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마 하야토는 여자 아이가 되어, 하치만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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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군의 어머니가 귀가하고 나서는 고생했다.
들키지 않게 욕실에서 나오려고 틈을 엿보고 있었지만, 손 씻으러 세면장에 온 아주머니와 마주쳐버려서.....꼬치꼬치 캐묻긴 다음.
일단은 제대로 머리카락도 씻고 욕조에도 들어가렴, 라는 말을 듣고 지시대로 따르게 되었다.
모처럼 하치만군과 함께 들어갔는데 내내 말도 없고.
욕조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목욕 후.
파자마를 입고 소파에서 몸부림치듯 가로누웠다.
엎드려 누워서 쿠션에 얼굴을 묻고, 발을 파닥파닥하며 소파에 부딪혀서.....
히키가야 댁에서 머리 이상한 아이의 기행이 일어났다.
코마치짱은 꾸벅꾸벅하면서 TV를 보고 있다.
"뭐랄까.....너희들, 의외로 잘되고 있는거 같아서 나도 놀랐는걸."
"죄송해요, 아주머니.... 하치만군이 씻고 있는데 제가 쳐들어가서.... 제가 잘못했어요."
"괜찮아. 하토코짱을 비난하는 건 아니니까 안심 하렴? 하지만, 하치만. 넌 제대로 책임지려무나. 남자니까 여자애의 알몸 봐놓고 부인으로 삼지 않는다던가....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엄마가 참견하지 마. 그런 소리 안 들어도 하토코짱에게 이미 말해뒀어. 전부 책임지겠다고 말여."
"어머, 하치만도 잘도 말하게 되지 않았니? 엄마, 감동이야."
불복한 듯한 하치만군이었지만 자신의 어머니에게 칭찬받은 것이 솔직하게 기쁜지 입가가 느슨해져있다.
역시 어린애.
부모에게 인정받은 것은 단순히 칭찬받은 것 이상의 마음이 있나보다.
그런 나도 어머니에게 복장을 칭찬받아 어린애처럼 기뻐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아직 하토코가 아닌 하야토로서 다른 의미로 칭찬을 받았던 거지만 말이다.
제대로 부모가 봐주고 있다는 것에 충족감을 느꼈다 라는 의미로.
"그래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야한 거라든가."
"안한다고! 랄까, 어째서 부모한테 성사정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부모맘이야. 요즘 젊은 애들의 성이 흐트러지고 있다고들 하지. 너희들에 한해서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만약을 위해서. 재밌자고 자극하는 게 아니야. 하토코짱의 어머니인 아야코씨 역시, 이것저것 듣고 싶어 하는 거 같고 대신 내가 들어둬야지 싶어서?"
"어머니까지.... 나이스 원호(援護)."
어른파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나와 하치만군의 장래의 맹세는 강고해진다.
양가의 인연, 결속이라는 것이 강해지면 사소한 생활수준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겠지.
그래서 원호사격의 요청을 하치만군에게는 비밀로 해둬야지.
너무 들러붙는 게 과한 여자애는 경박할 테니까.
육식계 여자라는 말이 아직 세상에 돌아다니지 않는 지금, 그런 특성을 가진 소꿉친구를 그는 어떻게 보는 걸까?
하지만 그 자신도 이른바 육식계 남자에 해당한다.
나는 하치만군에게 있어서의 진수성찬이 되고 싶다.
장래에 명확한 목표가 정해진 순간이기도 했다.
뭐 꿈은 하치만군에게 시집가게 되는 거지만.
어라?
이제 내 마음의 정체성이 분명해지지 않았나?
소꿉친구로서 좋아함이 아닌 이성으로서, 반려로서 백년해로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
까다로운 사정의 간섭을 차단해서 둘 만의 세계를 쌓아올리고 싶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있는 것처럼 상상한다.
그런 이상향.
시인도 아닌데 무리해서 잘 말해보려고 하니까 어중간한 시문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잊어야지.
요컨대 가정을 만들면 좋겠다ー라는 막연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는 것뿐이니까.
그렇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된다.
지금 내 성별은 여자아이.
아이를 가지는 건 내가 된다.
아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하치만군과 그...... 야한 것을 하게 되는 건데――.
아니, 생각해서 뭐해.
어른이 되면 저절로 생물로서의 본능에 따르는 것은 당연한 귀착.
그 행위를 야하다든가 저속하다든가로 단정하면 벌 받겠지?
