 사람에게 감사 받는다는 것에.
하치만을 살던 시절의 나는 누군가에게 감사를 받을 만한 삶을 살지 않았다.
억지로 예를 말해보자면 코마치 정도일까.
코마치가 뭔가를 조를 때는 누가 뭐래도 대답해 줬던 것이다.
그 때마다 달콤한 목소리로 [고마워―, 오빠야. 정말 좋아..] 라고 국어책 읽기로 말했다.
감정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감사는 감사다.
분명 감사하고 있던 것이 틀림없다.
오빠는 여동생에게 맹목적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니까.
"좋아, 그런 거 나는 좋아해. 그렇다면 진심으로 갈게."
"유키노를 위해서다. 나도 나름의 플레이로 갈게. 뭐, 허접하지만."
허접 나름대로 할 때는 한다고 보여주고 싶다.
큰언니에게 한방 먹여줄 수 있다면 그것 밖에 수단이 없다.
그렇게 자신에게 타이르고 격려한다.
원래부터 의욕이 적은 나라도, 단시간 정도라면 전의도 지닐 수 있다.
그런 고로 노력해본다.
시합 재회 직후, 서브권은 이쪽.
손바닥에 올려놓은 공을 허공에 띄워서, 라켓으로 바람을 가르며 휘두른다.
상대 코트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큰언니가 당연하듯 돌려보냈다.
숨을 헐떡이는 유키노가 맞이한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여기는 언니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계속 지켜보면서, 유키노가 상대 진영에 날린 공을 주시.
역시 큰언니는 반응을 보였다.
"지쳤을 텐데 잘도 움직일 수 있네?"
이쪽은 플레이 중에 말할 여유도 없는데 저쪽은......
피로한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 큰언니가 초인 같아 보인다.
실제로, 초인에 어울리는 다목적이기는 하지만.
큰언니의 유일한 약점은 여동생이 신경써주지 않는 것 정도인가.
뭐, 고집스럽게 무시해도 계속 얽혀오고.......
언제나 내 쪽에서 져버리고 만다.
그럼 약점이라고 할 수 없는데.
적당히 몸도 달아올랐다.
머리에는 열이 몰려, 의식이 몽롱해진 게 아닐까 오해 할 정ㄷ로.
가끔 부는 바람에 구원받는 형태로 플레이는 속행 할 수 있지만, 확실히 체력을 좀먹고 있겠지.
흐물흐물한 몸을 실감하면서, 휘청거리며 라켓을 잡은 손을 내민다.
거트로 공을 잡아, 간신히 네트를 넘긴다.
(gut 라켓의 줄)
지면을 튀는 순간까지는 확인 했지만, 튀어나온 몸은 뒤집어져 시선도 벗어나 버렸다.
이렇게 되면 유키노의 몫.
쓸모없어진 내 몫까지 활약을 기대하고 싶다.
"에잇!"
유키노 치고는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
아무래도 큰언니는 공을 쏘아 보내고, 유키노는 거기에 달려드는 모양.
운동신경은 뛰어난 유키노라도, 소모해버린 지금에 와서는 빈말으로라도 유려한 플레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렇지만――큰언니는 그 타이밍에 어째선지 한눈 팔이.
[작은 새다, 귀여워라.] 라고 뜬금없는 감상을 흘린다.
지금 당신은 테니스 경기가 한창이지?
그런 태클은 불필요하다는 듯 느긋하게 나무사이를 날아가는 작은 새를 바라보고 있다.
한눈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유키노가 만든 거친 탄도는 상대 진영에 착탄하고, 큰언니의 옆을 지나쳐갔다.
그러므로 지금 건 우리들의 득점이 된다.
"큰언니, 방금 봐준 거야? 우리들 이기게 해주려고."
"이기는 건 흥미 없지. 딱히 다른 누가 관전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을 바꿔보지. 이겨서 기쁘게 해주려고 특점을 내준 거지?"
"글쎄 어떠려나. 단순히 내가 작은 새에게 한눈이 팔려있었을지도 모르지. 응, 의심이 되는 것도 알겠어. 하지만 여기는 언니를 신용해주면 좋겠는걸."
"그러셔."
자잘한 것을 일일이 추궁하는 나는 계집애 같을지도 모르겠다.
"봐봐 카자노! 방금 나, 점수를 따냈어! 이 시합, 이길지도 몰라."
"어, 엉. 기뻐하는구나, 유키노."
라켓을 휘두르면서 흥분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나이에 맞다.
언젠가 이 눈으로 보게 될 차분한 인상의 어른스러운 소녀에의 성장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평행 세계의 유키노시타와는 다른 성격으로 자랄지도.
환경부터가 다르다.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지 않으면 부자연스럽다.
나라는 여동생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
바보라고 불리는 여동생의 존재.
오늘 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눈이 썩어가는 여동생의 존재.
