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마 하야토는 여자 아이가 되어, 하치만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 01
하야마 하야토는 여자 아이가 되어, 하치만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화
문득 눈을 떠보니.....
옛날에 살던 집 거실에 서있었다.
그 전에 눈을 떴다고 말했지만, 바로 직전의 기억이 애매하다.
가까스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어 보니,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이 장소에 오게 된 경위를 추측할만한 재주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기억은 있다.
나는 하야마 하야토 라는 인간이라는 것.
고등학교 3학년으로 진학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년도 급우 중에 사이좋은 녀석들과는 또 같은 반이 되었다는 기억도 생생하다.
거기까지 기억나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단, 하나 알겠는 것은, 이 장소가 어린 시절 내가 지냈던 집이라는 것.
하지만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갈 즈음 토지채로 집을 매각해서, 다음 주인이 주차장으로 쓰려고 철거했을 테니까.
누군가가 재현해서 세웠다?
수고하면서까지 할 만한 일인가.
의문은 끊이지 않고 깊어질 뿐.
의문이 의문을 부른다는 것이 바로 이 상황이겠지.
결론이 나지 않아서 자신의 주위만이라도 살펴볼까 하고 시선을 두리번두리번하고 돌렸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몇 가지 있었는데, 가장 먼저 눈높이가 낮아져있다는 점.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버린 듯한.
그야말로, 이 집에 살던 당시와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신장을 나타내고 있었다.
SF소설의 시간여행 작품처럼 시간을 역행 했다 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현실미 없는 공상 속에서밖에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
혹시라도, 만약에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된 원인에 짐작가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심으로 그 가능성을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 외에 눈으로 보이는 정보는....
주변 환경에 대한 것 보다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머리카락이 자라있었다.
색채는 검정.
일본인의 기본적인 머리색. 나도 염색하고 있긴 했지만 원래는 검정색이다.
길이는 어깨에 걸릴 정도. 낯선 머리에 위화감을 느꼈다.
손가락으로 들어 올려보니, 보송보송한 감촉.
내 머리카락 이렇게까지 부드럽지는 않은데.
머리색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소부고등학교의 교칙에 염색 금지라는 항목은 없었던 것 같다.
생활지도를 받은 것도 아닌데 검정색으로 돌아간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내 질문에 대답하듯, 알게 될 계기가 금세 찾아왔다.
"하토코 어디 있니? 아까부터 멍하게 있고 무슨 일 인가요?"
하토코?
아직 젊은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여자 아이 같은 이름을 불렀다.
왠지 나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니라, 이 신체에게, 긴 흑발의 작은 신체를 한 아이를 향해.
그렇다.
지금 내 신체는 어린 아이가 되어있다.
기묘한 사태에 빠진 것 같다.
여러 가지 경우를 집어넣어 생각 해봤지만, 하야마 하야토는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은 확신했다.
하토코 라고 불러온 여성은 내가 잘 아는 인물이기는 했지만.
"엄마......"
"왜 그러나요? 아직까지 잠에 취해서.... 엄마,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자기 아이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이 사람은 내 어머니다.
하지만 내가 최근에 얼굴을 마주친 어머니보다도 10년 이상은 겉보기가 젊어보였다.
아직 30세에도 도달하지 않았겠지.
어머니는 나를 24세에 낳으셨으니까, 지금 내가 유아로 돌아왔다고 가정하면 연령이 맞다.
"미안....."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껴서 한마디 사과를 했다.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방금 전의 첫마디, 지금 목소리에는 아이 특유의 혀 짧은 소리와 고음이 있었다.
역시 과거로 돌아갔나?
기억만이 옛날로 돌아간 것뿐일지도.
그렇지만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하토코 라고 불리고 있는 이유가.
명백한 여자이름.
그렇지 않아도 과거에 있는 현상에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어거지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함이 장난 아니였다.
"엄마. 그..... 하토코 라는 거 나(俺)야?"
"지금 귀녀는, 스스로를 나(俺) 라고 하셨나요?"
질문이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상한 언동을 의심하는 시선으로 관철당해. 있기 불편한 기분이었다.