어찌됐건 나랑 하치만군도 언젠가 그 때를 맞이하면 어린애를 졸업하고, 어엿한 남자와 여자가 되는 거다.
"하토코짱은 태연하게 받아들이네?"
"그렇지도 않아. 좀 있다가 곧 두 사람만의 방으로 가게 되면, 이쪽에서는 손대지 못할 정도로 동요하고 있어. 아주머니께서 걱정하고 계시는 사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는 걸?"
"그만 두자고. 나, 아직 애니까 그쪽 지식은 옅지만..... 왠지 모르게 위험한 거랑 직결되어있다는 건 알겠다고."
"두 사람 다 무슨 소릴 하는 거니? 밤도 이제 깊었으니, 슬슬 자려무나. 코마치도 슬슬 졸려하는 거 같으니까. 그리고 말이지. 밤늦게까지 자지 않으면 말이지, 클 수 없단다."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음색.
그 아이에는 나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은 어조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에게는 이미 나는 의녀 취급 인걸까?
억측하고 있는 것뿐이었다면 나는 상당히 아픈 아이다.
하치만군과는 짝사랑이 아니라 서로 좋아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나라고 하지만――장소의 분위기를 읽지 않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호의를 강요하는 것은 민폐 만점이겠지.
친한 사이에도 예의라는 게 있다.
이걸 지킬 수 없는 인간은 설령 가족이라는 관계라고 하더라도 따돌림 받을 수도 있다.
조신한 숙녀에 뜻을 두고 있는 몸으로서 최소한의 룰이나 매너, 에티켓엄수에 힘쓰고 싶다.
"자, 그럼 우리들은 자도록 하겠어요. 하치만군을 빌려가도?"
"우리 바보아들이라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앗, 그래도 오늘은 말려두고 싶네. 너희들 반응을 보면 역시 야한 일이 되어버렸던 거 같고."
"하아, 그런가요. 조금 씻어달라고 했던 것뿐이지만.....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럼, 저는 어디서 자면 될까요?"
"코마치랑 같이 자줄래? 얘 방의 침대라면 어린애 둘 정도는 잘 수 있을 거 같고. 코마치도 그래도 될까?"
"응ー, 대써. 오늘은 오빠야가 언니야랑 목욕해찌만, 코마치는 언니야랑 자꺼야!"
졸린 거 아니었니?
라고 묻는 건 눈치 없는 것일 테니까 안 해.
천진난만한 그녀다.
기쁜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눈이 번쩍 뜨이는 거겠지.
초등학교 1학년의 아동치고는 몸집이 작은 코마치짱이 허리에 돌진하듯이 껴안 겼지만 그리 대단한 충격이 오지는 않았다.
부드럽게 받아들이고는, 약간 힘은 들었지만 손쉽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런 거니까 하치만군? 오늘밤은 내가 맡아둘게. 실망했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는 코마치의 오빠니까 말이다. 여동생을 두고 때를 쓰지는 않아."
"너무 때를 쓰지 않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지만...... 그건 뭐, 내가 어리광부리게 해줄 테니까 힘내."
이미 진작에 열심히 살고 있는 그에게의 격려로는 부적절.
하지만 뭔가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도 없이 이대로 안녕히 주무세요 라는 것은 박정하고 멋없다.
우정을 넘어 애정을 쏟는 몸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힘내라는 한마디.
이걸로 내일도 그가 살아갈 양식이 되면 좋겠다.
"아아, 하토코짱. 잘 자. 내일도 같이 목욕하자?"
"잘 자, 하치만군. 내일 봐. 목욕도 부디, 같이 해주길 바래."
어느 날의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소꿉친구끼리의 인사.
그 김에 노리고 있던 같이 목욕하자는 약속도 해냈다.
노리고 있던 걸 덤 취급하는 것도 석연찮지만 맹세는 해냈다.
남은 건 지키는 것 뿐.
이뤄지기만 하면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렇게 초등학교 3학년의 가을께에, 하치만군과 목욕을 하는 것이 일과에 더해졌다――.
* * *
시간의 흐름이란 지나간 후에 되돌아보는 것으로 실감 할 수 있다.
그것은 누구나가 느끼는 감각으로 예외는 없다.
물론, 하야마 하토코인 나에게도 해당된다.
과거를 떠올려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광경.
뭘 말하고 싶냐하면――.
나와 하치만군이 초등학교 3학년에 입욕을 같이 하게 된 후로부터, 과거를 회상할 정도로의 세월이 지났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 그로부터 벌써 2년하고 반이 지나 초등학교 6학년 봄.
