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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히키가야 다시 말해서 하치만군과 만나게 된 날.

 

하야마 가와 히키가야 가의 집은 공원을 중심으로 정반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그다지 거리는 떨어져있지 않았고, 아이의 걸음으로도 충분할 정도.

 

 

그렇다고 하지만, 5살 꼬마가 혼자서 돌아다니기에는 현대는 너무 흉흉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외출 허가는 내려지지 않았다.

 

나도 아직 좌도 우도 모르는 상태로 공원으로 가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작 하토코로서의 기억이 결핍된 지금, 어림짐작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업무상 자주 집을 비우는 양친을 대신해 가정부에게 돌봄을 당하는 신분이기도 해서, 멋대로 빠져나가 민폐를 끼치기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일단, 이 세계에 대한 기억이 부족하고, 실제로 곤란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다니고 있는 유치원.

 

같은 반의 아이에게 놀자는 초대에 응하여도.......

 

함께 노는 친구들의 이름을 모른다.

 

가슴에 붙여둔 명찰을 한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기억 하더라도 바로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에 관해서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지.

 

자랑은 아니지만 무언가 외우는 것에 관해서는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걸리는 점이 하나.

 

본래의 세계에서도 그랬지만, 5살 즈음에는 아직 유키노시타 가와의 교제가 없었다.

 

하야마 가와 유키노시타 가에 인연이 생기는 것은 내가 6살이 된 직후.

 

아버지가 유키노시타 건설의 고문 변호사 자리에 오르고 조금 후에.

 

그렇다고 하면, 이 순간에 같은 치바 시내에 유키노짱과 그 언니인 하루노 씨가 생활하고 있겠지만, 지인조차 아니다.

 

언제까지고 이 세계에 머물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 이 세계의 머무르는 것도 염두 해둬야 할 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뒀다.

 

 

여러 가지 사정을 머리로 정리해서 생각해뒀다.

 

만약 이대로, 하토코로 살게 된다면――.

 

전에 살던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이번에야 말로 후회는 남기지 않는 삶을 살아주겠어.

 

자랑스러운 인생을 보내주겠다고.

 

그렇게 자신에게 맹세했다.

 

출발선에 서기 시작한 지금이기에 가지는 호기.

 

놓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적다.

 

아직 인연도 맺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가 유키노짱에게 만나고 싶다고 떠든다고 해도, 어디 사는 누구냐고 부모에게 퇴짜를 맞을게 뻔했다.

 

의심받기만 하고 진전은 일체 바랄 수 없다.

 

아이라서 무력하다기 보다는 시기가 안 좋았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고 설득했다.

 

 

이전 세계와는 큰 변화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히키가야 가와의 교류로 인한 교제.

 

어머니는 시민병원에서 내과의를 하고 있다.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감기에 걸린 하치만군을 진료하고, 컨디션이 나빠질 때마다 내원 한 것으로 주치의가 된 것 같다.

 

즉 나의 아머니와 하치만군의 어머니는 지인 관계.

 

 

원래부터 안면이 있고, 주소도 가깝고 공원이라는 놀이터도 겹쳤다.

 

그 정도의 인연이 겹쳐, 나와 하치만군이 친구가 된 사정을 감안하면 교제도 생겨나는 법이다.

 

즉, 친교는 며칠이 지난 지금도 바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 때 뿐인 관계로 끝나지 않았다.

 

 

예기치 못하게 나와 하치만군은 소꿉친구가 된 것 같다.

 

유키노짱이나 하루노씨를 두고 그가 먼저 올 줄은.

 

이 세계에서의 분기점은 대담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하치만군도 의외로 대담해서, 앞으로도 공원에서 같이 놀자고 권유해 왔다.

 

물론, 나는 그 권유를 받아들였다.

 

아이는 좋아하는 편이고, 거절 할 이유도 없다.

 

 

나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고 하는 하치만군은, 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내 손을 잡고 기뻐했다.

 

세계를 바꿔보니 인품도 크게 차이가 났다.

 

아니, 이 경우는 아직 성장과정의 그이기 때문에 어떤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무색일 테지.

 

 

어찌되었건 놀 약속을 한 이상 지켜야 할 터.

 

어미나가 외출을 금지하고 있더라도 놀고 싶은 것은 놀고 싶다.

 

거기서 가정부에게 간절하게 부탁해서, 매일 공원까지 함께 어울려 주게 되었다.