내 아이지만 어처구니없다는 모습으로 우려하는 표정의 어머니는, 내 아래로 다가와서는 동요를 부를 만한 말을 투하했다.
"갑자기 어떻게 된 건가요...... 여자 아이의 말투로는 불합격이에요."
"에.....?"
"왜 그렇게 놀라나요? 역시 본격적으로 잠에 취해있는 걸까요."
잘못 듣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는 나를 여자 아이라고 했다.
설마 자기 아이의 성별을 틀릴 리는 없고, 무엇보다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모습도 아니고......
사실인 거겠지.
"나는 여자 아이인거야......? 저기 엄마. 가르쳐줘."
"..... 이상한 병에 걸린 건 아니지요?"
병이라고 의심받다니 섭섭했다.
나는 진지하게 물어보고 있는데.
그래도 제3자 시점에서는 분명 그렇게 비치겠지.
지금의 나는 언동이 이상한 유아.
자신의 성별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게 되어서는, 머리의 병이 중증인 거겠지.
"엄마는 의사선생님이지만, 하토코가 앓고 있는 병명은 알 수 없어요. 그런 것보다도 오늘 엄마는 말이죠, 오랜만에 휴가를 받았습니다. 하토코, 근처 공원에 놀러 가죠."
"에, 아아..... 응."
조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어머니가 하는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 흘려 넘기고, 어머니에게 이끌려 공원에 가버릴 것 같다.
많은 이변이 얽혀서 머리가 펑크날것 같아.
꿈이기를 바라고 있다. 꿈 치고는 너무 리얼하지만.
"자, 가지요?"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네, 부모자식 간의 시간을 꽤 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은 어떨까 해서."
억지로가 아니라 평소에 신경써주지 못한 것에 대한 보충.
내가 본래의 세계를 떠올려 보면, 아버지는 변호사, 어머니는 의사로 더할 나위 없이 바빴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는 세계에서도 같을 것 같은 가정사정인 것 같다.
"그럼 가볼까요. 어쩌면 공원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지도 모르고요."
"자, 잠깐...... 나는 아직 간다고는....."
상황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는데 밖으로 나가는 것은 저항이 있다.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섣불리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에 의해 현관으로 이끌리고 말았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안개가 낀 듯 시계가 흐려지는 것 같았다.
돌연, 낯선 땅으로 날려간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현관 신발 수납장의 장식으로 배치된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과연.
거의 5세 정도의 어린 여자 아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이게 지금의 나라는 것이 되는 걸까?
미인인 어머니와 꼭 닮았네.
연령차는 있지만 모녀라고 해도 통할 듯. (원래의 어머니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그 중에서도 눈동자가 동그랗고 크다.
이렇게 말하기는 뭣하지만, 어린 시절의 유키노시타 양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미모를 갖추고 있다.
거울 안에서 당황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는 어머니와 닮았다.
그리고 남자인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인정하겠지.
드디어 조각이 갖추어 졌다.
이 세계는, 내가 여자 아이로 태어났다면―― .
그런 IF의 세계.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자각몽이라니 꽤나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
이렇게 까지 나를 고민하게 만들다니.
다만...... 언제까지고 기다려도 꿈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치기는커녕 자연스럽게 지금을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납득하고 있어.
오컬트에 빠진 것 같아......
이유가 어찌되었건, 남자로서 살아온 내가, 갑자기 여자 아이의 몸으로 세계에 내던져진 것은 참을만한 게 못된다.
일단은 직전의 기억을 더듬어 두자.
이미 어머니에게 반강제적으로 연행 되고 있지만, 이 사태의 수습을 꾀하기 위해서――.
* * *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생각하기 이전에 나는 이미 후회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그 때의 광경이 떠오른다.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버릴 수 없다.
나의 경우, 그 기억을 버리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 이겠지만.
죄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약 그 것이 유키노시타 양의 귀에 들어가면 뭐라고 생각 할까?
직접 본인에게 물을 용기는 내게 갖춰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자격도 없겠지.
하물며 히키가야 같은 몸을 사리지 않는 강행 따위는 할 수 없다.
나는 그처럼 될 수 없고, 동경할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나와 히키가야와는 입장도, 인간성도 다르니까.