4월을 맞이하고 있다.
빠르게 시간의 경과를 말해보겠는데 여러가지 일들이나 인상 깊은 행사를 경험했다고만 말해두겠다.
생일파티나 해수욕 같은 이벤트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는 매년 찾아온다.
올해도 찾아오는 반복되는 항례 행사.
그래서 초등학교 생활 마지막 1년간에 대해서는. 차분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사방에 걸쳐 푸르름이 펼쳐진 하늘. 거기다 쾌청한 하늘아래 내리쬐는 태양.
4월의 첫 주치고는 기온이 높다.
벚꽃 나무는 만개한 모습을 보이고, 꽃잎도 떨어지며 흩날려 봄의 풍물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벚꽃 가로수가 초등학교 주변에 어우러져, 이번년도 입학하는 아이, 이번년도 졸업하는 아이를 차별 없이 축복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하치만군과 함께 걸을 새로운 1년을 축하하며 통학로를 간다.
변함없이 손을 맞잡고, 사이좋은 모습을 주위에 아낌없이 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큰 점은, 하치만군의 다른 쪽 빈손을 코마치짱이 잡고 있지 않다는 것.
통학은 함께 지만, 그녀는 슬며시 우리를 지켜봐주었다.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해서, 장래의 오빠 부부의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코마치짱이 보호자인 것처럼.
"하치만군.....오늘도 상냥한 온기가 느껴져."
"당연한 거겠지? 상냥하게 데워주고 있으니까."
"후후, 그러네...... 응, 확실히 그래."
내용 없는 대화.
당사자들 밖에 알 수 없는 미묘한 주고받기가 이뤄진다.
자각은 우리들도 있어.
바보커플의 그거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충동이 몸을 강제로 움직인다.
참기 힘든 열기가 참을성을 달궈서, 어쩔 수 없이 노닥거린다.
변명이 되지 않지만 현실.
우리는 나쁘지 않아.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나빠.
악덕을 멸하는 것이 세상을 위한 거고 사람들을 위한 거다.
"후헤에ー! 매일 질리지도 않고 두 사람 다 뜨겁구나아 랄까. 여동생이지만 질투 해버리는걸?"
"미안하네 코마치. 여동생 사랑과 소꿉친구 사랑은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어. 어느 쪽이 위라든가 아래라든가 그런 얘기도 아니라고?"
"알고 있어. 그야 오빠야도 말이지, 코마치의 친구 관계에도 말 많고 간섭도 심하잖아. 그렇게 남자아이 친구를 만드는 게 잘못된 거야?"
"안되는 게 당연하잖아. 그 자식들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코마치에게 추파를 던질 거야. 뻔뻔한 놈들이다."
"그에 비해 나한테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지? 그것도 네 탓일까? 아니, 믿음직스럽지만 신경 쓰여서 말야."
"대략적인 답은 하토코짱의 안에서 나오고 있는 거겠지? 그럼 그게 대답이야."
코마치에게는 하치만군이라는 멋진 오빠가 있다.
항상 남자의 그림자를 눈을 번뜩이며 경계해, 해마다 그 모양이 확실해진 그의 안광은 무섭고도 날카롭게 한 마디.
두 마디인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무시하자.
그런 그는 코마치짱에게 뿐만 아니라, 내 신변에 대한 경계심도 상당히 강하다.
훈남이라는 인종으로 전직한 그는 이른바 학년에 몇 명인가 있는 불량 같아 보이는 학생이라는 인식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취급받았다.
물론, 그에게서는 일절 소행불량행위는 볼 수 없었고, 오히려 교사진으로부터 손이가지 않고 수업태도도 성실하다고 호평가.
덤으로 우등생 취급받고 있는 나, 하토코짱과 사이가 좋다고 하면, 하치만군 자신도 우등생 인증이 되어있어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렇지만이다.
그의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분별력과 그를 감고 있는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주위의 아동들과는 일선을 긋는다.
접근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위해를 가해질지도 몰라――.
그러한 피해망상도 되지 않는 피해 예견을 주위에 퍼뜨림으로서 언제나 사람을 물리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처럼 그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없고, 애초에 말을 걸어야지 같은 과감한 사람도 없다.
외톨이로는 있지만 결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저 두려움을 안겨주는 존재감의 소유자라는 것뿐.
괴롭힘이 없으면 왕따도 없다.
그저 한결같이 나를 보호하는 것에만 학교생활에 써야할 청춘을 들여 홀로서기를 관철하고 있다.
