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 전생――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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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본 작품에는 일부 독자께서 장르적인 의미나 속성적인 의미로 원하지 않는 현상이나 상황이 표현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분께서는 부디 작품을 즐기는 다른 분들을 위하여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3화
하야마의 권유를 받아들인 나이다만, 결코 안이하게 남자의 집에 들어가는 헤픈 여자가 아니다.
그저 단순히 의리를 지키기 위해 놀아주는 거다.
내가 하야마네 집에서 노는 것은 엄마에게 연락이 끝난 상태.
교무실 앞의 전화로 전했더니 [어머, 그러니. 이걸로 유키노시타家의 고민의 하나, 카자노의 장래도 평안하네.]같은 걸 중얼거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거 아니니까 진심으로 그만 둬주실래요?
초등학생이 하는 일이라고요.
어린 남녀를 붙잡고 놀려먹다니.
혹은 남녀가 같이 놀았다는 것만으로 사귀고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달달한 여자의 사고.
총명한 사람인 자신의 어머니가 같은 종류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니 슬퍼진다.
집에 돌아가면 자리를 잡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쪽도 말하고 싶은 게 쌓여있다.
쌓아두다가 언젠가 파열시켜 버릴 수도 없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도착한 하야마 댁.
양친은 지극히 바쁘신 분들.
평일 오후는 당연하듯 집을 비워두고 있다.
하야마의 엄마는
듣기만 해도 바쁜걸 알 수 있다.
우리 집 엄마는 명목상 전업주부이긴 하지만, 거래처와의 인사 순회라든가 유키노시타家의 외교 같은 걸 혼자서 맡고 있다.
말하자면 유키노시타家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삼대 연속 유키노시타 건설의 사장 겸 현 의회 의원인 아버지를 그늘에서 받쳐주는 훌륭한 사람이다.
참고로 큰언니는 유키노시타 건설 4대째 사장 취임이 은밀하게 정해져 있다.
여성 진출이 발달한 현대.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남자 우대 같은 분위기는 우리 집에는 없는 모양,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증조할아버지도 특히 고집은 없었다고 입소문을 들었다.
할아버지도 말할 필요는 없으려나.
"뭘 어려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
"응? 그런 얼굴 하고 있었나. 나는."
눈치도 빠르게 내 안색을 확인한 하야마는 신경 쓰인다는 태도로 내게 물었다.
이 녀석에게 걱정 받아서야, 나도 아직 미숙한 사람.
살아 온 햇수로 말하자면 내 쪽이 17년은 위인데.
과연 유키노에게 바보 같은 애라고 불리는 나.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뭐 하고 놀까? 게임이냐. 아니면 영웅 놀이나?"
"이제 난 전대물 같은 거 졸업했어. 왜냐하면, 어린애 같아 보이잖아."
"어린애 같아 보인다니..... 아직 너는 7살도 안되지 않았나? 생일은 9월 28일 이고 한참 남았네."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있는 거야?"
"엄마에게 다짐받았으니까 말이지. 사이좋게 지내는 애의 생일 정도는 축하해 두라고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으니까."
"그럼, 생일파티 같은 거 열면, 축하 해줄 거야?"
"그 정도야 일도 아니지."
생일 선물 구입비를 엄마에게 받아서, 실제로는 싼 물건을 구입, 차액분을 꿍쳐둔다는 속셈.
괜찮겠지? 딱히 부모에게 받은 돈을 후려쳐도.
"응, 그럼 나도――. 카자노쨩의 생일을 축하 해줄게. 선물도 기대해주면 좋겠어."
"맥캔이라도 좋아. 그거라면 싸고."
"아니, 제대로 된 물건을 준비 할 거니까."
"네놈, 그 말투라면 맥캔은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라는 의미가 되는데."
"미, 미안.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냐....."
내 화난 얼굴에 무서워 벌벌 떠는 하야마는 울상이 되어있었다.
아차......
초등학교 1학년 상대로 진심으로 빡친다든가 아니지.
이건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엄마에게 일러바치기라도 해봐?
꾸중 듣고 우는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나중에 유키노에게 위로받는 한심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다.
큰언니에게는 놀림 받기까지 하겠지.
"미안. 나도 시시한 걸로 성질을 내버렸어. 사과할게, 미안해."
"으, 응. 이쪽이야 말로, 네가 얼마나 맥캔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심한 말을 해서....미안해."
화해의 표시로 악수를 나눴다.
어쩌다보니 손을 잡을 기회가 많은 나와 하야마.
커뮤니케이션의 상투 수단을 실천하다니 나도 드디어 인간으로써 탈바꿈 하게 되었나.
스스로에게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성장을 실감하는 것과 같은 심경을 거듭한다.
"기분 풀었으면 게임이지. 자, 마리오 카트라도 하자. 단, 접대 플레이로 말야."
"알았어. 오늘은 카자노쨩이, 많이 이기게 해줄 테니까."