하야마 하야토 라는 이름으로, 이때까지 17년을 살아왔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서, 가업(증조부 대부터 변호사)을 잇도록 귀가 아플 정도로 들으며 자랐다.
그런 자신이 옳다고 언제부터인가 근거도 없이 생각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로 원하던 것을 잃어버린 걸까.
뭐가 옳은가 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욕망이나 신념을 충족시키는 것에 한정된다.
즉 사람은 자신에게 있어서 형편 좋은 것만을 무조건으로 바라고 있다.
나도 예외 없이 분수도 모르고 원하는 것에만 손을 뻗고 있었다.
뭐, 도달하기는커녕 스치지도 못했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냐면, 나라는 인간은 자신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행동하고 대인관계를 구축하여, 그 위에서 환멸당하지 않도록 다른 이들이 요구하는 인물상을 연기했다.
학업에 스포츠.
원래부터, 어느 것도 요령 것 해낸 나는, 손쉽게 계속 해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어설프게 가능하게 되어, 계속 해왔으니까 오래된 버릇이 근성에까지 스며버린 걸지도 모른다.
거짓된 자신을 어느새 진짜 자신이라고, 진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그렇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진실로부터 눈을 돌리고, 장기간 방치해온 치부가 돌아왔다.
유키노시타 양――.
한 때 이름으로 불렀던 그녀와의 거리는 터무니없이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물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심적인 의미에서의 거리감.
그와 그녀가 남녀의 교제를 하고 있다고는 듣지 못했다.
국제교양과에 해당하는 J반에서는, 히키가야가 유키노 짱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일시적으로 흐른 것 같다지만. 지금 와서는 단순한 소문으로서 처리되어있다.
뭐라고 할까...... 친구도 연인도 아닐 터인 두 사람의 관계가, 나 같은 되먹지 못한 인간인 남자로서는 비집고 들어간다는 것이 불가능.
끝없이 높고 두꺼운 벽에 가로막혀있다.
나는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져 있나보다.
히키가야와 유키노 짱의 관계뿐 만이 아니다.
그 두 사람에 덧붙여 유이도 같은 원안에 있다.
나도 동료는 있다.
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그 3명.
반에서 거의 대부분 행동을 함께 하고 있는 관계다.
하지만....... 그런 결속, 봉사부의 3명에 비하면 희미해질 정도로 가벼운 관계.
동료들에게는 이런 말하기에는 미안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해버리면 뿔뿔이. 인연도 끊어지게 된다.
어차피 그 정도의 단짝놀이.
정말로.......토악질이 난다.
이런 욕지거리를 해버릴 정도로 나는 마음이 거칠어졌다.
깨끗한 인간 따위가 아니야.
히키가야가 말하는 것처럼 좋은 녀석도 아니야.
자기 스스로를 미워해.
혐오하고 있다.
원망하고 있기까지 하다.
지금까지의 걸음이 전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 해버렸으니까.
나는 히키가야 에게 동경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러웠다.
언제나 선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절대로 도달하지 못한다고 알고 있으면서, 언제까지고 질질 끌듯 그의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스토커 같아 보인다.
아니, 그 자체인가.
그 녀석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
이겨 보이겠다고 혼자서 설치고 있다.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지만, 그에게는 알아줬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패배를 느끼고 있는 내가 설 자리가 없다.
멋대로 승부를 걸고, 그리고 멋대로 지는 기분이 드는 나는 바보 같다.
하지만 그런 것, 당연했다.
그걸 바탕으로 히키가야 보다 못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져도 분하기는 했지만 침울해질 조짐은 같은 것은 없었다.
패배를 인정 하였듯이 나는――.
히키가야를 한 명의 남자로서 인정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있다.
한번 잃었지만, 잃어버린 채 라는 상황을 용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행동을 한다.
* * *
방과 후.
축구부의 연습은 기후불량으로 중지.
3학년으로 진급하고 축구부 부장이 된 내가 부원에게 그렇게 알렸다.
부활동 동료이자 급우인 토베 에게는, 과장된 말투로 모셔졌지만 가볍게 흘리며, ["나는 볼일이 있으니까 빠질게."] 라고만 전하고 교실에서 뛰쳐나왔다.