엄밀하게는 내가 그의 곁에 쭉 있을 거니까 혼자는 아니지만.
얘기를 정리하자면―― 하치만군은 나만의 왕자님이 되었다.
그런 거다.
"하치만군. 하나 말야, 말해두고 싶다랄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지. 괜찮을까?"
"뭐든지 말해 봐. 내가 하토코짱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있었나?"
"없지. 그래도 형태를 가지고 약속해주면 좋겠어. 나 이외에도 친구를 만들어 줘. 성별은 묻지 않아. 학군도 묻지 않아. 하지만 나에게만 시간과 추억 만들기의 기회를 할애하는 건 조금.....속박은 하고 싶지만 자유까지 뺐을 의사는 없어. 제한은 하지만 말이지."
"아무렇지 않게 말한 거 같다만...... 얀데레 속성은 건재한 것 같네. 제한은 하는 거냐고...... 아야코씨에게 교정하도록 말해둘까."
"어머니의 손을 번거롭게 할 수는 없지.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거야."
"긋....... 나한테 도망칠 곳도 없는 건가?"
내 어머니에게 기대는 건 좋지 못하다.
고자질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고난을 함께 뛰어넘고 나서야 사랑은 커지는 것인데 편해지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은 하치만군의 나쁜 버릇이다.
나도 한때는 배워볼까 싶었지만 자신의 성품에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만뒀다.
부부는 닮는다던데 지금은 아직 이른 걸지도 모르겠다.
결혼생활 얼른 하고 싶어라.
"아니면 모모코씨에게 울며 매달리기?"
모모코씨란 하치만군과 코마치짱의 어머니의 이름.
이즈음 되고나니 부부의식(아직 혼전이지만)이 높아져서, 상대 집안의 양친을 아주머니・아저씨라고 부르는 것도 데면데면해서 이름 부르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훨씬 거리감이 줄어들었다고 은근하게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예전 이상으로 일이 바빠서 얼굴을 마주칠 기회도 많지 않지만, 가족으로서 친근해진 것은 확실하다.
히키가야가에 얹혀사는 게 당연한 나는 취사와 세탁 역시 코마치짱과 분담해서 하고 있고.
히키가야가의 일원으로서 상응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러네, 친구인가..... 있으면 어떤 기분이 되는 걸까 라는 건 예전부터 의문이었지. 하지만 나한테 친구 같은 게 생기려나? 옛날 같으면 하토코짱을 친구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훨씬 소중한 존재이고 말이지."
"자연스럽게 그런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잘도 말할 수 있네. 다시 반하게 되잖아?"
"뭐든지 나에 대한 거라면 포지티브한 해석이냐.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 거냐고. 나도 네가 좋지만 말이다."
"이제 그냥. 스트레이트하게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주세요 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글쎄다?"
반쯤 웃으면서 얼버무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언젠가 그렇게 할게] 라는 표찰이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아직 서두를 시기가 아니라며 넌지시 알리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나를 위해 생각해주는 거라고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다.
언약 정도의 맹세는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실제로 약혼을 한 것도 아니다.
그 나름의 판단, 결의를 나타내는?
조급해하는 느낌도 없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엿한 남자가 되고나서 데리러 와주겠다는 의사 하나하나가 일상 속에서 느껴진다.
섬세한 흥정.
하지만 싫지는 않다.
그의 그런 마음의 자세가.
"일찍 집에서 나왔고 걸어가도 지각은 안할 거라 생각하지만 너무 어슬렁거리면 진짜로 늦을 거다. 신학기 처음부터 지각이라는 것도 영 좋지 않아."
"아, 말 돌리고. 혹시 부끄러워?"
"일일이 날 몰아세우지 마. 평소에도 하토코짱에게 도망칠 곳을 빼앗긴 날 괴롭히면 즐겁냐고."
"곤란해 하는 얼굴을 보면 뭔가 오는 게 있단 말이지."
"하아..... 코마치? 귀녀도 뭔가 말해주시기 않으시려나요?"
"언니얏! 여자애는 밀고나가는 게 강해야 좋아하는 남자애를 돌아보게 할 수 있는 거야! 화이팅!"
"어이. 뭘 부추기는 거야? 나는 유일한 아군으로 생각했던 여동생에게 배신당한 거?"
"협력 감사해, 코마치짱."
"무얼! 오빠야도 미는건 강하지만 중요할 때 꽁무니를 빼버리니까 말야. 왠지 부글부글 해져버리는걸. 그러니까 코마치쪽에서도 한번 밀어본거야."