"그거 즐길 수 있을 거 같네."
이런 느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서 이 소꿉친구는 가슴을 펴고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기분을 이제 와서 속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분명 그렇다.
그러니까 나는 하야마를 친구라고 인정하고 있다.
아 이제 뭔가.
나도 솔직해졌다고 실감한다.
이 변화는 기쁜 일이기도 하며, 긍정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사람의 내면은 계속 움직이는 것.
근본적인 부분――이른바 개성까지는 그렇게 간단하게 뒤집을 수 없다고 해도, 사람과의 교제하는 방법 정도라면야 마음먹기에 따라, 어떻게든 된다.
그 필두가 지금의 나에 의한 하야마 와의 친구 관계 및 소꿉친구 관계.
원 없이 놀며 일상 중에서 일정한 가치를 찾아내, 추억으로 보존해간다.
나중이 되어서 기억의 앨범을 바라보며 빠져드는 거다.
그런 추억, 지금까지 없었던 만큼 남은 인생을 소중히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간직하고 싶다.
그러한 심경 변화도 있어서, 오늘 저녁은 하야마네에서 보냈다.
집에는 나와 하야마 뿐이라는 누가 보더라도 연애적으로 중요한 시츄에이션.
다만 공교롭게도 우리들은 아직 초등학교 1학년.
누군가가 기대를 할 만한 전개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나 자신은 안심이다.
어찌되었건, 오늘이라는 하루도 추억으로 승화시켰다.
――
하야마와 우정을 키우며 한 달.
일본의 대형 연휴인 골든 위크를 맞이했다.
골든 위크의 전반.
아버지도 제대로 된 휴가를 얻었다. 라는 걸로 가족끼리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가벼운 여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행선지가 카루이자와에 소유한 별장이었기 때문에.
부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루이자와 에서의 별장 소유
유키노시타 건설의 창업자인 증조부 대부터 약 1000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펄쩍 뛸 정도로 놀라버렸다.
엉망진창으로 부자잖아 라면서.
부자의 대명사에 해당하는 실가가 두렵다.
소시민인 나는 부들부들 떨 수밖에.
그래서, 여행을 하기에는 준비기간이 존재한다.
갈아입을 옷이나 시간을 떼우기 위해 독서할 책 선택 등.
전생에 이어서 독서가인 나는 지금도 문학소녀.
유키노와 나란히 문학자매이다.
큰언니도 나름대로 책을 읽고는 있지만, 우리들에게 미치지는 못한다.
한 번 독파한 책을 가지고 말해도 시시하기 때문에, 책을 장만할 윤택한 자금이 든 지갑을 꼬나쥐고 치바까지 나왔다.
동행에는 유키노.
동쪽 입구 방면에 있는 서점에 들어간다.
"어때. 마음에 드는 책은 있어?"
"있기는 있지만..... 영어로 된 책인걸. 읽을 수 없어."
"아직 영어는 공부중이니까 말이지?"
일본의 의무교육에서 배우는 정도의 영어는 자매 모두 이미 마스터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서를 그대로 읽기에는 사전을 한손에 들고서도 곤란하기 끝이 없다.
영어권 특유의 표현이나 문화나 관습 등에 익숙하지 않으면 해석은 불가능.
작품을 남김없이 즐기기에는 시기상조인가.
"팬더 판씨....."
"아―......그건가."
팬더 판씨 애호가인 유키노.
여동생인 내 눈으로 봐도 그 사랑은 깊다.
깊기 때문에 작품의 이해를 해낼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는 건가.
분함도 한층 더.
어깨를 내린 동갑 언니가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동정 같은 걸 바라지는 않겠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일단은 사는 것만큼은 사 가볼까? 모르겠는 문장은 둘이서 찾아보면서 읽어나가면 돼."
"그렇.....지?"
"뭣하면 큰언니라든지 엄마한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지. 영어 공부의 일환이라고 하면, 엄마라도 기분 좋게 가르쳐 주실 거고."
"그래, 그럼 그렇게 할까. 하지만......조금 비싼 책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걸로 충분할까?"
"내가 돈을 빌려줄게. 가족끼리는 이자는 받지 않을 테니까 안심 해."
집이 부자더라도 용돈에는 상한이 있다.
최근, 팬더 판씨의 대형 인형을 구입한 유키노의 주머니는 쓸쓸했지만, 내 돈을 더하는 걸로 값이 나가는 양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선반의 조금 높은 위치에 있던 목적의 책을 점원에게 내어달라고 하여 그대로 구입.
계산할 때 [영어로 된 책인데 아가씨들은 괜찮니?] 라고 점원 아찌가 물어봤지만,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읽지 못할 것을 각오로 산 것이다.
오히려 바라던 것.
여행지에서까지 면학정신이 넘쳐흐르는 우리들 자매는 상당히 근면할지도 모르겠다.