그다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단지 심적으로 기분이 서두르고 있었다. 마음의 흐름에 연동하여 다리도 달려 나갔다.
오늘의 나는 침착하지 못했다.
올해도 같은 반이 된 유미코도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마 급우 중 누구의 눈으로 봐도, 평소와는 뭔가가 다르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본론은 교실을 나온 다음.
도착지에야 말로 내가 서두르는 이유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 날에 나는 걸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용기의 전부를 쥐어 짜내듯.
축구 경기에 임하는 듯한 심정으로 결전의 땅으로 향했다.
이윽고 도착한다.
교실 명을 나타내는 플레이트에는 아무 문자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 교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사로 찾아갔다.
이 부실에 있는 어느 인물에게 볼일이 있어서 온 것이다.
히키가야, 유이, 그리고 유키노짱.
세 명이 모여 있는 이 시간대를 노리고 발길을 옮겼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음으로써, 내 숙원은 이루어진다.
결심하고 봉사부 문을 노크하니,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유키노 짱의 ["들어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손님으로서 맞아주는 듯하다.
"여어, 유키노시타 양, 유이, 히키가야."
"하야마?"
모두 하나같이 내 모습을 시야에 넣으면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단독으로 봉사부를 방문한 것은 작년 직장견학 전후의 체인 메일의 한건 이래.
토베의 히메나에 대한 고백의 조력 의뢰 때는 같이 가준 것에 불과하니 카운트는 하지 않아.
"어쩐 일이냐. 전처럼 의뢰라도 하러 왔냐?"
"아아, 오늘은 틀려. 다른 용건으로 왔지. 그래도 조금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
"별로 상관없는데. 의뢰가 아니더라도 봉사부에 오는 무리들이 있으니까. 잇시키 라든가. 올해부터는 코마치도 빈번하게 얼굴을 내밀지만."
"고마워. 진지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 말이지."
"아? 잘 모르겠다만 말해 봐라. 들어주는 것 만이라면 얼마든지 해주지."
"인심이 좋은걸?"
드물게 히키가야는 쓸데없는 말이 많았다.
나에 대한 대응을 부장인 유키노짱이 아닌 히키가야가 자발적으로 맡고 있다.
불평 하나 없이 유키노짱은 홍차를 입으로 옮기며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2월 즈음 봉사부 멤버로 데이트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그 날에 무언가의 심경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어볼 생각은 없지만 머릿속에는 담아뒀다.
"그거야 그렇지. 아무튼 여동생이 무사히 소부 고등학교에 합격해서 입학했으니까 말이지. 지금은 반에서 친구랑 잡답하고 있으니까 부재지만, 조만간 여기에 올 거다. 집 이외에서도 여동생과 만날 수 있다니, 이 무슨 포상이냐고? 아차, 여동생에게는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할 거니까 말이다."
"너는―― 여동생 양이 소중한가 보구나? 아마 이름이 코마치 짱 이었던가?"
"어이, 네 이놈. 내 앞에서 용케 잘도 코마치의 이름을 불러줬겠다. 코마치의 이름에 부정 타니까 그만둬라."
"힛키 쫌..... 기분 나빠."
보다 못한 유이가 히키가야를 멈춰 세웠다.
여자에게 한소리 듣고 기세를 죽인 히키가야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옷차림을 정돈했다.
그는 가족에 대한 일이 있으면 달아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듯하다.
가족애가 강한 거겠지.
"미안. 조금 들떴다...... 그래서, 이야기 라는 건 뭐지? 그건 봉사부 부원 전원에 대한 거냐. 아니면 개인에 대한 거냐."
"양쪽 다야. 여기에 온 이유에는 유키노시타 양에게 있지. 그리고 히키가야와 유이도 지켜봐주길 바래. 아아, 히키가야가 걱정할 만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안심 해줘."
"걱정은 뭐냐. 안심은 뭐냐고? 마음에 안 드는 말투구만, 어이."
앞서 다짐 해뒀다.
내 눈이 맞다면, 유키노짱은 히키가야 에게 끌리고 있고, 히키가야도 유키노짱 에게 적지 않은 호의를 품고 있다.
