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 전생――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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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그 날의 광경은 잘 기억하고 있다.
내 인상 최후의 기억――.
지금이니까 떠올려보자――.
그 날의 사건에 대해서.
――――
봉사부의 부원끼리 모인 겨울의 카사이 임해 공원에서의 추억은 나라는 인간에게 변혁을 불러왔다.
하지만.....그 변화가 반드시 내 인생을 계속시켜주지는 못했다고 한다면?
어이없게 져버린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길은 가로막혀, 어둠에 휩싸였다.
하지만 소리만큼은 아직 이 귀에 들린다.
울부짖는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힛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내 이름을 부른다.
그녀의 곁에는 또 다른 한 명의 여자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서있기만 한다 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경직.
언제나 우아하고 여유를 가지고 있던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평범한 여자애다운 행동.
그렇겠지.
유키노시타 유키노 역시 어디에나 있는 여자애인 거다.
아무리 어른스러워 보이는 내면을 하고 있어도, 유서 깊은 집안의 아가씨라고 해도....우리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아이다
"히키가야군.....어째서....."
유키노시타가 의문을 입에 담는다.
내 꼴을――참상을 시계에 넣어도 믿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광경에 대해.
나라는 녀석이....보기 흉한 꼴을 내보였다.
이런 꼴로 코마치를 볼 면목이 없다.
소부 고등학교 수험 당일.
유이가하마에게 이끌려 봉사부 멤버로 데이트.
그 돌아오는 길에 비극과 마주쳐 버리다니.....
한심해서 눈물이 복받칠 것 같다
뭐.....
실제로 울고 있는 것은 [힛키....!]라고 내 이름을 부른 유이가하마와, 의문을 던진 유키노시타 두 사람이지만.
"아.....아......아아....."
말도 안 나온다.
목은 못써먹지 않을 터다.
그렇지만 불타는 듯한 열기가 전신을 지배한다.
범해지고 있다.
죽음에게 범해지고 있다.
이대로는, 싫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생명을 연장시킬 수조차 없다.
그 정도로 중상을 이 몸은 입고 있다.
생존 따위는 절망시 될 정도로 무너져가는 몸.
얕은 호흡이 간신히 가슴을 상하시킨다.
피는 째진 이마에서 흐르고, 복부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혈액이 유실되고 있다.
체온이 사라져간다.
가뜩이나 겨울의 저녁 무렵.
가차 없이 나라는 인간에게서 열을 빼앗아 갔다.
"유이......가하마....."
"힛....키.....?"
흔들리는 쉰 목소리로 다정한 여자애를 불렀다.
"유키노......시타....."
"히키....가야군.....?"
누구보다도 고상한 여자애도 불렀다.
이게 내 최후의 말이 될 줄 알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말을 쥐어 짜냈다.
이를 유언으로 하겠다는 의사로.
사실은 나도 여기서 인생을 막을 닫을 예정 따위는 세워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깨달아 버렸다.
어떻게 발버둥 치더라도 나는 여기서 죽을 것이라고.
코마치의 수험 결과를 죽는 것보다 먼저 확실하게 죽는다.
죽음이라는 운명에 직면해, 피할 수도, 뛰어 넘는 것도 불가능.
그런 부조리에 사로잡혀 어이없이 나는 죽는다.
왜 죽는 것이냐고 하면――그야 내가 차에 치였으니까 다.
――――
계기는 사소한 것.
눈이 내리는 귀갓길을 나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가 걷고 있었다.
바로 전까지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의 결의 표명을 지켜본 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앞을 걷는 그녀들의 등을 응시.
아무 일도 없다고 할 수 있는 날을 마치고, 내일의 아침 해가 오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일상과 단절된 이레귤러라는 것은 갑작스럽게 습격하여 오는 것이다.
나와 여자애 둘이라는 그룹을 목표로 거체를 미끄러트리며 달려들려고 하는 것이 있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자동차.
얼어붙은 노면에 발이 묶여, 드라이버의 의지를 반하며 차도에서 보도로 올라 타버린 듯하다.
그 순간, 내가 보는 광경은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이 되었다.
사고가 또렷해지면서, 어울리지 않게 냉정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즉시 이해한다.
미끄러진 차체의 궤도상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는 다르다.
죽음으로 향하는 길목에 남겨져 있다.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내 몸은 당연하듯 뛰쳐나가고 있었다.
팔을 뻗는다.
시선은 똑바로.