이렇듯 코마치짱은 내편으로 있어준다.
모모코씨나, 시아버지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도.
하치만군의 아군은 전무.
고립무원 속에서 그는 나라는 소꿉친구에게 반항하고 있다.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많고 , 졌다는 건 확정하고 있지만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는 것 같다.
고집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건드릴락 말락 애가 타는 것도 이제 와서는 연애승부에서의 향신료가 되어있었다.
달지도 쓰지도 않은 사랑이 오래되면 연심에 매너리즘이 생긴다고 들은 적이 있고.
이건 이거대로 긍정하고 싶다.
"하치만군? 좀 더 나를 애태워서 두근두근 하게 해줘."
"알쓰. 잘 먹힐 거 같은 미끼로 낚아서 수년간의 원한을 풀게 해줘야겠어."
"나는 너한테 뭔가 원한이라도 샀었던가?"
"매일같이 목욕을 같이 들어가서는 손을 대지 않는다고 허당 취급 하듯 중얼거리기도 했었지? 나한테도 나의 긍지라는 놈이 있어서 말이지. 손을 대지 않는 사정 같은 것도 있는데 제멋대로 말해대고. 그렇게까지 하토코짱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내 쪽에서도 반격 했었겠지. 앗차, 이 건에 대해서는 추궁은 금지다? 뭐든지 간에 마음대로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야지."
"긴 대사 수고요. 이제 끝났어?"
"이, 이녀석....."
열 받은 모습.
이를 갈면서 부들부들거리고 있다.
그러나 결코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어대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치고는 위압적인 안광을 보이기는 할지언정, 죽어라 달려들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그가 가지고 있는 남자의 근사함으로 내 소녀심을 자극하는 정도로 그쳤다.
아아, 하치만군 멋있어!
앞으로도 나를 지켜주길 바래.
나도 미래영겁 그를 따라다닐 테니까.
* * *
익숙해진 통학로를 지나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에 들어가니, 반 친구 모두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나도 대답해주기 위해 여자아이치고는 지나치게 산뜻한 웃는 얼굴로 인사를 돌려준다.
겉치레를 하지 않는 주의인 나라도, 나름대로 주위에서의 평가는 좋다.
교만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기는 하지만 인망도 있다고 자각하고 있다.
교내에 있어서 무서운 계열의 남자아이를 소꿉친구로 거느리고 있어도 내 인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다 전적으로 평소의 행실의 은혜라는 거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교과목마다 담당이나 위원회의 일도 성실하게 해내고 있다.
자부심 있는 것도 말해보지면, 용모가 좋은 여자아이는 아무 특별하지도 않은 몸짓조차도 우아함을 연출한다.
미인은 질투를 사는 경우도 많지만 얻는 것도 상응하게 많다는 것이다.
그 법칙이라면 멋있는 하치만군에게도 뭐든지 좋으니까 이익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신은 그걸 거부하는 자세로 있으니까 내가 참견할 여지가 없다.
그가 말하길, [하토코짱이 곁에 있으면 만족이다.] 라는 듯.
정말이지, 내 여자 부분을 촉촉하게 만드는 살인 문구다.
반한 쪽인 나한테는 내성도 항체도 없네.
아침 회――나는 자발적으로 HR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늘도 그 시간이 와서 담임선생님이 출석을 부르신다.
이니셜이 같은 나와 하치만군이 연달아 이름을 불리고 건강함과 젊음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초등학생다움도 자연스럽게, 이 몸에 지니게 된 무렵이다.
초등학교에서 5년을 다 보내고 6년째인 현재, 전생에는 고등학생이었던 나도 초등학생으로서 부자연스럽지 않게 행동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라는 지위는 이번년도로 끝을 맞이하지만 말이지?
그 대신, 중학생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얻는다.
JS에서 JC.
일찍이 내가 다니던 소부고등학교로의 되돌아가 JK가 되는 것도 의외로, 그러게 멀지만은 않은 미래인거겠지.
HR에서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전달을 받게 되었다.
다음주, 스포츠 대회를 연다는 것.
뭐라더라? 주변지역의 복수의 학교에서 참가자를 모집해서 여러 가지 경기종목으로 나뉘어 땀을 흘린다나.
부모모임 이라는 명목으로 교류를 꾀하는 것이 개최의 이유라는 것 같다.
십년 이상도 전부터 이어지는 이 행사.
예년에는 귀찮으니까 넘겼지만 올해는 어떻게 할까?