그들의 연애를 패배자이자 외야인 내가 방해 할 생각은 없다.
좀 더 다른 간단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러 왔다.
오랫동안 축적되어 억누름이 통하지 않게 된 본심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뭘까 하야마 군? 평소보다 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실제로 진지해. 유키노시타 양――. 아니..... 유키노짱."
"잠깐 기다려. 지금 뭐라고?"
"유키노짱 이라고.... 나는 그렇게 말했어."
경악.
그 감정의 흔들림을 표정에서 읽어냈다.
실수로 말을 잘못해서 그녀를 유키노짱 이라고 본인 앞에서 불러버린 적이 있다.
그 때는, 한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는 걸로 흘러 넘겼지만, 이번에는 정면에서 내뱉었다.
명백하게 의도적으로 발언했다.
내 의사를 짐작도 못하는 모습으로 유키노짱은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히키가야와 유이도 똑같이.
"당신..... 갑작스럽게 무슨 일 인걸까? 화낼 생각은 없지만, 솔직히 의외라고 느껴지네."
"놀라게 해버린 걸까? 그래도 알면서 나는 이렇게 너를 불렀어. 그 의미를 알고 있을까?"
"아니.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네. 새로 봄을 맞이하고..... 히키가야 군뿐만이 아니라, 당신까지 머리가 이상해져 버린 걸까?"
"하하, 가차 없네."
평소의 그녀라면 나를 매도 따윈 하지 않아. 해주지 않는다.
쌀쌀맞게 대해서, 마음을 열어주거나 하지는 않을 터.
작년 하반기에 조금 그 경향이 감소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았다.
그럴 터였는데 지금은 어떤가?
동요가 부른 사태인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옛날의 나와 그녀의 대화와 비슷한 태도를 취해주고 있다.
그게 그저, 그저 기쁘다.
나도 단순한 남자구나.
"이제 터놓을 거야. 말할게."
"뭘?
마음을 정했다. 결심을 굳혔다. 남은 건 전하는 것 뿐.
"다시 한 번 나와 친구가 되어줘."
그 한 마디를 전하기만을 위해서, 이 자리를 찾았다.
쌓이고 쌓인 소원의 조각이 덩어리가 되어 어쩔 수 없는 단계가 되어버린 것을 계기로.
이제외서 연애감정을 내세울 생각은 없다.
그저 친구로서 있던 관계를 수복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으니까 행동으로 나선 것뿐이다.
그것을 나와 유키노짱 만의 척도로 두지 않고, 히키가야와 유이를 말려들게까지 해가면서.
참관인 역할을 강요받은 형태로 두 사람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
참견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일까.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의도대로 라고 말하면 듣기 좋지는 않지만 내가 꾀한 전개대로 진행되고 있다.
"......... 그래."
"에............"
살짝 유키노짱이 중얼거렸다.
불쑥 새어나온 그 말을 확실히 귀담아 들었다.
"하야마 군이 바라는 대답은 할 수 없어. 하지만 당신이 희망하는 일부라면 상관없어."
"무슨 뜻이야....?"
"그래. 쓸데없는 거짓말은 하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걸. 고집불통이 되어 거부하는 것도 어리석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즉, 친구는 무리라도 이야기 정도라면 해도 괜찮아. 게다가..... 그로부터 시간도 꽤 지났고, 바뀌지 않은 채 라는 것도 주저되는거야."
그 로부터 라는 건 [그 시절] 이라는 걸까.
초등학생 시절, 내가 겁쟁이였기 때문에 그녀를 구하지 않고, 버릴 수밖에 없었던 추악한 과거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금세 이해했다.
졸렬한 왕따를 동급생 여자에게서 받고 있었던 소꿉친구를 구하지 못했던 옛날 일 이라는 걸.
"용서 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과거를 현재에 대입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싶어서..... 그것뿐이야."
"고마워....."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원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친구로는 돌아갈 수 없어도 인식이라도 해준다면 나는 그걸로―― 된 거야.
"너희들의 옛 관계에 관심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 뭐냐. 축하드림? 이라고 해두면 되겠냐?"
"힛키, 거기는 평범하게 축하 해주자."