 

이걸로 하치만군과의 약속과 미소를 지킬 수 있어.

 

함께 보낸 시간은 잠시 뿐이지만, 빨리도 하치만군은 내게 있어서 특별해져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이성간의 좋음이나 싫음이 아닌 친구로서의 호의.

 

전제로서 내 마음은 어엿한 남자.

 

어린 여자 아이의 신체에 갇혀있어도, 그것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

 

남자의 존엄도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토코 짜ー앙! 안녀엉ー!"

 

"응, 하치만군. 안녕."

 

 

공원에 발을 들여놓은 동시에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는 것처럼, 하치만군이 뜀박질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옆에는, 전에 본 어머니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아아, 그의 집도 맞벌이였나.

 

그럼 어린 여동생의 돌보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것도 참견이려나?

 

 

"오늘은 뭐하고 놀 거야? 집에서 공 가지고 왔는데 이걸로 놀래?"

 

"좋아, 그걸로 놀자."

 

"아싸! 그럼, 나부터 공 던질게?"

 

 

말하기 전에 이미 공을 가지고 놀 생각 만땅이었다는 것을 지적할 생각은 없다.

 

아이의 행동에 태클을 거는 것도 어른답지 못하고 말이지?

 

공원 중심부까지 걸어가 자리를 잡고, 선언한 대로 그가 공을 던졌다.

 

공기를 넣은 고무로 된 공이 지면을 몇 번인가 튀고 나서 수중에 들어왔다.

 

동심이 솟아났다.

 

나도 진정한 의미로 어린 시절은 유키노 짱과 이렇게 놀았던가.

 

체력이 부족한 그녀는 금세 숨이 찼지만.

 

 

"이번에는 하토코짱 차례야!"

 

"그러네. 간다? 잘 받아줘."

 

"맘껏 던ー져!"

 

 

기세는 좋다.

 

과연 아이라 그런지 활력이 넘쳐흐른다.

 

고등학생이 될 무렵에는 무기력해 보이는 분위기를 감고 있었으니까 그 변화의 갭에 전율하게 되었다.

 

나도 신기하게도 아이의 마음을 되찾고 있었다.

 

아니.

 

아마, 줄곧 가지고 있던 거겠지만 오랫동안 처박아두고 있었다.

 

호기심이라는 것이 다시 불타올랐다.

 

조금 어깨에 힘을 줘서 공을 던지니, 그가 한 것처럼 공이 지면에 튕기면서 이동했다.

 

마찬가지로 그의 수중에 이끌려 들어갔다.

 

 

진심으로 즐겁게 웃고 있다.

 

이때까지 동년배의 아이와 놀아본 경험이 없는 건지, 처음 겪어보는 것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있었다.

 

나도 그리운 기분을 맛볼 수 있어서 최고다.

 

감사할 것은 내 쪽 일지도 모른다.

 

그 감사는 그래. 이 공놀이로 갚아줘야지.

 

즐거워하면서 갚아줄 감사는 어른이 되면 조금 어려울 것 같네.

 

 

"또 내가 던질게? 잡아봐ー앗!"

 

 

텐션이 너무 올라가서 흥분 했는지.

 

하치만군은 코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고,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띠우고 공을 있는 힘껏 날렸다.

 

그의 몸이 걱정되네.........

 

상태를 보고 있던 가정부 언니가 손수건을 내게 내밀어 왔다.

 

아무래도 내게 맡기겠다는 듯.

 

아이들 끼리, 뒤는 맡겨둘게 라는 거겠지.

 

가급적 어른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정의 구축을 미루어 진행할 생각인가.

 

 

이렇게까지 시켜지면 내가 하는 수밖에.

 

코 안의 끊어진 모세혈관을 냉각하는 의미로, 공원의 물가에서 손수건을 적셔 하치만군의 코끝에 밀어 넣었다.

 

코피에 대해서는 벌도로 준비해둔 포켓티슈로 처리했다.

 

 

역시나 나도 아이를 상대하게 되면 바지런하게 보살펴 주고 싶어진다.

 

순수하게 아이를 좋아하는 배경도 있지만, 하치만군을 왠지 내버려 둘 수 없다.

 

보호욕을 돋우는 것이 있달까.......

 

 

생김새 자체는 하치만군, 무척 좋아.