아아, 이건 반드시 유키노라는 인간성을 바꾸고야 말겠지.
그 후로도 플레이는 이어져――나와 유키노는 공을 쫒아가고, 큰언니는 시선으로 작은 새를 쫒기를 반복.
그 되풀이로 어느새 1세트, 2세트를 지나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3세트 째도 40-0 이라는 매치 포인트
전자가 나와 유키노의 점수다.
이건 마치 그거다.
하야마와 축구로 놀았을 때의 접대 플레이 딱 그거다.
언니의 배려를 눈치 채지 못하는 유키노의 기특함에 대해서는 말이지?
교활한 나이기에 큰언니의 진의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을.
"마지막이네. 힘내라, 유키노."
"힘낼게."
엄청 기분 좋아 보인다.
미소로 둘러싸인 유키노의 감정은, 내 게으름까지 용해시킨다.
여기까지 함께해온 내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다.
답지 않은 심경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이것도 자신의 변화로 받아들인다.
재개된 플레이.
클라이맥스로 돌입한 것을 시작으로, 큰언니는 유키노의 타구를 흘리지 않게 된다.
흥이 돋는 부분을 만든다는 것인가, 연출가 지망이냐.
어떤 사정이든 큰언니도 즐겁게 이를 보이면서 미소 짓는다.
나도 녹초가 된 몸을 끌고서라도 시합 참가에 집착한다.
이것은 나의싸움이기도 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큰언니의 진심을 목격하게 된다.
갑자기 타구가 강해지고, 구속도 가속한다.
아까 전까지 언니 마음으로 가득한 접대 플레이의 형태 같은 건 소실.
기어코 유키노가 코트에 무릎 꿇고 숨을 몰아쉬는 결말.
어라? 큰언니가 이렇게까지 심술궂었나?
"이대로 이길 줄 알았어? 유감! 나는 여동생에게 상냥한 것 같으면서 엄격한 것이다!"
의기양양한 얼굴이란 이런 표정이겠지.
[흣흐~흥]이라며 유열에 빠져있는 듯한 미소가 얄밉다.
"무슨 생각이야. 어른스럽지 못하잖아?"
"그야 나, 어른이 아닌걸.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걸."
"아니 그래도..... 유키노의 얼굴 보라고?"
"........훌쩍......"
울고 있네요.
이 애, 울어버렸네요.
잔뜩 신나있을 때 언니의 악의에 찬물을 끼얹어져서 눈물 흘리고 있네.
그런 거 알바 아니라는 듯 큰언니는 서브권이 옮겨간 것을 계기로, 사정없이 서브를 날려 온다.
체력 부족에 울상을 짓는 유키노의 동작은 둔화하고 있다.
평소, 숙녀티를 내고 있는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모습.
하지만 뭐, 나도 나대로 열혈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남 말 할 때가 아니다.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기능하지 않는 유키노의 지원을 맡는다.
모처럼 매치 포인트인데.
듀스 따위로 넘어가기라도 하면 압박감에 삼켜질 수밖에 없다.
그런 긴장감 따위는 사양하기 때문에, 이대로 떨쳐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포인트를 빼앗겼다.
스코어는 40-30
안되겠는데.
이제 한 번 실점을 허용하면 지는 코스 확정이다.
경쟁하는 걸로 큰언니에게 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고.
"사실은 나도 유키노쨩들이 이기게 해주고 싶은데 말이지. 하지만 그건 공평하지 못하잖아? 실력으로 이기지 못하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구. 여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바라면서 나도 이길 거야."
"이치는 알겠는데. 그렇지만.......기쁘게 만들어놓고 승패를 뒤집다니 수법이 더러워. 성격 안 좋네."
"에? 원래부터 그런 언니라는 거 잊고 있었어? 안되겠네에, 대낮부터 잠꼬대 해가지고는."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나는 아직 괜찮은데, 유키노에게는 조금 더 불합리 한게?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큰언니의 어떠한 말도 용납할 수 없다.
"그래도, 카자노쨩. 이것도 언니 나름의 지도야. 살다보면 싫어지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걸. 나 역시 느꼈는걸. 너희들도 그래."
떠들면서 서브를 날린다.
유키노시타家의 장녀라는 것도 있고, 부모의 일 관계로 인사차 파티에의 출석 기회도 많은 큰언니.
바깥에서는 좋은 언니니까, 틀림없이 사람과의 교제하는 방법을 갖추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큰언니라도 장애가 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일단 말해두자면 말이지. 나는 미인이잖아? 남자애들한테 인기 많고, 동성에게도 반감을 사버린다는 거야. 그러니까 괴롭힘 당하지 않도록, 인기 있는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 거지만 그게 또 피곤하단 말이지. 카자노쨩 처럼 자기답게 있을 수 있으면 즐거울 텐데."
"..............."