"고마워. 다음 용돈을 받으면, 바로 돌려줄게."
"엉. 그래도 물건을 살 때는 계획적으로. 알겠지?"
".......여동생에게 주의를 받다니..... 내 언니의 위엄도 땅에 떨어져 버린 거네."
어디까지고 언니이고 싶다.
이애도 상당히 완고하지 않나?
이러고도 어지간한 일로는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비뚤어진 놈이라는 자각이 있는 나와도 자매 사이가 양호하니까 절묘하게 서로 잘맞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도 하지만.....
쌍둥이가 쌍으로 장녀인 큰언니에게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자끼리 공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자매사이에 한 몫하고 있다.
유감스럽지만, 그 언니가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그걸 말하면 기어오르기 때문에 가만히 놔두기로 하자.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돌아갈까? 오늘은 시간은 있어도, 여기 저기 돌아다녀서 피로를 누적시키면 내일 이후에 지장이 생겨버리고 말이지."
"하지만 출출해졌어."
"그런가. 그럼, 미스터 도넛이라도 들릴까? 올드패션이 먹고 싶어서 말이지."
[※올드패션 : 커피 등을 찍어먹는 퍽퍽한 도너츠]
"하지만 나는 이제 돈이 없는걸."
"그건 내가 쏘지. 책값은 차치하고, 간식 정도는 내가 가진 걸로 괜찮아."
"하나부터 열까지 미안해."
"애가 사양 하는 거 아니다. 초등학생일 때는 부모에게든 손윗 형제든 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어."
"내가 언니인걸...... 하지만 그러네. 카자노에게 응석을 부려볼까."
응, 뭘까?
코마치에 대한 무상의 애정이 유키노를 향해서도 발휘하고 있다.
용돈에서의 지출을 아끼질 않는다.
그런 정신구조가 확립되어있다.
겉으로는 유키노가 언니고, 내가 여동생.
그런데 심정적으로는 자매의 입장이 역전되어있다.
유키노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나는 그녀를 여동생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말이지 묘한 자매관계이다.
출출함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가까이의 미스터 도넛으로 입점.
올드패션과 맞춰서 파이 계열 하나를 선택.
유키노도 나와 맞춰서 같은 조합을 선택.
마치 흉내놀이 같네?
어린 시절 코마치도 오라비인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을 흉내 냈었다.
옛날을 떠올리고,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쓸쓸함에 침체된다.
시대도 세계도 다르다.
가족으로도 결연관계도 없어졌다.
나와 코마치에게 남겨진 유이한 연결은 내 안에 새겨진 추억의 광경 정도겠지.
혼자서 과거를 회상하며 침울해져 있는데, 우리 언니는 우물우물하고 도너츠를 볼이 부풀어 오르게 물고 있었다.
다람쥐나 햄스터 같은 소동물 적인 보호욕이 자극된다.
깜빡 속였겠다?
또 하나의 세계에서는 어른스럽고 차분한 분위기.
한 쪽에서는 내 쌍둥이인 언니는 언동이나 정신이 주위의 애들보다 조숙해있지만, 나이에 상응하는 감성과 행동거지를 보여준다.
"맛있냐, 유키노."
"그래, 무척이나. 그것보다, 카자노는 먹지 않는 거니?"
"먹을게."
"그럼 내 얼굴만 보지 말고, 너도 먹으렴. 돈을 대신 내줘놓고 나만 먹는 것은 신경이 쓰이는걸."
"먹기 힘들었어? 그거 미안했네."
"사과하지 마. 사과 받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신세를 지고 있는 내가 설 곳이 없잖니."
배품 받고 있다고 느끼는 걸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전한 시점에서, 유키노는 분명 고집부리며 마음을 편하게 하지 못하겠지.
서투르게 논쟁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나도 얼른 도너츠를 입에 넣어야 했다.
말없이 올드패션을 한입 베어 물고.
도너츠의 달콤함에 잠겨있으니, 유키노도 안도의 표정을 띄우며 먹는 것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얻어먹는 자신이 먼저 먹기 시작한 것이 신경이 쓰여서 시달리고 있었나 보다.
그 압박감에서 해방되어, 드디어 간식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나는 본다.
__
여행 당일 아침.
귀엽게 하품을 하고, 여동생인 내게 손을 이끌려 승용차로 인도받은 유키노에게서 온기를 얻는다.
5월이라고는 하지만, 기상에 따라 쌀쌀한 아침도 있다.
지금처럼, 애답게 높은 체온인 유키노 에게서 따듯함을 얻는 것이 이치에 맞겠지.
그건 그렇고 유키노라는 상당히 차가울 것 같은 이름과 반대로 정말로 따듯하다.
쌍둥이 인데도 나는 체온이 낮은데.
어린 시절의 코마치와 필적하는 높은 체온이다.
"유키노쨩, 아직 졸린다면 차 안에서 자는 게?"