내게 있어서 소중한
뻗은 팔이 그녀들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잡아당겨서, 대신 내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멋대로 몸이 움직여버려서, 그래도 마음은 만족했으니까.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얼굴만을 그녀들에게 돌렸다.
깊은 절망에 물든 얼굴.
그러지 말아줬음 싶다.
그런 얼굴을 해버리면, 마치 내가 너희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친구 같아지잖아.
하지만 그런 감상을 안으려 해도 무자비하게도 쇳덩어리는 내 육체를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콰직.....
싫은 소리가 난다.
생생한 낯선 소리다.
아아니, 옛날 TV에서 본 양화 극장에서 스플래터 영화에서 들은 것 같은 SE(효과음)에 가깝다.
그런가, 그 소린가.
이 소리를 리얼하게 재현해버린 거다.
라는 느낌으로 쓸데없는 지식과 일치하고 있는 것도 잠시.
살과 뼈가 짓이겨지는 충격이 전신을 괴롭힌다.
어찌됐건 아프다.
타는 듯 찌르는 듯.
산산이 부서지는 듯한 둔통이 머리통을 울리며 스며든다.
눈물이 나오고 있다.
흘러나와서 시계를 일그러뜨린다.
어디선가 [퍼억.....] 하고 충돌음이 울렸다.
나를 내동댕이치고 자동차가 보도를 따른 담을 들이박은 것이겠지.
하지만 내가 차에 치였다는 사건은 바뀌지 않는다.
땅에서 우러러보며 쓰러져, 무방비하게 드러난 뺨에 눈이 착지한다.
열이 끓는 몸을 식히기에는 딱 좋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출혈이 시작됐다.
피가 줄어들 때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건 위험하네.
진짜로 위험해.
진심으로 위험해.
가열된 듯한 더위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몸에서 체온이 빠져나간다.
생물이 죽음에 도달하기 직전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
이것이 나라는 남자가 죽음에 달하는 경위.
들이닥친 불행은, 너무나도 허를 찌르는 듯한 것.
호흡도 꽤나 불규칙하게 되어버렸다.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기개조차 옅어져 있다.
확실한 죽음으로의 걸음을 나아가고 있었다.
아아.......
내 진로 지망은 전업주부인데. 웃을 수 없는 지망 처다.
시계가 옅어지기 시작한다.
소리도 멀어져 간다.
이 세계에서 소실하는 전 단계 같아서, 어마어마하게 추워져 간다.
의식조차도 언제 끊겨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런 경지로 두 사람의 여자애를 곁에 두고 울리고 있다.
이런 상황, 내가 원하던 것일 리가 없다.
여자를 울리는 것 따위, 중학생 시절에 조금 마음에 들었던 여자애에게 고백하고 확 질리게 한 후 처음이다.
지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전례와 겹치는 경우일까......
어쨌든 나는 그녀들의 앞에서 사라지겠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뿐만이 아니다.
아버지나, 엄마, 코마치라는 가족 앞에서도 사라진다.
은사인 히라츠카 선생님.
내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것이 가능한 동성인 토츠카.
거기에 자이모쿠자도 더해도 좋다.
뭣 하면 하야마 같은 나와는 상반되는 남자도 괜찮다.
토베도 바보지만 좋은 녀석이다.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가.....
나는 후회하고 있는 거다.
서운한 것이다.
공포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엄청난 공포를 안고 있다.
아깝다고 생각할 만큼은, 현실세계에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제 와서 깨달은 가치의 크기.
가혹한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그래도 나는 살아있고 싶었다.
어쩔 줄 모르겠을 정도로 슬프다.
진짜・・라고 하는 환상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 바란 내 기분을 진실이라고 확신했다.
아직 세상에는 희망이 있는 거구나 라고 알았다.
바로 손이 닿는 곳에 있었는데 어이없이 놓쳤다.
그런 얼빠진 나의 최후는, 이런 어중간한 장소인가.....
유키노시타의 결의.
그것을 끌어 낸 유이가하마.
끝까지 지켜본 나.
그런 세 사람은 곧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만다.
그런 불합리에 나는 부딪혀 버렸다.
직면하고, 직격했다.
이 무슨 꼴, 이 무슨 참상, 이 무슨 비극, 이 무슨 불행.
바보 같은 구절에 피가 섞인 눈물을 흘렸다.
"너희들은....."
"힛키....무리해서 말하면 안 돼....."