그 히키가야가 다른 사람의 기쁨을 이해하고 평범하게 한마디 해주다니 의외.
그 에게도 유키노짱 에게도, 예의 봉사부 멤버의 데이트로부터 오늘로 이어지는 날에, 무언가 커다란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그들만의 이야기다. 외부인이 알 필요도 없지.
심경이나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알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상당한 공백의 시간을 보내 버렸지만...... 새삼스럽게 잘 부탁드립니다. 하야마 군. 아니, 하야토 군. 친구라는 것은 무리라도 무난한 교제를 이어가죠."
"미묘하게 가시가 있는 말투지만, 그것도 유키노짱 다운가. 아니 상관없지만. 나도 그렇게 해주는 편이 단념하기 편하고, 히키가야군과 행복하게 되어줘."
"말하지 않아도 그럴 셈이야."
당당하네..... 의연한 태도가 오히려 시원스러울 정도다.
속이 시원하다.
몇 번이고 칭찬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백으로 유키노짱은 대답했다.
"어이, 유키노시타? 무슨 생각이야. 나는 둔감하지 않아. 감이 좋은 편이니까 바보라도 눈치 챈다고?"
"말로 하지 않으면 모르는 걸까? 그러네. 나는 가르쳐 주지 않겠지만, 아마 당신이 떠올리고 있는 그거야."
"아하하.... 힛키, 유키농? 하야토 군의 앞에서 부부만담은 그만두자. 나까지 부끄러워지고 있구."
"어머, 미안해.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 히키가야 군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또 내가 나쁜 놈 취급이냐고...... 나라고 해도 초 불쌍하잖아."
눈앞에 두고 다시 한 번 인식했다.
봉사부에서야 말로 유키노짱은 자신답게 있을 수 있다.
나로서는 결코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는 공간.
통감했다.
일단 화해는 이루어 졌지만 곁에는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다.
행복해 보이는 유키노짱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구원받는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닿을 수 없다고 해도 나는 만족이다.
"그런 고로. 저기 히키가야. 너도 슬슬 각오 해두는 쪽이 좋아. 하루노씨 등의 간섭이 심해져 올 테니, 있는 힘껏 준비하고 있어야 할걸."
"......읏. 네 안에서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라고. 랄까, 진심으로 그런 거야? 유이가마하도 뭔가 말해 주지."
"거기서 나한테 기대는 거야? 힛키도 참 심하네. 날 차놓고는 말야ー"
"아니 그건...... 좋아, 역시 아무것도 말하지 말아."
"어머, 히키가야 군도 참 기회주의 인걸까? 겁먹고 발언을 철회 해버리다니."
그들의 사이에 무슨 상호작용이 있었는지는 알 여지가 없다.
유이의 말투를 보면 히키가야는 고백을 거절한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고 해서 유키노짱과 사귀는 것 같지도 않다.
아직 누구와도 사랑하는 사이로는 발전하지 않은 거겠지.
뭐, 전부 내가 멋대로 추측한 것에 불과하지만.
겉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의 경치가 바뀐다.
생각 할수록 헛수고로 끝나, 그렇기 때문에 실태는 모른다.
"나만 따돌려지고 목각이라도 된 기분이네. 실례하는 것 같고, 슬슬 가볼게. 시간 쪼개줘서 고마워."
"의뢰가 오지 않는 한, 책 읽거나 잡담 정도밖에 할 게 없으니까. 좋은 심심풀이가 됐다. 하야마. 너도 최근에는 어깨에 힘을 빼는 방법을 배운 모양이군?"
"하하, 너에게 들을 줄은 몰랐는데. 안 어울리는 구나?"
"싸움 거는 거면, 얼른 돌아가."
"미안, 미안. 하지만 히키가야. 너와도 고등학교 마지막 일 년 정도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뭐였더라..... 이로하 에게 들은 거지만――[진짜] 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교제를 하자고."
"기분 나빠지는 말 하지마라..... 것보다 잇시키 놈. 다 떠벌리고 다녔구만. 저런 게 학생회장인데 이 학교 괜찮은 거냐고."
푸념하는 히키가야는 부끄러운 걸 숨기려는지 말수가 많았다.