"에에....."
"오늘은 특히 아침이 약하네. 지난 밤, 가족 여행이 즐거워서 잠을 못잔 거니?"
"에에....."
"어랴랴. 제정신이 아니네, 얘도 참."
큰언니의 말대로, 어느 때보다 젊잖다.
원래 조용한 유키노지만, 오늘 아침은 어지간히도 정숙하다.
정숙함과 아침이 약한 것을 동일시 여기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그래서? 카자노쨩은 팔팔하잖아. 뭔가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나?"
"비결이고 뭐고.... 이른 아침부터 큰언니가 요란스럽게 내 방에 들어와서는 [카자노쨩, 아침이라구? 일어나지 않으면 볼따구에 츄? 해버리겠어?!] 라고 말하니까. 일어 날 수밖에 없었어."
"그걸로 잠깨서 말똥말똥 한 것은 언니로서 복잡하네. 언니가 여동생에게 해주는 애정표현인데 말야?."
"하는 방법을 고려해주면 좋겠어......"
평소의 습관대로인 큰언니.
여름 계절에는 숨이 턱턱 막혀서 성가시다.
하지만 땀을 그다지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이라, 큰언니에게 덥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다.
큰언니가 원인으로 열중증에 걸려서는 웃을 일도 아니다.
"그런가...... 카자노쨩의 언니 졸업은 빠르네......"
"원래부터 큰언니에게 달라붙은 적은 없잖아. 오히려 달라붙어졌지."
"그런 말을 하고 말야? 내가 허그 하면 귓볼을 붉히면서 부끄러워하면서. 심술꾸러기인 막내 여동생도 귀여워."
어디까지나 여동생 사랑이 깊은 언니이다.
코마치가 내 과도한 시스콘을 거북해 하던 이유가 지금 나타났다.
미안해 코마치?
이 세상에서 재회한 날에는 평범하게 귀여워 해 줄 테니까.
"너희들. 이제 차 출발 할 거니까 조용히. 츠즈키의 운전을 방해하면 안 된다?"
"엄마...... 주로 시끄러운 건 큰언니 뿐이자나?"
"그러네. 하루노는 자매 중에서도 가장 기운이 넘치니까. 하루노? 여동생이 좋은 건 알겠지만, 친한 사이라도 예의는 지키렴."
"네―에? 재미없어라―......"
푸념을 하면서 엄마를 따르는 기색을 보이는 큰언니지만....나는 알고 있다.
결국은 이 사람, 부모의 눈이 없는 곳에서 여동생에게 너무 달라붙는 것이다.
언제나 나와 유키노는 귀찮은 일에 말려든다.
터무니없는 트러블 메이커가 가족 중에 있는 거다.
전에 유원지에 놀러갔을 때도 관람차를 웃으면서 흔들어서 유키노를 진심으로 울려버렸고.
"거기다가 말이지. 아빠는, 전날까지 일한다고 바쁘셨어. 그러니까 조용히 해드리렴."
"그러고 보니 아빠, 차에 타고나서 조용히 있는 그대로네. 주무셨구나?"
큰언니의 말에 이끌려 아버지를 보니 확실히 자고 있다.
심지어 숙면.
평소의 야심으로 반짝반짝한 눈은 어디가고, 그 잠든 얼굴은 온화하고 상냥한 아버지 그 자체.
일의 사정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아버지이지만, 가끔 있는 휴일 등에는 공원에서 놀아준다.
가족 서비스의 정신은 제대로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카루이자와 에서의 별장 피서도 그런 흐름.
"아차 미안하군. 가족의 시간이라는데 자버리고 말았다...."
"괜찮아 딱히. 도착할 때까지 자."
"그럴 수는 없지. 평소, 그다지 가족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 메꾸기를 빈틈없이 해두고 싶군."
완고한 아버지다.
그 유키노시타의 의사의 완고함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거였나.
뭐, 이 세계의 유키노도 나이에 상응하기는 하지만, 자존심이 높아서 의사를 굽히려고 하지 않는다.
치바에 있는 서점에서의 유키노는 조금 나의 배려에 기대어 주는 기색이었는데.
여동생으로서는 의지해주는 것이 솔직하게 기쁘다.
"뭐든지 적당히 말이지?"
"애가 그렇게 신경 써주는 거 아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자매들 중에서 가장 어른스럽지."
언동 하는 것을 보면 초등학교 1학년에 맞지 않다.
태도든 사고든,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애답지 않은 것이다.
"어머, 카자노. 그렇게 생각 하는 것은 너뿐이라는 걸 모르겠니? 내 인식으로는 애들 중에서 카자노가 가장 어린애 같아 보이는걸....... 아니, 내 교육 방법이 잘못되었구나.... 미안해. 엄마가 잘못 한 것 같아."
"그건.....너무해."