 

미래를 눈여겨보아 유망함이 틀림없음.

 

내가 아는 한, 히키가야는 눈이 탁한 정도를 제외하면 교내에서도 톱클래스의 멋진 남자.

 

나쁜 것은 전부 눈이었던가.

 

매력을 상쇄해버리고 있던 것이 어찌나 아까운지.

 

겉모습만을 신경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사람은 많다.

 

 

나는 그의 외모 소유자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차피 이 세계에 살게 된다면――.

 

하치만군의 눈이 썩지 않도록 신경 써주고 싶다.

 

친구라는 사이가 된 이상은, 그 권리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하치만군을 돌보아주는 것도, 히키가야의 진정한 가치의 편린에 닿은 탓이다.

 

 

진심으로 나는 히키가야를 인정했다.

 

부러워서 뛰어넘고자 목표로 정한 상대로 보고 있다.

 

부정한 뜻 따위는 완전히 버렸다.

 

있는 것은 한명의 인간으로서 나란히 서고 싶다고 하는 소망.

 

유상무상의 비평 따위에는 얽매이지 않은 진정한 의미로 멋진 모습을 자신에게 바라고 있었다.

 

 

엄밀히는 다른 하치만군과 히키가야.

 

지금 내가 관여하고 있는 것은 하치만군.

 

그가 어떤 성장을 이루는지, 가까이서 지켜봐 주도록 하자.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흥미로 이 거리를 유지했다.

 

 

"코피가 분출할 정도로 즐거웠던 걸까나? 너에게 말하는 것도 터무니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진정하자."

 

"왜냐면 즐거우니까! 친구, 한명도 없었으니까 기뻐서! 여동생 말고 놀아주는 것은 하토코짱 뿐이야."

 

"그럼 어쩔 수 없나......"

 

 

이 까불락 거림에는 상응하는 이유가 있었다.

 

무조건 부정으로 시작한 것이 후회되었다.

 

아이의 관점으로 사물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완전히 아이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도 그리움에 잠기는 것은 가능.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아서 실례지만, 하치만군에게 맞춘 말투나, 행동거지를 항상 주의하겠다고 정했다.

 

역시 오만한 걸까?

 

 

어찌 되었건, 이 한순간에 찾아낸 것도 있다.

 

하치만군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듯해진다는 것.

 

번거로운 인간관계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기분 좋다.

 

소중하게 껴안아 주고 싶다.

 

 

"하토코짱도 웃고 있네? 즐거워?"

 

"아아, 즐거워, 너와의 시간은 신선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는 체감한적 없는 새로운 감각. 잘은 말로 전해줄 수는 없지만..... 고마워, 하치만군."

 

"으응? 나도 모르겠지만, 천만에 말씀을."

 

 

새로운 인생이라는 것은 아직 또렷하지 않지만.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그 행동은 포기와 같은 뜻.

 

그렇지만, 조금만이라면.......

 

지금만이라도 맛보는 것도 가치는 있다.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안다. 같은 마음가짐은 불순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를 제거하는 명분으로 얼버무릴 수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 하는 변명인지 애매하지만.

 

 

"코피도 멈췄고, 공놀이 또 할 거야?"

 

"할래! 다음은 좀 더 빠르고 강하게 던질 거니까."

 

"좋았어. 나도 힘낼게."

 

 

어머니 앞에서는 나(俺)라는 일인칭의 사용 금지령이 발령되었지만, 내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하치만군의 앞에서는 이전부터 쓰던 것처럼 일인칭으로 나(俺)를 쓰고 있다.

 

스스로에게 거짓을 씌우고는 기분이 편하지 않아.

 

그의 앞에서 정도라면 나다움을 전면에 내세워 두고 싶다.

 

하치만군도 그것을 받아들여 주는 것 같으니까.

 

 

그날은 정오 무렵부터 저녁까지 공놀이나 두 사람만으로 술래잡기를 하는 등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하야마 하야토 라는 모두가 바라는 모양뿐인 인간이 아닌, 나라고 하는 어디에나 있는 흔한 아이로서.

 

놀다 지쳤는지 하치만군은 벤치에 앉아 눈꺼풀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은 자신의 놀고 싶은 마음에 휘둘러져 힘이 다한 거겠지.

 

 

아이의 움직임을 어른이 재현하면 부하가 몹시 크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 만큼 그와 내도록 돌아다녔다.