그런 그를 미소를 띤 시선으로 지켜보는 유키노짱과 유이.
역시 이 세 명이기에 있을 수 있는 유대.
이상한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멀리서 지켜봐도 즐겁다고 느껴버렸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도 얼굴이 풀어질 것만 같다.
나도 언젠가 이런 인연의 고리를 얻고 싶다.
그래도 단도직입적으로 지르는 것도 부끄럽고.
에둘러 가겠지만, 넌지시 바라고 있자.
유미코와 진심으로 마주보는 것도 좋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찾아가 보자――.
* * *
기억나는 것은 여기까지.
결의를 새롭게 가슴에 새기고, 그 날은 귀가했다.
아무것도 없이 끝나, 평소와 같은 시간에 취침해서........
그리고 눈을 떴더니 이 세계에 있다.
터무니없고, 예고도 없고, 힌트도 없는, 이 시대에.
심지어 내가 여자 아이로서 존재하는 기묘한 공간.
하야마 하야토가 아닌 소녀로서 호흡하고 걷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가 무슨 일인건지 고민하면서, 질문을 내던질 상대도 없다.
자신이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살았었다고 라고 호소해도, 제정신인지 의심당하기 십상이다.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근처 공원에 이끌려가 그네에 앉아서 밀려지고 있다.
몸 저 안에서 약동감이랄까 두근두근함이 솟아오르는 증상이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토코 라고 불리는 소녀의 기억이 내게는 없다.
평행세계의 자신일지도 모르는 여자아이의 몸을 빼앗고, 나는 어머니의 딸로 취급받아.....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도 애매해졌다.
헤매기는 쉬웠지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의 극에 달했다.
"엄마......나(俺)....."
"또 그렇게 말하네. 반성하세요. 말투는 성장의 정도를 보여주니까요."
"읏........"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내 말투에 불만을 더해가는 것 같다.
한마디로 제대로 말하는 것을 용서받을 수 없는 듯하다.
고민을 털어놓지도 못하는 것에 혼란이 길어질 뿐.
하야마 하야토라는 인간의 존재감이 엷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는 좋지 않아.
상황이 일방적으로 악화되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쓸 수가 없다.
난감해져서, 언제 울어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고등학교 3학년까지 되어서 눈물로 눈가를 붉게 부어 올릴 수도 없다.
체면을 신경 쓸 마음의 여유는 없더라도 남자의 고집이라는 녀석이 발휘되어 눈물을 눌러 담았다.
그네를 타면서도 눈은 곧게 뜨고, 머릿속은 불안 투성이가 되어있다.
어머니는 아이의 이변을 눈치 채지 못하고, 딸을 생각하는 부모로서 충실감을 얻고 있는 듯했다.
어머니를 탓하는 게 아니다.
이런 비상사태에 빠지게 만든 운명이나 세계의 장난에 책임의 소재가 있다.
책임의 추궁은 둘째 치고......
지금 내가 여자 아이라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줄곧 이대로 인지, 한 순간의 꿈으로 때울 건지 단정 할 수가 없다.
어찌되었건 한순간이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있어야 할 곳에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바랄 뿐.
의지할 대상도 전무.
그네를 밀어주는 어머니도 정확하게는 내 어머니가 아니라, 내 의식이 올라타고 있는 소녀의 육친.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경우 하야마 가의 아이가 하토코 라는 여자 아이인가, 혹은 평행세계의 나이지만 성별이 다른 것 뿐인가.....
의미 없다고 알고는 있지만 겨우 생각 해낸 결과가 이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에는 절망스럽다.
"아, 혹시 하야마 선생님 인가요? 그렇죠."
표정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던 타이밍에, 어머니를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에에, 그렇습니다만. 어머, 히키가야 씨가 아닌가요?"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우리 애도 선생님이 진찰 해주셔서 병이라는게 뭔지도 모른답니다."
히키가야 씨――.
듣자마자 떠올린 인물은 히키가야 하치만.
고등학교 2학년에 같은 반이 되어, 올해도 연달아서 같은 반이 되었던 그.