자기완결하고 슬퍼해버리면서, 이쪽에서 이의를 낼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그저 농담 같은 말투로 가족이라는 관계를 인식시켜 준다.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말지. 카자노도 어른스러워지고자 노력하고 있어. 아이의 자발적인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본분이라는 거겠지."
"그러네요. 하루노나 유키노, 카자노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니. 과도한 참견은 삼가 하죠."
이 부모님들에게도 생각하는 것이 있다.
따라서 지켜보겠다는 역할에 충실하시겠지.
단 부모로서 길을 밝혀주는 의사도 있는 듯해서 [우리들도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할까요?] 라고 서로 확인하고 있다.
이런 여행하기 좋은 날씨의 차안.
애들을 방치해두고 두 사람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다.
분명 아버지와 엄마 두 사람은 서로의 양친이 짜준 맞선으로 만났던 거 같다.
그런 두 사람이라도 수년의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부부애는 존재하고 있다.
옆에서 부부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부모님에. 그 큰언니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지 눈을 돌리고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이 얼마나 인간다운 반응인지.
강화 외골격은 아직 장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여자애라고 할 수 없다.
――――
그런대로 시간이 지나서 차창으로 보이는 경치에 변화가 나타난다.
카루이자와 정에 진입한 것이다.
목적지인 별장 부지 내에 도착하여 아버지에게 이끌려 리무진에서 내렸다.
처음 들리는 우리 집안의 별장은 준공 한지 몇 년 안 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몇 번인가 개축은 했겠지만, 적어도 내가 태어난 이후에 리폼을 했다고는 듣지 못했다.
"츠즈키는 이 후에 빠지니까, 여기서부터는 가족끼리 만의 시간이다. 그럼, 즐겨볼까? 라고는 해도 유키노와 카자노는 이 장소는 처음이겠지."
우리들 쌍둥이 자매를 향해 아버지가 말하면서, 별장 안으로 안내 받는다.
호화스러운 문을 지나자 샹들리에라든가 벽난로라든가, 그야말로 부자 같음을 주장하는 내장이 선보였다.
내 용돈으로 몇 년 분?
같은 의미 없는 일을 상상할 정도로 감탄성이 흘러나온다.
"뭐랄까.....우리 유키노시타家는 정말로 유복한 집안이구나....."
"이 부를 유지하는 것도 꽤나 힘들지. 전전대가 쌓아올려 물려받은 재산이지만 즐겁지만은 않다고?"
"어, 엉..... 알고 있지만..... 돈이 있다는 건 좋구나."
타고난 축복받은 가정환경.
그런 것을 이유로 꿀만 계속 빠는 것에는 저항이 있다.
옆에서 볼 때는 부러운 부.
질투와 선망에 젖은 감정을 향해지면 어떤 변명을 할까 고민했지만, 아버지가 말하듯 부를 이루고 유지하기 것에도 평범찮은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겠지.
유키노시타 건설의 차기 사장 필두 후보인 큰언니도, 언젠가 모든 것을 짊어진다.
이 별장을 유지하는 것도 큰언니의 수완에 의한다.
경영이 기울면 사재도 잃어버릴 것이 많아질 것이고.
"응―, 왠지 모르게 그리울지도."
"큰언니는 와본 적 있는 거야?"
"유키노쨩이랑 카자노쨩이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들이랑 말이지. 너희들도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던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시의 큰언니는 3살 정도.
아슬아슬하게 분별심이 생기기 시작해서, 어슴푸레하게 기억이 쌓이기 시작하는 시기.
분위기로 옛날을 떠올린 것이라 생각된다.
"기억하고 있니 하루노? 그 때의 하루노도 참 테니스 코트에서 넘어져서 말이지. 울어버렸었지."
"그건 말하지 마...... 여동생들의 앞에서 멋없잖아."
뾰루퉁하게 입을 내밀며 불평을 하는 큰언니에게 유치함을 느꼈다.
인간미가 넘치는 큰언니에게는 호감을 가질 수 있다.
평소, 골목대장처럼 안하무인 같은 행동거지를 하는 이 사람이다.
가끔 약한 부분을 보여주지 않으면 반격도 할 수 없다.
"언니도 우는구나?"
"그야 언니도 여자애인걸. 지금은 울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조금 말이지. 하지만 유키노쨩 정도로 울보는 아니니까 말야."
"나, 나도 울지 않는걸! 좀처럼 울어버린다거나 하지 않는걸!"
"정말루우―? 이전에 말야, 밤중에 화장실 때문에 일어난 유키노쨩을 배후에서 왁! 하고, 놀라게 했을 때는――."
"말하지 맛!"
큰언니의 입을 막으려고 드는 유키노.
그러고 보니, 몇 일 정도 거슬러 올라가, 밤중에 침대를 벗어난 유키노의 행동에서 짐작이 간다.
묘하게 돌아오는 게 늦었다 싶었더니 큰언니에게 걸렸던 건가......