라는 둥 생각하고 있으니, 옆 자리의 하치만군이 손을 들었다.
참가희망자는 거수하도록 이라고 담임선생님이 말해서이다.
"어라, 네가 참가하는 거야?"
"아니, 아침에 말했잖아? 하토코짱이."
"아아, 친구 만들어라고 했던 건가. 행동이 빠르네."
"뭐 글치. 강요하는 거 같아서 미안하다만 하토코짱도 참가해줄래? 역시나 혼자는 마음이 안 놓여."
그의 용기와 행동력은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의 게으른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적극성.
남자아이는 어느새 성장해버리네.
나도 일찍이 남자였지만 여자애가 되고는 감성도 성격도 바뀐 것 같다.
그런 간단한 것도 잊었다.
그의 말에 따르고 싶어.
그러므로 나도 하치만군에 이어 거수했다.
그 외에도 몇 명 학생이 나에게 이끌려 참가를 희망했다.
반에서만 나와 하치만군을 포함해 8명이 모였다.
평균적으로 각 학교에서 24, 5명이 선출되어, 스포츠 대회 전체에 200명은 모인다.
이 상태라면 이 초등학교에서도 규정 인수를 보낼 것 같다.
내가 걱정할만한 건 아니지만.
그날의 화제는 스포츠 대회로 한 가득이었다.
참가자에 내 이름이 있으니까 라는, 뭔가 아이돌적인 이야깃거리 만들기.
인망과 함께 인기도 있다는 듯한 나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표정에 나타났다.
옆에서 보고 있던 하치만군이, 그런 나를 바라보고 [바보 같은 웃는 얼굴이구만?]이라고 하길래 머리를 꾹 하고 찔러줬다.
방과 후의 교실에서 그런 식으로 주고받기를 했기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도 목격 당했다.
부부 만담이라고 뒷담(칭찬?)을 당하는 정도로는 노닥거리는 상태를 숨기지 않고 지내고 있다.
이것도 나와 하치만군이라는 커플의 사이에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미 하야마 하토코라는 여자애는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남자애의 소유물이라고 못박아두기 위해.
히키가야 하토코라고 자칭할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어이, 히키가야 하토코? 뭘 잠꼬대 하고 있는 거야."
"에.....? 하치만군, 지금 뭐라고?"
"......아? 뭔가 나, 말했나?"
"잘못 들은 건가? 그럼 유감이네."
환청까지 들리다니 나도 드디어 손도 쓰지 못할 지경까지 와버린 건가――.
하지만 환청이든 뭐든 좋으니까, 그의 목소리로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어.
욕망에 장악당한 내 마음은 그에의 의존을 더해간다.
하치만군 대단해.
그는 내게 있어서 마약이다.
고양이에게 있어서 개다래다.
즉 나에게 하치만군을 주게 된다면 심신이 녹아버린다.
조만간 하치만군의 목소리를 녹음・편집해서, 속삭이는 목소리 모음집이라도 만들어 버릴까?
헤드폰 같은 거 끼고 진짜로 귓가에서 속삭여지는 상황을 재현하고 싶다.
그의 말을 자르고 이어서 내 취향의 대사를 만들어야지.
수고스럽겠지만, 해봐도 손해가 되지는 않겠지.
"또 멍 때리고 있구만. 그치.....? 히키가야 하토코짱?"
"너 말야. 역시 말하고 있잖아. 날 놀리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그럴 생각으로 만들고 싶어?"
"미안. 장난이 심했나? 아니, 책임은 진다고 매일같이 말하잖아. 용서 해."
"어쩔 수 없는 쓰레기네, 너는. 그렇지만, 그 말을 믿어. 나를 슬프게 하는 게 있으면 코마치짱에게 다이를 거니까 말이지?"
"그런 무시무시한 겁주기는 하지 말아. 그런 보험을 들지 않아도 하토코짱이 슬퍼하는 것 자체가 내 슬픔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잠잠해질 거라 생각하고.... 매번..... 그런 무른 생각 하지 말아주면 좋겠어. 아니, 즐거우니까 잠자코 있을 거지만 말이지."
"그럼 그걸로 됐잖아? 언제나처럼 비난하는 건 관둬."
"미안. 비난의 화살을 너에게 향하다니 나는 어떻게 됐었나봐. 아까 한 발언은 나름 진심이니까 잊지 않도록."
"다짐이라는 이름의 추가 데미지는 그만둬. 독한 여자애구만?"
"말이 많네?"