어머니에게 이끌려 시선을 향하니, 그 인물은 히키가야가 아니라 어머니와 비슷할 정도로 젊은 여성.
치바 마을의 봉사 활동에서 얼굴을 본 히키가야의 여동생인 코마치짱과 닮은 사람.
이십대 후반 일 것 같다고 외견으로 보아 추측했다.
게다가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내 어머니가 주치의 인거 같다.
"그렇게 말씀 해주시니 의사가 된 보람이 있네요. 환자분――. 아이들의 성장이나 미래를 생각해서, 의사에 뜻을 품었기 때문에."
"훌륭하시네요. 자, 하치만? 인사드리렴."
"하치만......?"
무심코 입 밖으로 냈다.
내가 아는 그가, 지금 바로 이곳에 있다는 건가?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히키가야 성의 여성의 곁으로 눈을 돌린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어린 남자 아이가 있었다.
지금의 내 또래. 5세 정도의 소년이.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눈동자는.....
썩지도 죽은 물고기 같은 눈도 아니다.
평범한 상태를 한 소년.
소부 고등학교에서 보인 그는 단정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지만, 눈앞의 남자 아이에게서도 그 편린이랄까 비슷한 생김새를 엿볼 수 있었다.
재차, 히키가야에 대해 생각해서 떠오른 것은.
그도 얼굴의 생김새는 뛰어났었다. 라는 것.
지금 생각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하토코도 하치만 군과 인사 해야지요?"
"에, 아.....응. 안녕, 히키가야. 나(俺)는 하토코 라고 해."
"떽!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세요! 그리고 [나(俺)]는 사용금지!"
"미안, 엄마. 어 그러니까, 하치만 군?"
야단맞았다.
무심코 유연성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는 자신에게 놀랐다.
너무 일상에서 떨어진 상황에 놓여져, 감각이 마비되었나 보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좋았다.
오히려 정상이었으면, 착실하게 사물을 판단하여......
진작에 마음이 병들었겠지.
"따님 인가요? 귀여운 아이네요."
"아뇨, 아뇨, 여자아이 치고는 조금 개구쟁이일 정도인걸요. 하치만 군처럼 차분한 성격으로 자라줬으면 하고 언제나 생각한답니다."
개구쟁이라고 하는 것은 분명 말투에 대해서.
그런 거 방금 전에 그런 것뿐이라고 반론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마주해야할 것은 히키가야.
어째서,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이 세계에서 일찌감치 그와 만나게 된 것인지.
좋은 교제를 이어가자고, 히키가야 에게 말한 것이 무슨 인과의 계기가 되어버렸는지.
만약 세계가 그 바람을 들어준 것이라면, 쓸데없는 참견이다.
나는 나만의 힘으로 목적을 이루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걸 옆에서 쓸모없게 만들어 주다니 기분이 나쁘다.
"하토코짱?"
"왜? 하치만 군."
히키가야 에게 이름으로 불려서 사고의 바다에서 의식을 부상시켰다.
위화감 없이 그의 이름을 불러버리게 된 것은 걱정되긴 했지만, 또 야단맞는 것은 싫으니까.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친구? 좋지만....."
깜짝 놀랐다.
히키가야는 자칭 외톨이.
친구는 한 명도 없고 필요 없다고도 할 정도의 남자.
그런 그가 어릴 때라는 것을 감안 하더라도, 어울리지 않은 발언을 했다.
이에 놀라지 않고 어떻게 리액션을 취하면 될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고마워. 하토코짱."
"별 말씀을?"
그의 말에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가.
같은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도 아이와 어른은 내용물이 다르다.
히키가야의 외톨이 기질도 십 수 년을 살며 길러진 것.
아직 육성단계에 돌입한지 얼마 안 된 이 시기에 삐뚤어져 있을 리도 없다.
"하치만 군―― 인가."
히키가야와 하치만 군의 명확한 차이를 알았다.
그렇다면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쪽이 좋다.
생판 다른 인물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드디어 그를 히키가야와는 다른 한 명의 인간인 하치만 군 이라고 자기 안에서 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곳에서 줄곧 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돌아가지 않으면, 그 세계로.
수단 하나 없이 한없이 먼 출구를 찾아서 나는 떠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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