"지금 구급차를 불렀으니까.....안정하고 있으렴......"
일단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다.
신음 소리로 최후를 장식하기는 너무나도 아쉽다.
전하고 싶은 것도 모른 채, 뭔가를 전하려고 했다.
"부탁해.....죽으면 싫어....."
"당신은.....봐주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우리들의 결의의 앞날을....."
"아.....아아......아아......그렇......지이......아......"
성량이 작다.
지근거리에 있는 그녀들의 귀에 닿을지 조차도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유이가하마는 끄덕이고, 유키노시타는 [그래.] 라며 들어주고 있었다.
고맙다.
지금은 그런 것조차도 은혜를 느껴버린다.
압도적인 마음 불안함을 그녀들의 마음 씀씀이가 따듯하게 만들어준다.
어디까지나 나는 외톨이를 주장하는 주제에 사람의 온기를 바라는 심술꾸러기인 녀석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자신에게 솔직해진 것 가다.
죽기라도 하지 않으면 내 성품이라는 녀석은 바꿀 수 없다고 했었나.
"죽고 싶지 않아......"
"응, 알고 있어. 그럼 죽지 마. 죽지 않도록 힘내....."
"죽고 싶지 않아......"
"그래..... 우리들도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라지 않아. 살아 주렴......."
그녀들도 내 생존을 바라고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놈인지.
남자로서 그녀들과 같은 귀여운 애와 예쁜 애랑 있을 수 있어서 기쁘지 않을 리가 없다.
그 예에 나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나도 얼마 남지 않은 생명.
구급차 같은 것이 사건현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나는 이 세계를 떠났을 것이다.
고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제 시간에 오지 못할 거다.
그런 건 나 자신이 제일 이해하고 있다.
그걸 이해하고도 나는 살기를 바랬다.
그저 한결같이 살기를 바랬다.
이때까지 축복받은 청춘을 보내지 못한 나에게도 소중한 것은 있다.
그건 양친이며 코마치이며 ――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다.
소문 같은 거 관계없다.
나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자.
나 역시 청춘을 하고 싶었다.
거짓에 젖은 친구 관계는 바라지 않았지만――함께 있어 즐겁다고 생각되는 친구를 원했다.
"미안.....하네......... 죽고 싶지 않다만...... 코마치를 위해서도 죽고 싶지 않다만...... 여기서 나는 끝이다......."
죽기 직전인데도 수다쟁이가 되어있었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진성 시스콘이네......?"
다부지게도 미소를 보여주는 유키노시타.
그렇기는 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고 눈물이 뺨을 타고 있다.
마지막이기에 밝아 보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있다.
이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염려다.
"힛키, 진짜 징그러......"
그 자세는 유이가하마 에게까지 전염되었다.
그녀도 웃고 있다.
그렇지만 슬픔에 젖은 미소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아..... 너희들은.....정말로 좋은 애들이구나....."
"에.....뭐라고 했어? 힛키....."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말을 하지 마렴......"
실제로 죽는다.
이제 끝에 달해있는 생명을 소모시키면서 말을 쥐어짜내고 있고 말이지.
그러니까 다.
그러니까 나는 구태여 말한다.
여기서 말하지 않으면 나는 평행 후회한다.
그 평생도 임종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까, 사후에 이르기까지의 후회라고 해야 하나.
"내게 있어서 진짜는――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너희들이었던 것 같다...."
"시러..... 이제 죽을 것 같은 말 하지 말아.....시러, 시러, 시러.....!"
"죽음을 받아들이지 마.....당신이 없어져 버린다면...... 나는......그런 거 싫어......!"
어린 애처럼 때를 쓴다.
유키노시타 에게도 이렇게 애 같은 일면이 있을 줄이야.
고양이에 대한 애착심이나 팬더 판씨에게 파고드는 모습으로 부터, 이전에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그렇지만 겨우 나는 종막을 맞이하는 것 같다.
더 이상 체온 같은 체온도 없고, 생명력이 텅 비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이 말로 매듭을 지어두자.
내 생애를 마감하는 순간으로써 장식하는 거다.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좋은 인생이었다――."
"힛키......"
"히키가야군......."
이걸로 나는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끝났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끝났다.
시계는 제로.
훅.... 하고 꺼져버려서, 그대로.
색도 형태도 없는 새카만 세계로 초대받았다.
사후의 세계란 무・라고 생각했다.
존재 그 자체가 소실되어 의식이나 사고조차 잃어버리는 줄로만.