 

그건 나도 똑같다.

 

처음에는 하치만군과 페이스를 맞춰주려고 했던 것이,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의사로 즐거워 지려고 기를 쓰고 있었으니 웃지도 못한다.

 

웃지 못하는 김에 하치만군과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은 즐거웠어. 내일 또 놀자."

 

"응, 내일 또 봐. 그래도 집에서는 장난치는 거 자제해? 엄마를 곤란하게 하는 건 좋지 않아."

 

"엄마야 같은 말을 하네? 그래도 그렇게 할게."

 

"말 잘 듣네. 뭐 됐나. 바이바이."

 

 

그와의 차이를 시간이 지남과 함께 알 수 있었다.

 

솔직한 하치만군이란......

 

볼때마다 이미지가 새로 칠해졌다.

 

벌써 몇 번이나 같은 생각을 한 걸까.

 

점점 그의 존재가 내 안에서 한층 더 커져만 간다.

 

겉치레로도 영리해 보이지 않는 하치만군이지만, 고귀함과 마음, 감정의 형태는 깨끗해 보인다.

 

빛이 나서 눈길을 끌었다.

 

 

어째서인지 나는 칭찬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마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과거의 나의 기억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던 만큼 치유되길 바라고 매료되어 있었다.

 

가슴이 조여 올 정도로 똑똑하게 과시 당했다.

 

하지만 원망하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

 

아름답다고 여긴 것을 스스로 부술 정도로, 파괴적인 사고는 하지 않아.

 

귀염성조차 느껴지는 그를 해치는 것은 잘못되었다.

 

 

가정부에게 이끌려 공원에서 떠나간다.

 

아쉬운 듯 서로가 손을 흔들며 하치만군과 헤어져, 목소리로 내지는 않았지만 또 다시 시간을 보내자며 약속했다.

 

떨어져라 팔을 크게 흔드는 남자아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 * * 

 

 

 

 

식은땀이 흐르는 예측 못한 사태가 닥쳐왔다.

 

생일을 맞아 6살이 되었을 터인데 유키노시타 가와의 친교가 시작되지 않았다.

 

은근슬쩍 아버지에게 물어봐도 [현 내의 큰손인 유키노시타 건설이 어찌 되었나?] 기대에 반하는 대답이 돌아올 뿐 반응이 부족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내가 겪은 역사와 어긋나 있다.

 

줄거리가 다르게 쓰여 있는 것이다.

 

 

세계의 수정력이나 수습에 따라 미미한 변화는 없는 것과도 같다는 무fms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린 것이다.

 

유키노짱 대신에 하치만군과 소꿉친구가 되었다.

 

어떤 의미로는 역사의 착지점은 이뤄져 있었다.

 

당최 하토코의 존재가 예상을 크게 뒤틀리게 하는 요인.

 

애초부터 내 가정은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

 

 

도대체 뭘 근거로 자신의 가정을 믿고 있었던 것인지.

 

바보 같은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 세계에 떨어진 시점에서, 어쩌면 유키노짱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형편 좋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가, 막상 의도에서 벗어나자 낙담해버리다니.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나를 위한 세계도, 사회도 아니다.

 

고민하는 것은 자유지만 제멋대로 하는 것은 부자유.

 

슬슬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무칠 정도로 이해하지 않으면.... 이다

 

체념 못해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손쓸 도리가 없다.

 

 

 

"하토코짱....? 울 것 같은 얼굴 하고 무슨일이야?"

 

"응......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도중, 우리 집에 놀러 와있던 하치만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아이의 면전에서 괴로운 표정을 띄우고 불안하게 만들다니 어른 실격이다.

 

어른이라고는 하지만 하치만과 비교해서 라는 것이 조건.

 

정신연령이 고교 3학년이라곤 해도 사회에서 활약하는 어른들에 비하면 어린애라고 해도 되겠지....

 

어른스러운 척 하는 나는 필히 우스꽝스럽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놀러오고 계속 그 얼굴이야. 무슨 일 있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너까지 슬픈 얼굴 하지 말아줘. 자, 뭣하면 웃는 얼굴을 보여 줄까?"

 

 

마음 한점 불편한 점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만든 미소를 보여줬다.

 

스스로도 아직 미소를 확인 해본 적이 없었다.

 

하치만군은 나보다도 먼저 내 미소를 아는 것이 된다.

 

단, 거짓된 미소.