솔직히 말하자.
큰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여유가 없다.
없지만 단편적으로 들을 수는 있다.
요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인기인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인가.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한 채, 라켓을 허공으로 크게 휘두른다.
집중력이 흐트러졌나.
이걸로 득점은 40-40이 되었다.
안 되겠다 귀찮은 사태가 되어버렸다.
이 이상 움직이기 싫은데.
하지만 듀스로 넘어가기에는, 큰언니와 나의 실력 차를 생각하면 결론도 빠르다.
거기까지 우울해지는 일도 없다.
그것보다도 문제되는 점은, 포기할 분위기로 흘러가려고 하는 내 몸.
유키노를 위해서 라고 말한 의사가 약해진 것이다.
그리고, .......
코트의 구석에서 뻗어있는 내 반신인 유키노.
쌔액쌔액 하면서 땀을 흘릴 뿐이라, 대화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
이런 상태로 계속할 전력이 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다.
이건 외통수다.
이길 수 없다고 깨달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그 마음을 포기하라고 자기권고 한다.
"미안해. 나는 이제 움직일 수 없어."
"나도 같아. 후후.....어떻게든 쌍둥이 인거네. 움직일 수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는 게 똑같아."
다부지게 행동할 생각인 것 가지만, 오히려 피로감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띄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쓴웃음.
지켜보기 힘든 괴로워 보이는 얼굴.
이 상황, 마치 큰언니가 악역 같아 보인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마왕이라는 명칭이 적합하다.
"마왕 놈..... 이쪽은 용사도 뭣도 아니라고?"
"무슨 소리야? 사람을 향해서 마왕이라니 실례네."
유키노 같은 인형 같은 외모의 여자애라면 히로인 역을 발탁 받겠지.
그렇지만 나 같은 겉보기만 유키노를 트레이싱 한 것 같은 여자.
인간성 적인 내용물을 갖추지 않은 녀석이 활약할 장소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하아, 뭐 됐어. 적당히 시합을 끝내버리자."
"어머나, 포기해버려? 딱 보기에, 유키노쨩을 위해서 노력했던 거 같은데. 아깝네―."
"아니. 그냥 포기하는 것도 싱거우니까. 마지막은 가위 바위 보로 정하는 게 어때? 이제 다리가 흔들흔들해서 움직일 수 없고."
"갑자기 어떨까 싶어. 그 제안은 승낙할 수 없네. 머리 이상한 거 아닐까나?"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있어?"
"있어. 놀려먹어서 카자노쨩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흥미가 있는걸."
일상적으로 내게 장난을 걸거나, 놀리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별장지까지 와서, 그 성가신 언니의 마음을 엿보이다니?
엿보이기는커녕 대놓고 보여준다만.
"그렇지만 카자노쨩이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고 하면, 언니의 부탁을 하나 들어줄래?"
"듣기만 하겠는데.....엉뚱한 요구 같은 건 아니지?"
적중이었을까 시선을 페이드아웃 시키는 큰언니.
입가가 경련하고 있다.
이럴 때 만큼은 생각을 읽기 쉽다.
하마터면 농락당할 뻔했고나.
한 번 찔려주면, 그야말로 울 때까지 찔러댈 것 같으니까 말이지.
뭣하면 울어도 계속 찔러댈 거다.
그 좋은 예가 유키노.
좋은 예라는 것도 어폐가 있지만.
"간단한 일이야. 오랜만에 언니랑 같이 목욕을 하는 거. 그게 카자노쨩은 말야, 유키노쨩 이랑만 하잖아. 가끔은 나 랑도 자매끼리 알몸의 교제를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지요―."
"신변의 위협을 광광 느끼므로 각하. 뭔가 다른 멀쩡한 희망은 없어?"
"지금 것도 양보 한 것이지마안. 뭐 됐어. 이 부탁이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구. 으응, 그러면 다음에 쇼핑이라도 갈까. 식사하거나 옷을 보거나. 내가 카자노 쨩의 옷을 고르는 거야. 모처럼의 룩스가 좋음을 활용하지 못하다니, 터무니없는 일이야."
[유키노쨩도 함께 말야.]라고 덧붙이고 있다.
아니 잠깐.
내 옷을 올라?
나 자신은, 평상복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게 아닌데.
오히려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
반바지에 티셔츠.
남자 초등학생의 견본적인 스타일.
하치만으로 살았던 같은 나이 때도, 기본적으로 그런 복장으로 통일하고 있었다.
스커트를 입거나, 원피스를 입거나 하지만, 그런 장면은 집안의 행사 때에 한정되어있다.
여성용의 의복을 착용할 때는 엄마의 조언을 따랐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여자애다운 패션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 일선을 넘어버리면 영혼까지 소녀로 물들어버릴 것만 같아서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생물학 상으로는 여자.
그렇지만 마음은 남자.