게다가 손으로 큰언니의 입을 막을 정도의 사건?
아아, 참고로 나랑 유키노의 잠자리는 같은 침대.
쌍둥이라는 조합으로 인해 부모님에게 하나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에, 그 연장선.
방도 둘이서 하나이기도 하다.
빈 방은 있기 때문에, 아마도 조금 해를 거듭하고 사춘기에라도 들어서면, 각자의 방이 주어지겠지.
이야기를 되몰리자면――
"미안미안. 나도 참, 덜렁이네. 자칫하면, 유키노쨩이 지려버린 것을 말해버릴 뻔 했네. 울면서 쉬야를 흘리는 유키노쨩의 모습. 아무리 언니라도 잘못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구?"
"어, 언니.....? 이, 이 사람 무슨 소릴 하는 걸까. 내가 지린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어."
과연.........
그야 숨기고 싶어 하지.
초1에 지리는 건 치욕스러움의 대상.
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해도 여동생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납득 간다.
"그 후에 큰일이었지. 심야였으니까 가정부씨도 없고 뒤처리는 직접 해야만 했으니까. 울고 있는 유키노쨩을 목욕시키거나 말야."
"뭐 하는 거야 큰언니..... 자업자득이잖아. 게다가 유키노를 울리지 말라니까."
"귀여운 애일수록 괴롭히고 싶잖아? 카자노쨩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도 그게 이유야."
"나도 큰언니가 볼 때는 귀여운 건가..... 고마워."
"칭찬 한 거 아닌데 말이지. 응, 카자노쨩은 말이지. 역시 바보지?"
"그,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반격밖에 할 수 없으니까 바보인 게 아닐까?"
"............."
이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길 수 없다고 알기 때문에 말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나라는 인간은 바보 딱지를 벗기려 해도, 큰언니에게 위에서 짓눌리고 있는 듯하다.
"자매 싸움은 그만두려무나. 아니, 괴롭히는 건 그만 두렴 하루노."
제대로 자기 자식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적확하게 대상을 좁혀 나무랐다.
즉 큰언니가 나쁘다 라고 알고 계시는 모양이다.
언니로부터 불우한 취급을 받아도 엄마는 공평을 중시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어머니에게 까지 푸대접을 받아버리면,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할 레벨일지도.
안 그래도 두 번째의 인생.
세 번째는 아무래도 귀찮으니까 이번 생을 있는 힘껏 살아볼 셈이다.
"혼나버렸네. 카자노쨩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적당히 하라는 걸까나."
"이해했으면 다음부터는 자제해줘. 상대하는 측의 노력을 헤아려 줬으면 좋겠어."
"노력이라니 언니를 향해서 차가워―어. 그래도 말야, 막상 내가 상대 해주지 않으면 외롭겠지? 토라져 버리겠지?"
"이 큰언니는......."
어디까지고 긍정적인 사고가 넘쳐흐른다.
이쪽이 말하는 건 전부 뿌리치고......아니,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해석 방법이 비틀어져 있다.
과도한 애정을 받아서 매일 정신적 피로가 끊이질 않는다.
가정 내에서의 일이니까 도망칠 곳도 없고.
학대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그렇다고는 하지만이다.
큰언니가 말하는 대로 가족끼리 거리가 있는 것은 문제이다.
같은 집에서 살면서 얼굴 맞대며 대화가 없다는 것도 불화라는 것 같고.
지나치게 가까워서 간섭이 강한 것도 어떨까 싶지만.
"카자노. 화내는 건 알겠지만, 방에 짐 두고 오렴."
보다 못한 엄마가 말을 끊어서 틈을 만들어 주었다.
이야기가 끊긴 것으로 큰언니는 흥미를 잃고, 다음 타겟으로 유키노를 정했다.
여동생의 뺨을 [에잇에잇]하면서 찔러서, 유키노는 무척이나 불쾌한 듯한 표정.
짜증이 격해졌는지, 그녀치고는 드물게 혀를 찬다.
이 혀차기, 나도 큰언니에게 장난을 심하게 걸릴 때는 차고 있다.
쌍둥이 여동생의 나쁜 습관이, 거참 쌍둥이 언니에게도 전염되어버렸다는 거다.
두 사람의 언니의 장난질을 곁눈으로 흘겨보고 주어진 방으로 자신의 짐을 옮긴다.
단, 큰언니와 유키노도 같은 방.
조용히 독서라도 하고 싶었지만, 소란스러운 큰언니에 의해 그 시간은 보낼 수 없다.
"그럼 두 사람 다. 밖으로 나갈까."
"하? 뭐라고?"
침대에 몸을 던지고 천장을 바라보며 풀어져있으니, 갑자기 큰언니가 말을 꺼낸다.
테니스 라켓 가방을 어깨에 걸고 유키노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고 있지만 3살 연상의 언니의 악력에 의한 구속은 풀리지 않는다.