그렇지만 이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을 수 있다.
요컨대 사후도 갈 곳이 있다는 증거.
오른쪽도 왼쪽도 판별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을 떠돈다.
그런 애매한 감각 안에서 나는 저 세상에 이르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 세상에서 없어서 없어져버렸다.
이 이상, 뭔가 가능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이뤄지는 대로, 흐르는 대로 존재할 뿐.
어쩌면 윤회전생이라는 개념에 따라, 다른 시대에 다른 장소에 다른 인물로써 다시 태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얕은 기대를 걸 정도로의 삶에 대한 집착은 남겨뒀다.
지지배 같다.
단념을 못하고 있다.
같은 걸 자신에게 말하고 있지는 않다.
인간에게 있어서 산다는 것은 본능이다.
사람 그 자체에 코웃음 친다는 것이 자신에게 향해지는 것도 싫고, 하기도 싫다.
"아아......살고 싶었다. 젠장......"
가장 큰 미련은 코마치의 일.
그 여동생은 입으로는 오빠를 나쁘게 말해도, 사실은 내 시스콘에 못지않은 극단적인 브라콘
그런 애가 오라비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우는 건 당연, 슬퍼하는 것도 당연.
그리고 삶의 희망을 반 정도 잃어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전에 코마치는 말했다.
자신이 소부 고교에 수험을 정한 이유는 내 존재가 가장 크다고.
"오빠야 따위도 붙은 고등학교라면 코마치도 낙승이지!"
라고 말했으니까, 그 자리에서 웃고 흘려버렸지만.
어찌됐건
나는 코마치의 인생의 일부를 빼앗아 버린 것과 같다.
그건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도 적용된다.
극히 한정된 인생의 일부에 그치지만, 적어도 봉사부로서의 형태는 망해버린 것과 다름없다.
와해되어 버린 것이다.
자의식과잉 일지도 모른다.
내가 없더라도 봉사부는 돌아갈지도 모른다.
고문인 히라츠카 선생님의 수완이라면 재건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아니 그건 역시 불가능.
내가 없더라도 봉사부가 성립되는 것 따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소름이 돋는다.
그 곳은 내가 있을 장소다.
이었다.
내 생각일 뿐이라고 하면, 그럴 뿐인 이야기.
하지만이다.
내게도 믿고 싶은 것이 있는 거다.
그건 코마치와의 남매사이 라든가, 토츠카와의 추억이라든가.
나머지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사혼 같은 소중한 것 뿐.
나 치고는 꼴값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죽어서 한 번 벗겨져 보니――성가신 비뚤어진 성분도 떨어져 나간다.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까지 마구 흔들린다.
그렇게 자각할 정도로 나는 굉장히 홀가분해졌다.
그야 죽어버린 거다.
좋든 싫든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지킬 필요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로 자유.
그렇지만 필요한 울타리라든가 속박은 있다.
코마치의 오빠라는 입장은 죽어서도 더욱 나를 묶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야 말로 내가 살아있던 증거.
후세에 거론될 정도로 대단한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환의할 일이다.
잃어버리고 겨우 알아차렸다.
터무니없이 내 존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손에서 놓쳐버렸다고.
낙담한다.
실의의 안에 가라앉는다.
끝없는 늪에 내 혼은 빼앗겨 벗어날 수 없다.
이제 모든 것이 무의미.
죽어버려서 무의미.
몇 번 생각해도, 사고 해봐도, 숙고 해봐도 바뀌지 않는 결말.
정말이지.....
그런 장면에 목숨을 집어던지다니 말이지?
그렇지만 후회뿐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야 그렇겠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의 생명을 구한다는 결과로 이어졌으니까.
마지막에 눈동자에 비친 그 녀석들의 얼굴은 슬픔을 비추고 있었지만.....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녀들은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내가 살았을 남은 수명과 맞바꿔서 그녀들을 살린 가치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확실히 그 때에도 지금도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후회는 남아도 무의미에 가까운 사후를 맞이하더라도― 전혀 빛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유일하게, 내게 주어진 광명.
구제의 빛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내 감정.
안정되지 않는 것은 육체를 잃어버린 영향인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공간을 맴돌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왠지 지루해졌다.
이런 공간에 영원히 갇혀있다면 발광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 시간문제.
어차피 이미 죽었고, 결과 났는데 또 죽는다는 개념을 덮어 쓸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설마 자해 같은 거 하는 건가.