가족으로부터는 남자애 같다 라고 듣고 있다.
성동일성 장애를 의심받았지만 그것도 아니다.
뇌 구조도 여자.
그렇지만 영혼만은 달랐다.
카자노 육체와 하치만 혼의 어긋남이 나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자신에게 여자애의 모습을 시켜봐?
여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자신이 변태 같지 않나 싶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으면 들키지는 않을 일이지만 묘한 죄책감이 든다.
"왜 그래? 멍해져 가지고는. 바보 같은 얼굴 하고 있어. 입을 뻐끔 하고 벌리고는 말야. 얼간이 같달까."
"실례네. 적당히 하지 않으면 화낼 거야?"
"이미 화내고 있잖아. 게다가 너는 화내도 무섭지 않은걸."
"이, 이 녀석.....하야마랑 같을 정도로 밉살스러운 어린애다."
"밉살스러운 것은 그쪽이야. 언니를 향해서 이 녀석 이라니 입버릇이 안 좋아. 엄마에게 일러바쳐버릴까?"
엄마를 애들의 싸움에 꺼내 방어수단으로 써먹나.
마왕이라고 내게 불릴 정도로 힘을 가졌으면서 어머니의 비호 하에 몸을 숨긴다던가, 승산이 없잖아.
그야 엄마도 큰언니가 내게 심술부리면 도와주시지만, 유키노시타家의 여자로서 어울리지 않은 행위를 저지르면 잔소리도 심하다.
"엄마한테 혼나고 싶지 않겠지. 그럼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이번은 그 조건을 따르겠지만, 언젠가 울려줄 테니까 각오해......"
이래 뵈도 뒤끝 있는 타입이다.
복수심을 더해서, 언젠가 폭발시키겠지.
나중에 사과해도 용서해주지 않을 거야.
생각보다 나는 쪼잔한 거려나?
자신의 일이지만 잘 모르게 되었다.
"저기.....이것저것 들리고 있는데......."
"듣고 있었나."
몰래 거래를 하고 있을 셈이었지만, 비교적 평소와 비슷한 성량.
지쳐있는 유키노의 귀에 자세하게 들려버렸다.
비밀리에 거래를 교환하고, 유키노에게 승리를 선물한다는 서프라이즈가 불발로 끝난다.
"이런 식으로 이겨도 기쁘지 않아. 언니와 카자노에게 실망이야......"
"기다려 유키노. 과정은 어떻든 결과가 전부야."
"카자노 치고는 냉혹한 사람 같은 대사."
"그렇게 말해도..... 애초에 얘기를 꺼내온 건 큰언니 쪽이라고? 나무랄 거라면 큰언니만으로 해줘."
"전에 사전으로 봤던 건데, 그런 것을 책임전가라고 하는 거네."
잘 모르겠지만, 유키노에게 엄청나게 몰아붙여지고 있네.
모든 책임을 큰언니에게 떠넘기고 내뺴려고 한 내 생각은 전부 읽힌 것 같고.
어떻게 발버둥 치더라도 내 인상은 마이너스로 향한다.
"자아자아 유키노쨩. 카자노쨩이 교활한 것은 처음이 아니잖아? 지금은 관대한 마음을 보여주면서 용서해주자."
"그것도 그러네. 하지만 언니도 나빠. 그걸 잊지 말아줘."
"아―, 언니도 야단맞았다. 기죽네."
득의양양한 미소 지으면서 기죽는다든가 표정이랑 감정이 불일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심으로 한 말인지 판단이 곤란하다.
뭐, 이 사람을 추측하려고 하는 게 무리겠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오전중은 이정도로 하자. 이제 움직이기 싫어."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기 싫어?"
"아무것도 아니야."
내 말 하나 하나에 반응하는 유키노쨩.
얼마나 날 보고 있는 건지. 의외로 유키노는 시스콘?
"점심은 아직 이르지만 식사하러 돌아갈까. 엄마한테 돈이라도 받아서, 그 근처의 찻집에서 샌드위치라든가 먹거나 말야."
"그 전에 나, 샤워를 하고 싶어. 땀으로 범벅이 인걸. 말끔하게 하고 싶어."
"그럼 나도 그렇게 할까."
땀으로 끈적해진 몸을 물로 씻어내고 싶다.
아무래도 남자였던 전생과 비교해서 깨끗한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결벽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땀 냄새라든가 신경 쓰이고.
"그럼, 나도! 셋이서 목욕하러 가. 우리 별장의 욕실은 대욕탕으로 되어있으니까 셋이더라도 널찍하니까 여유 있어."
"저기 유키노. 들어가는 시간을 나눌까."
"그러네."
기다렸다는 듯 방금 전의 요구를 집어넣으려는 큰언니를 견제한다.
정말이지.....틈만 나면 여동생에게 마수를 뻗으려고 한다.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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