"그만둬 주셔.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는 거는."
"좋은 날씨고 밖에서 땀을 흘리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말야. 두 사람 다 틀어박혀서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잖아. 이런 때 정도는 건강한 생활을 하자구."
"그쪽에게는 그게 건강한 생활일지 몰라도, 우리들이 볼 때는 달라. 독서로 지식이나 감성을 기르는 거야. 가족이라도 가치관이 다르지. 그러니까 오늘은 가만히 둬주면 안되려나?"
"싫어. 그러면 내가 심심하고."
"자기 맘대로 구나....."
재미없다.
그 한마디로 내 주장은 일축 당해버린다.
"재미없다니. 애들의 떼쓰기라고, 그건."
"나 역시 언니이기 이전에 애라구?"
"아니, 그렇지만."
큰언니도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의 여아.
한창 놀고 싶을 때.
멋내기에 신경 쓰기 일보 직전의 연령답게, 놀고 싶은 욕망이 멈출 줄을 모른다.
"언니...... 언니는 나를 괴롭히는 거야?"
"괴롭힌다니 오해할라. 나 나름의 여동생을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걸까나. 받아들이는 측의 감성이 차이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스스로 사랑한다든가 신용 할 수 없지. 알고 있어? 한 쪽이 사랑하고 있어도, 다른 한쪽이 그렇다고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일찍이 나도 코마치에게 사랑한다고 전했지만, 우리 여동생은 오라비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코마치는 그렇지도 않지만, 고마워.] 라고 말해서 침울했지.
물론, 말 그대로 의미를 해석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분명 코마치도 나를 오빠로서 경애하고 있었을 것이다.
"뭐―조만간 알거야. 언니인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말은 잘해요. 괴롭히고 자빠뜨려서 항상 유키노의 눈에 눈물이 맺히게 하는 있는 주제에."
"그러니까.....카자노. 나는 울지 않는다니까......?"
"그렇지, 유키노는 강한 아이지. 그렇게 간단하게 눈물을 흘리지 않겠지."
하지만 알고 있다.
유키노는 솔직히 말해서 울보다.
거기다가 지기 싫어하고 쇠고집.
언젠가 거짓말 하지 않는 강한 여자로 클 거라고 생각된다.
유키노의 의사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랄까 애가 하는 말이고, 일단은 긍정해두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언니랑 같이 테니스라도 하자. 부지 내에는 코트도 있으니까."
"싫은데, 귀찮아. 나를 끌어내고 싶었다면 맥캔이라도 준비 해뒀어야 했을걸."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집에서 몇 개인가 가지고 왔는걸. 자, 저기 아이스박스에 들어있어."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
벽 쪽에 소형 아이스박스가 놓여있고, 부착된 라벨에는 [카자노쨩 전용.] 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내 전용 먹이라고도 말하는 듯한 표시다.
먹을 걸로 낚으려는 속셈을 확실히 읽어낼 수 있다.
굴복해 버릴 것만 같은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이렇게까지 준비했고, 같이 놀자. 저기, 괜찮지?"
꾸욱꾸욱 하고 팔을 잡아당긴다.
그 박자에 팔이 큰언니의 가슴에 닿지만, 아직 부풀음은 아주 조금.
2차 성장기를 맞이하지 않으면 이런 걸까.
아니, 나도 뚱딴지 같이 머릿속이 핑크색.
그다지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자신의 언니에게 성희롱 비스무리한 생각을 품다니 나도 뒤틀려 있다.
큰언니가 이상한 사람이니까 여동생에게도 독이 되어 버렸다고 해두자.
나는 나쁘지 않은 거다.
책임 회피라든가 라고 하게 두지는 않을 거다.
"준비성이 좋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으니까 놀아줄게.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유키노에게 강요하지는 말아줘."
"좋아. 하지만 유키노쨩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려나?"
"........."
말이 없는 유키노.
얼굴을 보니 뭔가 한창 생각하는 중.
지금의 나와 큰언니의 대화에 대해 의문이 있는 듯한 반응.
"아니, 나도 밖으로 나갈게. 카자노가 간다면 나 역시――."
어떤 이치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녀는 결심했다.
밖에 돌아다니는 걸 싫어할 터인 유키노.
본래라면 책방에서 구입한 팬더 판씨의 양서를 읽을 예정이었을 텐데, 평소에 차갑게 대하던 큰언니의 권유를 따라버린다.
마음이 변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내가 관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혹시 나만 싫은 짓을 당하도록 두지 않으려고?"
가장 먼저 떠오른 원인을 그대로 입에 담아본다.
"아니, 딱히 나는.....언니를 싫어하지 않은걸. 같이 놀면 지치지만, 즐거운 일도 있고. 단지 카자노랑 함께 판씨를 읽을 수 없다면, 나도 밖에서 같이 테니스를 하고 싶은 거야."