 

감정이라고는 담기지 않았어. 쓸쓸한 미소라구.

 

 

"나 알고 있어. 그런 웃음은 거짓말 이라고. 엄마가 말했어."

 

"네 어머니가 말야? 어떤 교육 방침인걸까."

 

 

예상외의 반응에 내심 당황했다.

 

부모에게 배웠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한눈에 이해한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을 터.

 

근본적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눈썰미를 따를 테니까, 그는 다른 사람의 눈치에 민감하다고 할 수 있다.

 

히키가야는 나 이상으로 인간 분석이 특기였다.

 

틀림없이, 혼자 지낸 세월이 길어서, 사람들의 둘레 밖에서 관찰하는 듯한 청춘을 보냈기 때문에 얻은 혜안이라고 생각 했었지만....

 

아무래도 내 인식차이, 소양도 있었던 것 같다.

 

 

자칫하면 감추고 있던 것이 추후에 화근을 남기게 된다.

 

내가 싸매고 있는 것의 존재를 알아버린 그는 위화감을 가지고 있다.

 

신경 쓰여도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찝찝하다.

 

의심하면서 교제해 나가는 것도 무리한 이야기.

 

그렇다면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부 말하지는 않더라도, 그 일부분만을 비추듯이.

 

 

"미안, 하치만군. 나는 네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조금 어려운 듯한 말투를 하겠는데 들어주려나?"

 

"들을래! 그야 친구니까!"

 

"하하, 의지되는 친구네?"

 

 

하치만군은 상냥하다.

 

그런 것도 있지만 추정 첫 친구인 내 고민의 일단을 느끼고, 뭔가 힘이 되어주고 싶어 라는 마음이 목소리로 나타나 있었다.

 

들뜬 것 같은 음색.

 

친구를 위해 온힘을 다해주고 싶다.

 

그런 의사라고, 나는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은 해답이다.

 

내게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이 너무나도 올곧았으니까.

 

알기 쉬울 정도로 순수한 마음의 자세였으니까.

 

착각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럼 말 해주겠어. 내 고민을 들어줘――."

 

 

천천히 하치만군에게 이야기 하였다.

 

그는 마음과 같은 올곧은 눈으로 내 모습을 받아들였다.

 

 

"꿈을 꿨어. 아니, 꿈이 아니라 현실을 기억해냈어. 이쪽이 꿈이고 저쪽이 현실. 내가 있어야할 곳은 저쪽...."

 

 

이야기 초반부터 추상적.

 

어린애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기 곤란.

 

쉽지 않은 말투다.

 

그래도 하치만군은 흘려듣지 않겠다는 듯, 귀를 기울이고 있다.

 

숨이 닿을 정도로 지근거리에 붙어서.

 

하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좀 더 중요한 것을 말하려고 하니까.

 

 

"응, 꿈이랑 현실이 맞물렸다고?"

 

"잘 알겠어? 아니, 알아 라고 하는 쪽이 너무하지."

 

 

상관없이 계속했다.

 

 

"눈을 뜨면 모르는 장소에 있어. 하치만군이라면 어떻게 할래?"

 

"파출소에 가서, 순경 아저씨한테 도움 받을래."

 

"과연, 당연히 그러려나.... 그럼, 파출소도, 아무것도 없다면?"

 

"누군가에게 도움 받을래."

 

"......... 그렇겠지."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힘차고 씩씩하게 끈기 있게 살아가다 필시 어딘가에서 좌절한다.

 

장애라고 할 수 있는 벽에 가로막혀, 강제로 걸음이 멈춰진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지?

 

행선지도 불분명.

 

안개 속을 영원히 헤매는 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사는 길을, 사는 법을 누군가에게 묻는 것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있어 구원을 바라는 상대는 이 세계에 없다.

 

하치만군은 마음의 의지처는 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결부되지 않는다.

 

마음의 치료적인 의미로는 충분히 도움 되었지만....

 

그가 방금 말한 대로 보통이라면 주위의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지.

 

하지만 기댈 상대를 착각하면 안 된다.

 

매달리면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머리가 이상한 것 같지만 나는 평행세계에서 왔다. 그러니까 돌아가고 싶다――.

 

그런걸..... 자,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절반정도지만 돌아갈 가능성을 포기하는 기분이 머리를 점유하고 있다.