"뭔가 말했어? 잠깐 잠들어서 못 들었는데."
"아아, 수면부족인가? 오늘밤 같이 자줄게. 나랑 같이 있으면 숙면효과가 절대적이야."
끊이질 않는 부부 만담에 기가 막힌 건지 주위의 학생들이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빈정거림이 들어있는 죠크의 응수를 할 수 있는 것은 같은 한집안의 나와 그 뿐.
외야의 관심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바라고 있는 것은 하치만군의 관심과 애정 뿐.
화나게 해서라도 관심을 끌고 싶은 초등학생다운 내 행동은, 예전의 나에게는 없는 행동이다.
교실에서 우리 외에는 학생이 모습을 감춘이후로도 약 1시간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슬슬 최종하교시각이 다가오고 있다.
교정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을 코마치짱을 데리러 가지 않으면.
"오늘은 여기까지다. 다음은 집에서 말이지?"
"침대 위에서 라고? 아직 모모코 씨로부터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어."
"형편 좋은 귀구만? 나도 그 귀가 있으면 좋겠네."
지금도 히키가야가 에서의 내 잠자리는 코마치짱과 같은 침대.
모모코씨도 입으로는 나와 하치만군의 사이를 응원하고 있어도, 과도하게까지 거리가 가까운 애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듯.
넘어서는 안 될 일선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방책으로서 함께 자는 것을 금지 당했다.
아까 전에 농담으로 하치만군에게 말했던 [아아, 수면부족인가? 오늘밤 같이 자줄게. 나랑 같이 있으면 숙면효과가 절대적이야.] 라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밖에 성립하지 않는다.
농담에 본심, 다른 말로 소원을 섞는 것도 내 정신이 어린애이기 때문에.
정신 퇴행을 일으키고 있다.
"침대 건은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라고 치고. 어째서 엄마는 둘이서 목욕하러 들어가는 건 금지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 이유를 알고있지만 말이지. 라고 할까 코마치짱도 함께 들어가지 않나?"
생각해보면 불가사의.
하지만 답을 알면 납득.
나도 말했듯이 코마치짱도 함께 들어가니까 이다.
은근히 여동생의 존재를 없는 듯이 말했네 하치만군.
그에게 있어서 형편이 좋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설마 하치만군도 그렇게 사랑하는 여동생인 코마치짱의 앞에서 나랑 일을 저지르지는 않겠지.
이성의 괴물 같은 그와 욕망의 괴물인 나는 맺어지지 않아.
억지로 갖다 붙인 듯한 적당한 이유 붙이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2차 성징기를 맞이해서, 보다 여성적이고 육감적인 몸으로 성장을 이뤄낸 나도 코마치짱의 감시가 있어서 유혹도 맘대로 하지 못한다.
아니, 그렇지만 이지만. 응,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아니, 어째서 엄마는 코마치도 같이 들어가도록 하는지에 대한 얘기다."
"그런 거 말인가. 응..... 부모마음 이라는 거 아닐까? 그럴 마음만 있으면 그.....그거한 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몸도 성장 해버리기도 했고....."
"부끄러우면 무리해서 말하려고 하지 마. 말하고 싶은 건 잘 알겠으니까."
"그런가. 하치만군 야해....."
"으...... 에로한 몸 하고 있는 쪽도 책임이 조금은 있다고?"
"변태..... 그래도 좋아해..... 하치만군을."
"나도 좋아해. 야한 여자애인 하토코짱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 듣게 되면 수치심이 몰려와서 몸이 떨리게 된다.
왠지 기뻐서.
요컨대 그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여자애라는 것.
이걸 기뻐하지 않고 어쩌라는 거지?
몸을 비꼬면서라도 표현하고 싶은 감정의 춤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 애석하다.
그렇지만――.
에로한 몸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여자애의 신체적 특징을 꺼내다니 남자애의 행실로 가만히 둘 수 없다.
소꿉친구의 행실로는 가만히 둘 수 있지만 말이지?
그야 그 쪽이 친밀해질 수 있으니까.
조금 내 몸의 발육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우선 여자아이의 모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슴.
친숙함이 있게 귀엽게 표현하자면, 옷빠이.
초등학교 6학년 개시 직후에 B컵을 자랑한다.
미래에 거유가 될 여자애는 십대 전반에 풍만한 부풂을 가진다고 말하지만, 그건 정말이었다.
올해 안에는 C컵에 도달하는 것도 바랄 수 있다.
남자아이는 대체로 가슴을 좋아한다고들 말하고, 그도 분명 마음에 들 거야.