요컨대 뭘 하든 나랑 행동을 같이 하지 않으면 차분해지지 않는다는 걸까.
둘이서 하나이기를 고집하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헤에? 유키노쨩은 카자노쨩을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응, 그건 좋은 일이야. 자매끼리 사이가 좋다는 건."
실실거리며 뭐가 이상한지 웃는 큰언니.
유쾌하듯 유키노의 등을 팡팡 하고 두드린다.
성가시다는 듯 손을 치우려는 유키노지만, 다음 순간에 머리를 쓰다듬어져 반항심을 제거 당한다.
길들여진 동물 같은 변화에 나까지 웃어버렸다.
"아, 카자노쨩이 웃었다. 응―, 혹시 카자노쨩도 쓰다듬어 달라는 거야?"
"그렇지도 않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일단, 큰언니는 가족으로서의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어리광 부리기에는 내게도 체면이라는 것이 있다.
좀 부끄럽잖아?
전생에서 지인이었던 만큼 아무래도 그렇지?
"흐―응? 뭐, 여기는 카자노쨩의 자존심을 봐서 쓰다듬는 건 그만둘게. 그 대신이지만, 나중에 쓰다듬어 달라고 졸라도 모르니까."
"아, 아아......?"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아까운 것을 놓친 듯한 기분이 된다.
아니, 놓친 걸로 됐겠지.
그런 거.
아니아니 그래도......
이렇게 우유부단에 빠질 정도로 나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모양이다.
언니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여동생 이라는 흐뭇해지는 행위에.
"흣흐―응! 안심해. 거짓말이야. 제대로 귀여워 해줄 테니까. 언니가 지금부터 머리를 쓰다듬어 드리지요!"
"에........?"
표적을 내게로 옮긴 큰언니는 싱글벙글 미소를 휘두르면서 침대에 앉는다 싶었더니, 나를 끌어안고 무릎 위에 얹는다.
몇 초 안가서 머리에 손의 감촉이 전해졌다.
즉 쓰다듬어지고 있다.
기분 좋다거나 그런 감각이 아니다.
뭐랄까.....막연하고 애매하고 추상적이지만 안심이 된다.
이 인생에서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에 엄마와 함께 목욕을 했었는데, 그 때의 따듯함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리운 감각에 뭔가 감상을 내놓지 싶지만 입안에서 머문다.
말로 꺼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저 주어진 애정에 몸을 맡겨버리라고 귓가에서 속삭여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결국......카자노도 언니를 좋아하는 거네? 나와 같은 걸까."
"유키노도 큰언니가? 평소에는 그런 말 하지 않으면서 말이지. 여행으로 들떠버린 거 아닌가."
"시끄러워. 내버려 두렴. 너도 그렇잖니? 남 말 할 처지일까."
"정말이지...... 이 시스콘 녀석."
"언니에게 질투? 후후, 하지만 카자노도 여동생이고 좋아해."
"그런가...... 고맙네."
뭘까.
여기에 와서 유키노가 수줍어하고 있어.
나도 평소처럼 비뚤어지지 않고 수줍어하고 있지만 서도.
"좋아. 쓰다듬는 건 이정도로 하고 테니스 하자."
중단된 것은 아쉽다고 생각되지만 어쩔 수 없지.
원래 큰언니는 아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순순히 무릎에서 내려와서, 의욕에 넘치는 큰언니를 바라봤다.
의욕 넘치는 것 치고는 테니스복으로 갈아입지는 않는 모양.
거기까지 진지하게 할 생각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유희로써의 테니스를 즐길 생각인 거겠지.
"라켓은 인원수대로 있으니까―― 나 VS 유키노쨩&카자노쨩 으로 대전 하자?"
"괜찮아? 2대 1이면 그쪽이 불리할지도 모르는데."
"체력 제로인 너희들을 위한 핸디캡이야."
그랬었다, 떠올랐다.
우리들은 쌍둥이이자 하나같이 체력이 없다.
그런 두 사람이 복식을 짜도 전력이 될지 모른다.
싱글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럼 유키노. 큰언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
"그래 그러네. 한 번 쯤은 언니에게 이기고 싶은걸."
나도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전생처럼 패배견 체질은 빠져나가고, 유키노에 감화된 것 같다.
좋은 경향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도 역시 다른 사람 같다.
"옷, 두 사람들 이길 생각 만땅 이잖아? 좋네, 재밌을 거 같아. 나도 여동생 상대니까 손대중은 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전의를 불태우는 큰언니.
.........역시 이길 수 없을지도.
갑자기 사고가 냉정해지고 실력 차이에 떨리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이제 되돌릴 수는 없다.
왜냐면 유키노가 할 생각이니까.
쌍둥이로 세트인데 나만이 시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유키노를 위해서라도 이겨주지 않으면 볼 면목이 없지.
그러므로 발걸음이 무거워도 멈추는 일은 없이 부지내의 테니스 코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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