 

여기서 살아갈 마음을 먹고, 앞을 내다보는 단계까지 왔다.

 

거기에까지 이르러놓고 우물쭈물 머리를 싸맨다.

 

바보같이 의미 없는 발버둥치기를 반복했다.

 

절망적, 궤멸적, 퇴폐적.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채 시간은 며칠이나 지나버렸다.

 

 

몇 번이고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과, 나아가는 길에 대해서를.

 

포기하지 않고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포기하고 머무르자고 타협하는 마음.

 

악몽이라면 깨어줘 라고 매일 밤같이 생각하며 몸을 뒤틀었다.

 

결과――.

 

하치만군에게 치유를 바라고 공급받음으로써 자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꽤나 한계에 다다랐다.

 

아슬아슬한 선으로 나는 유지되고 있다.

 

언제 뚝 하고 끊어질지 몰라.

 

당연하듯 그의 성장을 지켜보려고 했던 것으로 부터도, 나의 현실도피행동은 일목요연.

 

생각하는 방식은 우왕좌왕해서 정착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계속 움직임으로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응급처치가 아니라 도망치는 한 수다.

 

 

몸에 대한 것도 골칫거리.

 

아직 유아라고 불릴 시기.

 

성별의 차이는 일부분의 제외하고 차이가 날 정도로 달라보이지는 않다.

 

몸매도 목소리도.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이대로 있을 리가 없다.

 

분명 몸은 성장하여 여성적인 육체를 만들어 간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어쩌다보니 이목구비가 뚜렷한 이 몸.

 

여성스럽게 자라면 자랄수록 자신의 성별을 깨닫게 된다.

 

알고 싶지도 않은 것을 무자비하게 들이댄다.

 

 

정신과 육체의 차이.

 

일치하지 않는 성별이 미치는 영향은 현 단계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확실히 내게 고뇌를 강요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서, 그때까지의 기간을 외면하고 산다고 해도 문제는 미루어질 뿐, 언젠가 다시 온다.

 

그때에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나날을 보낼지.

 

좀먹고 있는 장래의 무거움에 지금도 고심한다.

 

 

하치만 군의 말대로, 누군가에게 도움 받는다――. 그 선택지를 골랐다면, 이렇게 고민하지는 않지.

 

정답을 바꾸려도 해도 내게는 고를 수 없는 답이다.

 

설령 손을 내밀어준다고 해도 잡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내가 떠안고 있는 문제는, 적어도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평행세계의 과거.

 

어찌할 도리도 없이, 내 고향에서 가까운 듯하면서 멀다.

 

 

"어째서 그렇게 울상이야?"

 

"실제로 울고 싶은데 말이야..... 하지만, 울어도 아무것도 안 되니까. 너라면 위로 해줄지도 모르겠지만.... 의미 없는 일 때문에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번거롭다는 게 뭐야?"

 

"미안. 어려운 단어를 썼네. 귀찮게 한다는 뜻이야."

 

 

이야기의 논점이 흐트러졌지만, 그다지 깊은 부분까지 그가 관여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도 곤란하고, 나도 사과하고 치우려고 할 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멋대로, 자신의 형편에 맞는 변명으로 속이려 한다.

 

자신의 말이 아닌, 임시변통의 말로.

 

슬슬 나도 신물이 나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그리고 자신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해.

 

지쳤다고 해도 좋다.

 

아아, 지긋지긋 해져버렸는걸.

 

 

"귀찮아도 좋아. 나는 귀찮더라도 하토코짱을 도와주고 싶으니까."

 

"그건 친구라서? 친구라고 해도 사양해도 돼. 나도 그렇게까지 뻔뻔한 신경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힘낼 수 있어 라고 아빠가 말했어."

 

"갑자기 뭐야 그게? 저기, 설명 해줄 수 있을까나?"

 

 

의미가 잘못되지는 않았다.

 

그가 가리키는 좋아하는 사람이란 나겠지만, 어디 까지나 그건 친구의 범주.

 

이성에 대한 것은 아니다.

 

하치만군의 아버지가 말했다고 하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힘낼 수 있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족 같은 혈연을 가진 사랑스러운 존재들에 대한 것.

 

나는 친구이긴 하지만, 그에게 거기까지 부담을 주거나 실례를 할 만한 사이는 아니다.

 

가족이 가족에게 주는 무상의 사랑이나 대가도 가질 수 없다.