이어서 허리 부근.
아직 곡선은 완만하지만, 잘록하다고 부를 정도로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늘씬한 라인이 그려져서, 목욕할 때마다 하치만군은 손바닥을 대고 확인하듯이 하고 있었던가?
거기다가 엉덩이.
둔부는 살집이 아직 옅어서 흔들림도 적다.
그래도 여자애라고 명확하게 판별될 수 있을 정도로의 둥그스름함은 가지고 있다.
만져보면 분명 하치만군의 정욕을 틀림없이 꾀어낼 수 있겠지.
마치 하치만군에게 있어서의 해피 세트라고 태클을 걸고 싶을 정도, 매력 점(챠밍 포인트)으로 가득 차있다.
가격은 공짜.
하치만군에게는 무상제공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다소 연령이 맞지 않다.
앞으로 5년 정도 기다려줬으면 한다.
가장 맛있고 먹기 좋을 때가 되고나면 드셔주시길 바래.
머릿속이 복숭아 빛인 나는 남몰래 하치만군을 생각해, 그에게 먹히는 것을 몽상한다.
"그 뭐냐? 하토코짱은 좀 더 자신을 소중히 해. 날 위해서 뭐든지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그건 너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걸. 하치만군도 나만을 위해서 자신을 억누르고 있어. 이번에는 자신의 의사로 자유를 손에 넣으라고 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있어주길 바래."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호의가 담긴 후의의 강요.
진실한 행복을 목표로 한다면 두 사람 다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본말전도다.
그렇지만 그것도 오늘로써 변혁의 기회를 얻었다.
자시희생을 신조로 삼아온 히키가야(그는 자기희생을 부정했었다)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치만군은 점점 내가 모르는 남자가 되어간다.
그러니까 나도 알고 싶다.
하치만군이 어떤 남자가 되는지를.
곁에서 줄곧 지켜보고 싶다.
"어이 그 뜨거운 시선은 내가 폼 잠을 수 있게 해주는 스위치라고? 하토코짱의 앞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내 기질을 알고서 하는 거냐."
"나를 헤롱헤롱하게 하고 싶다면 부디 그렇게 해줘. 무엇보다도――이미 나는 하치만군에게 빠져들어 있지만?"
"중요한 이벤트가 지나가버렸나? 그러고 보니 새삼스럽지만, 하토코짱이 나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짐작이 가지 않는데."
"그런 부분은 둔감하네? 내가 가르쳐주지는 않을 거야.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될 거야."
"하토코짱의 가슴에 손을 얹는 건 안 되나?"
"호색한이네 너는....."
"호색한이다 나는."
뻔뻔하게 나온다.
표표한 태도로 다가오고 있다.
항상 그는 성장하고 있다.
지금 그걸 목격하게 됐다.
하지만 형편 좋다.
좋은 기회가 온 것이라 예감했다.
오늘 밤 즈음, 하치만군 상대로 작업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는 수겠지.
일종의 도박이며 승부처.
감시역의 코마치짱에게 걸리면 즉시중단을 피할 수 없는 싸움.
이건 나와 하치만군의 두 사람만의 경쟁.
그가 참으면 내 패배, 그가 참아내지 못하면 내 승리.
승패조건은 알기 쉽다.
필요경비――전투경비는 나의 투쟁심 뿐.
싸게 먹히네.
얼마든지 덤벼야지.
아끼지 않아. 아낄수록 아깝다.
"좋아 하치만군. 승부다!"
"투쟁심 드러내고 멋대로 덤비지 마. 싸움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부족이다. 비겁하다고, 자기 타이밍으로 개전일을 정하지 마."
"으잉? 싸움 걸렸는데 꼬리 내리고 도망치는 거야? 남자애면서. 바보면서. 하치만이면서."
"백보 양보해서 바보는 좋다고 치자, 하치만은 뭔데? 하치만은 매도의 대명사야?"
"너는 무슨 소릴 하는 걸까? 사전이나 인터넷을 검색 해봐도 못 찾을 거라 생각하는데."
"칫...... 됐어. 스포츠 대회에 임하는 전초전이다.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거라고?"
운명의 흐름은 강해지고 격류가 되었다.
이제는 내 손에서 떨어져나간 시대의 물결.
약간 중2병 틱한 내 정신구조도 시대의 혼돈스러움을 반영한 거겠지.
어찌되었건 간에――.
그런가―, 하치만군이 오늘 밤 나를 재워주지 않겠어 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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