처음부터 신체가 없다.
무슨 행동이든 제약을 받고 있다.
봐, 아무것도 안되잖아.
바보 같은 것만 생각하면서 빙글빙글 돌뿐.
이 궁지에 빠져있더라도 형용해야 할 상황을 타파할 수단은 가지고 있지 않다
여전히 계속되는 어둠.
차가워진 영혼은 얼어붙을 것만 같아서.....그대로 자아를 상실해버릴 것만 같다.
이윽고 나라고 하는 것은 옅어져 가고.....어디론가 먼 세계로 흘러간다――.
――――
그곳은 밝았다.
게다가 따듯해.
의식이 부상하고, 표류하고 있던 내 영혼은 어딘가에 표착한 것 같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바로 근처.
내 옆.
그렇지만 흐릿한 시계로밖에 확인할 수 없다.
대신 청각이 예민해져서, 주위의 상황 이해에 힘썼다.
대화가 들린다.
아직 나름대로 젊은 듯한 남녀의 목소리.
"하루노에 이어서 둘째, 셋째. 그것도 쌍둥이인가. 유키노시타家도 활기차지겠어. 정말 힘내줬군."
"네. 당신의 아이를 나는 기뻐요. 거기에 하루노. 당신은 언니가 되었네. 여동생에게 상냥하게 대해줘야 한단다?"
"응, 엄마! 나! 이 애들을 귀여워 해주꺼야!"
젊은 남녀 외에도 어린 여자애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그것도 하루노 라고 불린 소녀.
남성 쪽에서는 유키노시타家 라든가 말했던가......
아니, 그것보다 나는 어떤 상황 하에 놓인 거지?
제삼자 시점으로 무언가를 말해보려고 해도, 내가 당사자인 것처럼 말이 이어져간다.
그렇게 잘라 말할 수 있는 이유의 뒷받침 하는 것으로써, 내 신체는 요람처럼 흔들리고 있다.
그 남성의 우람한 팔뚝의 안에서.
아무리 생각 해봐도 내 몸은 작아져 있다.
아기와 다름 없달까 그 자체.
윤회전생 운운이 뇌리를 스쳤다.
설마 실존하는 구조였을 줄은.......
"이름은 이미 결정해뒀지. 당신과 하루노와 함께 생각한 이름이야."
"어머 기뻐라. 우리들의 의견을 참고해 준건가요?"
"당연하지. 우리들의 새로운 가족. 모두가 생각해야겠지?"
"언니를
"유키카제에, 하루카제. 그건 전함의 이름이었던가요? 이 애들의 이름을 생각할 때 당신이 그렇게 말했었죠."
"나도 그다지 자세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말이지. 조부가 아직 유키노시타 건설을 세우지도 않은 먼 시절에, 건조하는데 일조했다는 듯하더군. 아무래도 경비함의 명칭인 것 같아."
"경비라고 이름 붙을 정도니까 지킨다는 의미가 되겠네. 에에, 자매 세 명이서 소중한 것을 지킨다. 좋은 이름이 아닌가요."
으응?
이름 센스는 차치하고 다.
자매 세 명이라는 건......무슨 의미지.
나까지 여아취급하지 않습니까요?
그리고 가장 걸리는 게 하나.
유키노시타家, 하루노, 유키노――그 단어들이 모여서 연상되는 것은 역시......내가 아는 유키노시타 자매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의 말로부터 나는 자매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다.
자매라고 하는 이상 성별은 여자.
남자로 살았던 히키가야 하치만은 죽고, 여자로서의 유키노시타 카자노로 태어난 것이다.
다시 태어나고 보니 소중한 사람의 직계.
그것도 성별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 얼마나 판타지틱한 운명인지?
웃으며 얼버무리기에는 일의 중대성이 너무 크다.
게다가 그거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야, 누구든지 다시 태어나면 동요하고 불안하다.
하물며 생전에 인연이 깊었던 인물의 여동생으로 태어난다면.....
"에베베베베! 언니라구요ー! 유키노쨩, 카자노쨩! 쫌만 더 크고 나면, 바께서 놀자?"
천진난만한 쾌활한 소녀에게 일방적인 약속을 당했다.
목소리밖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지만.
눈이 보이게 될 때까지, 웃는 얼굴일 그 존안은 보류다.
거기다가――유키노시타가 내 언니가 되었나.
한 번 읽고 재출발한 내 인생.
파란의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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