 

 

"하토코짱은 내 친구. 하지만 첫 친구고, 단 하나뿐인 친구. 그러니까 아빠나 엄마, 여동생인 코마치랑 똑같아.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구."

 

"..........?"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바꿀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하지만 나는 자신이 그 정도까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히키가야가 원하고 있던 [진짜]의 정반대에 있는 [가짜].

 

하야마 하야토라는 인간은 전신으로 그것을 구현하고 있다.

 

살펴볼 것도 없이 가짜를 보여주고 있었다.

 

차라리 비웃어주면 좋겠다.

 

비웃음 받고 가짜라고 인정받고 싶다.

 

인정받아야만 자신을 잘못되었다고 규탄할 수 있다.

 

 

"나는 하치만 군에게 뭔가 해줄 생각이 없는데."

 

"아무 것도 필요 없어. 나랑 함께 언제나 있어준다면."

 

"프로포즈야? 미안해요. 한 순간 설레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하치만 군은 너무 어려서 무리에요. 크고 나서 다시 해주려나?" 

 

 

축구부 매니저 겸 학생회장인 후배 이로하의 흉내를 내며 대답했다.

 

히키가야와 이로하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한 번 본적이 있어서, 같은 수법을 쓰면 이야기를 접는 것이 가능할거라고 예상했다.

 

 

"그럼 그럴래. 내가 크고 나면 결혼 하자!"

 

"너 말이지......... 결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야?"

 

 

절대적인 자신감을 띤 말로 내게 프로포즈 예고를 한 하치만 군.

 

생각지 못한 진지한 얼굴에, 거꾸로 되물어 봤다.

 

그렇지만 그는 싱글벙글하고 기분 좋을 정도의 미소를 얼굴에 띠우고 내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치만 밖에서 말고도 집에서도 함께인 거지? 결혼 하면 가족이 돼서 언제나 같이 놀 수 있는 거지? 그럼 나, 하토코짱이랑 결혼하고 싶어!"

 

"아아, 응. 그럴 거라고 생각 했어."

 

 

역시 잘못된 지식으로 말하고 있는 거 같다.

 

결혼의 본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책임을 지지 못할 발언을 해버렸다. 그런 거겠지

 

하지만 안심 해주면 좋겠다. 나는 하치만 군의 말과 의사의 차이를 파악하고 있으니까.

 

 

"뭐.... 네가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하고 있으면. 거기다 나를 좋아하고 있으면 결혼해도 괜찮아."

 

"진짜! 그러면, 그러면은 약속한 거다!"

 

"응, 약속이야."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을 거야.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설령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 부끄러운 기억이라 생각하고 잊으려고 한다.

 

내가 이야기를 상기시켜줘도 잊은 척을 하게 되겠지.

 

서로 간에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어린 아이끼리의 구두로 한 약속은 깨지기 쉬우니까.

 

 

"이걸로 하토코짱의 고민은 없어졌어?"

 

"없어진 거야. 하치만 군 덕분에 말끔하게 말야."

 

 

어떤 의미로는 그렇다.

 

그의 한없는 자신감과 기운 넘침에, 오늘 뿐일지는 모르겠지만 독기가 빠졌다.

 

지금의 심경이라면, 일부러 음울한 미래의 암운에 몸을 던지는 자멸 행위를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행이다ー! 그럼 절대로야. 울면서 싫어해도 나는 하토코짱을 부인으로 삼을 거니까."

 

"그렇게 해줘. 기억하고 있으면ーー 말이지?"

 

"바보 취급 했겠다ー? 바보라도 상관없지만 약속은 지켜줘야겠어."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그 눈도 내가 볼 때는 깨끗해 보였다.

 

아주 맑아 보이는, 쓸데없는 감정 따위는 일절 제외하고 진지한 본심이 담겨있었다.

 

나는 언제부터 그 눈을 잃어버린 걸까.

 

그런 메마른 생각을 하면서도, 나와 하치만 군, 두 사람은 냉장고에 들어있던 쇼트케이크를 입으로 옮기며, 팬더 판씨의 영화를 감상했다.

 

지금이 즐거우면 됐어..... 라는 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이 때 만큼은 나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ーー.

 

 

하치만 군과 소꿉친구가 된 이번 인생.

 

하야마 하야토로서의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조금 만이라면 딴길로 세어도 괜찮겠지?

Posted by 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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